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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중국32

타이베이 여행 6(끝) 타이베이의 5월 하순은 우기철에 가까워서인지 비 오는 날이 잦았다.맑은 날은 기온이 30도가 넘어 한 여름 날씨였지만 비가 오면 20도 초반까지 떨어졌다.숙소의 우산을 빌려 쓰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 산책을 나갔다.나는 일상에서도 여행에서도 의식적으로 걷고자 한다.집으로 돌아와 걷기 앱을 보니 여행 5일 동안 하루 평균 23,500걸음을 걸었다.육체의 움직임은 뇌의 활동을 일깨우며 '마음은 뇌만의 작용이 아니라 온몸의 작용'(마이클 가자니)이라고 한다. 찰스 다윈은 평소 하루 4시간만 집중해서 연구를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산책했다.산책이 그에게 다양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하고 잠재적인 창의성을 깨우는 역할을 한 것이다.귀국 짐을 꾸려 타이베이 역에서 타오위안공항으로 가는 공항철도를 탔다. 올 때와는 다르게.. 2025. 6. 8.
타이베이 여행 5 흔히들 타이베이에서는 맛없는 음식점을 찾기 힘들다고 한다.그렇다고 사람들이 아무 곳이나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사람들은 '구글신'의 평점이 높은 곳으로 몰린다.아침에 산책을 하다가 엄청나게 긴 줄을 만들며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았다. 뭐가 있을까 따라가보니 끝에 음식점이 있었다. 돌아 나오며 영상으로 찍어보았다.아래 영상은 2.5배속으로 돌린 것이다.타이베이101의 한 카페의 대기줄에는 심지어 입장까지 2시간 걸린다는 표시도 있었다.이번 여행에서 딘타이펑을 마지막으로 아무리 유명한 곳이라도 기다려서 먹는 일은 하지 않았다.앞선 타이베이 여행기에 언급하지 않은 음식점을 모아 보았다.1∼4번까지는 아침 식사로 주로 포장을 해다가 숙소의 방에서 먹었다. 숙소에서 가까운 시먼(西門) 지역에 있는 식당들이다... 2025. 6. 7.
타이베이 여행 4 보슬보슬 비가 내리는 아침. 여행 온 이래 매일 아침처럼, 한국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걸었다. 강변 쪽으로 가볼까 하는 방향만 정해놓고 아무 길과 골목으로 걸음을 옮겼다.누구나 자신의 여행이 특별하기를 꿈꾼다.거창하게 말하면 "노동처럼 유익하고 예술처럼 고상하고 신앙처럼 아름다운" 여행.하지만 짜릿한 시간은 지극히 짧고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은 떠나온 일상처럼 평범하다.특별함은 풍경이 아니라 평범하고 시시함을 다루는 마음에 있을 것이다.나는 그냥 걷거나 걷다가 쉬는데 진심이고자 한다.발 가는 대로 걷다 보니 땀수이(淡水) 강까지 가게 되었다.비가 와서인지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강 건너는 비 안개로 흐려져 있었다.우산을 토닥거리는 빗소리만 고즈넉하게 들렸다.강에서 돌아나와 타이베이역.. 2025. 5. 30.
타이베이 여행 3 화산1914(華山)는 원래 1914년에 지어진 술 만드는 공장이었다.1987년 공장이 이전하며 방치되었던 건물을 개조하여 2007년에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고 한다. 카페, 식당, 영화관, 공연장 등이 있지만 우리는 아침 시간에 산책을 하러 갔기 때문에 대부분이 문을 열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도 서울 성수동의 공장을 개조한 카페에서 그렇듯 오래된 건물들에서 풍기는 레트로 감성의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큰 규모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전시물을 둘러보는 일은 여행과 비슷하다.예전에는 전시물도 세상도 가능한 많이 보고 싶어 했다.그러나 세상엔 보야할 것이 너무 많고 아무리 열심히 돌아다녀도 그런 것을 다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무엇보다 그럴 필요도 없다는 사실을 점차 깨닫게 되었다. 나는 .. 2025. 5. 28.
타이베이 여행 2 아내와 나의 여행은 크게 5가지로 구성된다. 산책, 볼거리, 먹을거리, 카페에서 노닥거리기, 그리고 손자저하들 옷 사기가 그것이다.매일 아침 하루 여행의 시작은 산책이다.구글 지도로 숙소 주변 찾아보니 적당한 거리에 228화평공원이 있다.그곳을 반환점으로 삼고 여기저기를 걸어보는 것으로 타이베이와 상견례를 시작했다.먼저 숙소 주변의 시먼딩(西門町)을 걸어보았다. 시먼딩은 글자 그대로 옛 타이베이의 서쪽 지역이라는 말에 일제강점기에 도입된 마을 행정 단위인 '딩'이 합쳐진 말이다. 타이베이에서 최고로 번잡한 지역으로 각종 상점과 식당, 유흥주점이 밀집해 있다. 밤이면 노점과 길거리 공연까지 펼쳐지고 현지인과 여행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룬다.이른 아침이라 아직 사람들이 별로 없는 거리를 걷다 보니 작지만 당.. 2025. 5. 27.
타이베이 여행 1 정말 오래간만에 타이베이 여행이다. 아내가 가장 최근에 다녀온 것이 친구들과 2016년이었으니 10년 전이었고 아마 나는 그보다 더 10년 전쯤에 아내와 다녀온 것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나 혼자서는 90년대에서 2천년대 초까지 여러번 타이베이를 다녀오긴 했지만 대부분 2박3일이나 심지어 1박2일의, 여행이라고 할 수 없는 업무 출장이었다.하지만 오래간만이어서 혹은 오래간만이 아니어서 즐거운 것이 여행이다.공항라운지에서 맥주 잔을 부딪히는 아내와 나의 '출정식' 또한 이미 여행이다. 타오위안 공항에서 타이베이 시내에 오기까지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다.입국심사를 무인 심사로 신속하게 통과할 수 있는 'E-GATE' 제도를 사전에 신청하여 나는 아무 일 없이 통과했는데 아내는 이상하게 통과가 안 됐다. 왜 .. 2025. 5. 24.
2017 '손자 친구'와 함께 한 마카오3(끝) 마카오에서 내가 이제까지 여행하는 중에 가장 크고 럭셔리한 방을 경험해 보았다. 애초에 체크인 시 호텔 측에서 고맙게도 방을 업그레이드 하여 쥬니어스위트는 됨직한 방을 주었다. 거실이 넓고 이런저런 수납 공간이 많은, 단기 여행자에겐 아까울 정도로 여유로우면서도 오붓한 느낌도 있는 방이었다. 우리는 매우 만족했다. 이튿날 아침에 책을 읽던 아내가 흰 침대 시트 위를 기어가는 작은 벌레를 발견했다. 휴지로 잡고 보니 바퀴벌레인지 아닌지 헷갈렸다. 나는 그 벌레는 흰 메모지 위에 놓고 "우연히 침대에서 이 벌레를 발견했다. 바퀴벌레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만약에 바퀴벌레라면 이미 여러 마리가 산다는 신호일 수 있으니 청소할 때 잘 체크해 주기 바란다." 라는 메모를 남겼다. 그날 오후 수영장에서 손자와 놀고 .. 2017. 10. 14.
2017 '손자 친구'와 함께 한 마카오2 손자 친구가 급작스런 고열로 식구들 모두의 혼을 빼놓은 여행이었지만 '폭풍의 시간'이 지나자 몸은 먹을 것을 요구해 왔다. 기억에 남는 마카오에서 먹은 것 두 가지. 1. LORD STOW'S BAKERY & CAFE 손자 친구와 단 둘이서 아침 산책을 하다가 베네시안 호텔에서 발견한 곳. 가게 문이 열기도 전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이곳의 에그타르트(EGG TART,蛋挞)) 가 유명하다고 여행 전 인터넷과 책에서 본 것이 생각났다. 힙시트 속에서 다른 곳으로 가자고 용을 쓰는 친구를 달래가며 줄을 서서 포장을 해다가 식구들과 나누어 먹었다. 단맛이 강한 카스타드 크림의 케익. 맛 보다는 마카오 명물이라는 명성으로 기억. 2. WING LEI PALACE 마카오에는 WYNN 호텔이 두 곳에 있다. .. 2017. 10. 12.
2017 '손자 친구'와 함께 한 마카오1 "당신······, 당신이란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허수경의 시 「혼자 가는 먼 집」이란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손자 친구'가 태어나면서 이 시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당신' 대신 '녀석'이나 '이놈' 혹은 '고놈' 단어를 넣으며 '킥킥거린다.' "녀석이 말이야······." "야 이놈아······." "고놈 참······." 그럴 때마다 '친구'도 뭐 그리 싫어하는 표정이 아니다. 싫어하긴커녕 어떨 땐 그 의미를 이해한다는 듯이 얼굴을 살갑게 부빌 때도 있다. 아내는 "이럴 때 보면 어린애라고 그 앞에서 함부로 말해선 안 되겠다"고 놀라곤 한다. 8월에 마카오를 다녀왔다. 원래는 국내에서 수영장 좋은 호텔을 잡고 느긋하게 쉬려고 했으나 "부산140만원 vs 세부 129만원, 호.. 2017. 1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