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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중국

2017 '손자 친구'와 함께 한 마카오3(끝)

by 장돌뱅이. 2017. 10. 14.

마카오에서 내가 이제까지 여행하는 중에 가장 크고 럭셔리한 방을 경험해 보았다.

애초에 체크인 시 호텔 측에서 고맙게도 방을 업그레이드 하여  쥬니어스위트는 됨직한 방을 주었다.
거실이 넓고 이런저런 수납 공간이 많은, 단기 여행자에겐 아까울 정도로 여유로우면서도
오붓한 느낌도 있는 방이었다. 우리는 매우 만족했다.

이튿날 아침에 책을 읽던 아내가 흰 침대 시트 위를 기어가는 작은 벌레를 발견했다.
휴지로 잡고 보니 바퀴벌레인지 아닌지 헷갈렸다.
나는 그 벌레는 흰 메모지 위에 놓고
"우연히 침대에서 이 벌레를 발견했다. 바퀴벌레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만약에 바퀴벌레라면 이미 여러 마리가 산다는 신호일 수 있으니 청소할 때 잘 체크해 주기 바란다."
라는 메모를 남겼다.

그날 오후 수영장에서 손자와 놀고 돌아오니 호텔의 게스트 서비스팀에서 사과의 메모가 있었다.
"체크 결과 바퀴 벌레는 아니나 좀 더 세밀히 방 전체를 조사하고자 하니 방을 옮겨주면 고맙겠다.
지내기에 더 넓고 편리한 방으로 준비해 주겠다."
곧이어 전화까지 왔을 때 나는 거절했다.
"바퀴벌레만 아니면 됐다. 짐을 옮기고 하는 것이 귀찮으니 며칠 뒤 우리가 체크아웃 한 뒤에 하면 좋겠다."
전화를 건 매니저는 짐은 자기들이 다 옮겨주겠다고 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까지 없다고 했다.

그 다음 날 오전 손자 친구의 고열로 한반탕 소동을 치룬 후였다.
그 과정을 함께 하며 도움을 많이 준 게스트서비스의 매니저는 다시 찾아와 방 이야기를 꺼냈다.
손자의 컨디션도 돌아왔으니 가족들의 기분 전환을 위해서라도 방을 옮겨보라는 것이었다.
나는 벌레 한 마리를 가지고 'MAKING NOISE' 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정중히 사양했다. 
게스트매니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생각보다 끈질겼다.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방을 옮기는 것이 자기들 업무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했다.
업무를 도와주는 것? (해당 부서의 사람들이 조사-조치-결과를 내놓아야 한다고.)
나는 결국 그 말에 승복했다.

옮긴 방은 보통의 스탠다드방 여섯개 이상을 합친 듯한 크기의 어마어마하게 큰 방이었다.
과장을 하면 이쪽 방에서 저쪽 방까지의 거리가 아득할 정도였다.
가족들을 방으로 안내하며 매니저가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이라고 했다고 한다.
방에서 내다보는 전망도 좋았다. 실내 공기도 한결 쾌적한 느낌이었다.

위 사진은 방의 모습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나의 사진 능력이 부족한 탓이 먼저고, 거실이 확 트인 개방형이 아닌 탓이었다.
룸은 파티션과 문이 달린 작은 방으로 부분부분 나뉘어져 있어 복도를 빼고는
방의 규모가 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 방에서 이틀 밤을 보냈다.
손자 친구의 컨디션도 정상으로 돌아온 터라 더 없이 좋은 시간이었다.
손자 친구와 방과 방사이의 긴 복도를 운동장처럼 뛰어다니며 놀았다.
곳곳에 있는 소파와 탁자는 좋은 놀이기구였다.

엉겁결에 벌레 한 마리로 얻은 '횡재'라면 '횡재'였다.
그런 우연이 아니면 내 경제적 능력으로는 문을 열어볼 수 없는 방이었다 
다만 앞선 방도 충분히 넓고 아늑했기에 잉여 공간 과잉의 방에 대한 만족도가
크기에 정비례 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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