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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5

모래알 하나 토요일 오후 시청 앞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갔다. 매번 그렇듯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고 행진을 했다. 답답하고 화가 나서 모인 사람들 사이에선 동병상련의 연대감으로 흥겨운 분위기가 생겨나기도 했다. 이런 집회가 다시 6년 전처럼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행진을 하면서 목청을 높이고 허공에 주먹을 뻗으면서도 의문과 회의가 들기도 하지만 딱히 다른 방법이 있을 리 없다. 그저 '빠삐따(빠지지 말고 삐지지 말고 따지지 말고)'라는 백수의 원칙(?)에 따라 머릿수 하나 더할 뿐. 시인 김남주는 '모래알 하나로 적의 성벽에/입히는 상처 그런 일 직은 일에/자기의 모든 것을 던지는 사람'이 되라고 하지 않았는가. 집회에서 돌아와 오래된 책을 뒤져보았다. 두 시간 남짓한 시위도 아닌 집회에 참석한 것뿐이라 '칠.. 2024. 2. 18.
노래는 우리의 힘 잘 알려진 노래의 가사를 바꾸어 부르는 이른바 '노가바'의 장점은 현장성이다. 해학과 풍자를 담은 노랫말은 어떤 주장이나 연설보다 집회의 신명을 키우고 참가자의 마음을 집중시킨다. 노래는 그럴 때 힘이 된다. *오마이뉴스 영상 재편집 2024. 1. 22.
길거리의 <독립군가> 2024년 1월 6일의 거리에서 를 불렀다. 국권을 빼앗겼던 역사가 망각되고 우리의 영토에서 독도가 사라지는 지금, 는 100년 전의 노래가 아니다.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현실에서 맺어진 매듭을 풀어 현실을 더 높은 곳으로 고양시키는 것이 예술이다. 노래도 그렇다. 신대한국 독립군의 백만용사야 / 조국의 부르심을 네가 아느냐 삼천리 삼천만의 우리 동포들 / 건질 이 너와 나로다 나가 나가 싸우러 나가 / 나가 나가 싸우러 나가 독립문의 자유종이 울릴 때까지 / 싸우러 나아가세 원수들이 강하다고 겁을 낼 건가 / 우리들이 약하다고 낙심할 건가 정의의 날쌘 칼이 비끼는 곳에 / 이길 이 너와 나로다 나가 나가 싸우러 나가 / 나가 나가 싸우러 나가 독립문의 자유종이 울릴 때까지 / 싸우러 나아가세 너 살거든.. 2024. 1. 9.
그래서 간다 이미 당신은 문밖에서 저문다 굳센 어깨가 허물어지고 있다 말하라, 어두워지기 전에 내가 가고 있다고 - 노혜경, 「말하라, 어두워지기 전에」 - 아직 작은 일. 그러니까 아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유튜브에서 찾아 틀어준다거나 아침에 커피를 준비하는 일. 눈 오는 날 손자들의 썰매를 끌어준다거나 악당을 자청해서 경찰관 역할의 손자에게 기꺼이 잡혀주는 일. 백화점 출입문,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잠시 문을 잡아주는 일. 깜빡이도 넣지 않고 갑자기 끼어든 앞차나 하굣길 어린아이가 장난치며 가는 골목길을 빵빵거리지 않고 조용히 따라가는 일. 그래서 간다. 오늘 같은 날에는 무수한 머리 사이에 점 하나를 보태거나 작은 목소리 하나 실어 보내는 일. *다녀와서 덧붙임* 머리 하나 더해주려고 나간 집회 옆에는 우리와 생.. 2023. 12. 30.
그래도 우선 오늘 할 일은 세상이 잘 다스려질 때의 노래는 편안하고 즐거우니 그때의 정치는 화애로우며, 세상이 어지러운 때의 노래는 원망하고 노여우니 그때의 정치는 잘못되어 있으며, 나라가 망할 때의 노래는 애처롭고 생각에 잠기게 하니 그때의 백성들은 곤궁에 빠져 있다. (治世之音 安而樂 其政和 亂世之音 怨而怒 其政乖 亡國之音 哀而思 其民困) 노래가 한 세상을 반영한다는 중국의 고전『시경(詩經)』대서(大序)에 나오는 구절이다. 오늘 우리가 거리에서 부르는 '원망과 노여움'의 노래가 바로 그렇지 않은가. 삼각지 역에 나가 집회를 하고 녹사평-이태원을 거쳐 한강진역까지 행진을 했다. 2016년에서 2017년에 걸친 겨울 내내 반복했던 일이다. 어쩌다 이런 걸 다시 또 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는지 생각하면 한심스럽고 짜증도 난다. 한다고.. 2023. 1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