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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13

제주살이 29 - 올레길 10코스(2) 올레 10코스의 두 번째 걷기는 모슬포에서 시작하여 송악산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았다. 산방산을 정면에 두고 걷고자 했기 때문이다. 걷기 전 하모리의 영해식당에서 처음으로 몸국을 먹었다. 못내 궁금했던 음식이었다. 원래 몸국이 외지인의 입맛을 단번에 사로잡는 맛은 아니라는데, 이곳의 몸국은 구수하니 먹을만했다. 원래 몸국의 맛이 그런지 아니면 여행자들에 맞추어 조정된 맛인지 판단할 근거가 내겐 없다. 아무튼 괜찮은 맛이었다. 몸국은 공식(公食) 그 자체이다. 큰일에 돼지를 잡아 추렴할 때 다 함께 먹는 몸국은 돼지모자반탕이다. 단순한 국이 아니라 오래 끓인 진한 탕국이다. 돼지를 잡아 고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긴 국물에 모자반을 넣고 끓이다가 메밀가루를 풀어 걸쭉하게 만든다. 잔칫집에서 가문잔치 전날,.. 2021. 11. 29.
제주살이 28 - 올레길 10코스(1) 올레길 8코스 다음에 9코스는 건너뛰고 10코스를 걸었다. 9코스는 길이는 6km로 짧으나 난이도가 상이어서 허리가 아픈 아내에게는 무리일 것 같았다. 10코스는 두 번에 나누어 걸었다. 처음에는 시계방향으로 두 번 째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화살표를 기준으로 말하면 먼저 파란색을 따라, 나중에는 주황색을 따라 걸은 것이다. 호두를 반으로 갈라 엎어놓은 것 같기도 하고, 범종이나 중절모 같기도 한 산방산은 높이 395미터로 다부져 보인다. 전설에 따르면 빨래를 하던 설문대할망이 방망이로 한라산을 치는 실수를 저질러 한라산 봉우리가 떨어져 나온 것이 산방산이다. 또 다른 전설은 사슴사냥을 하던 사냥꾼이 실수로 화살을 옥황상제 엉덩이에 쏘아, 화가 난 옥황상제가 손에 잡히는 대로 한라산 봉우리를 뽑아.. 2021. 11. 28.
제주살이 27 - 올레길 8코스 모처럼 한라산의 윤곽이 선명하게 드러난 맑은 날. 완만한 경사로 병풍처럼 좌우로 한껏 팔을 벌린 한라산은 친근하면서도 위엄이 있어 보였다. 올레길 8코스는 대포주상절리에서 중문해수욕장까지만 걸었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흐르다 해안에 이르러 물과 만나 육각형 또는 사각형의 형상으로 굳어진 지형이다. 대포주상절리(지삿개바위)는 높이 30 ∼40m의 검은 바위 기둥들이 약 1km에 걸쳐 벌집처럼 붙어있다. 곧추선 바위와 푸른 바다, 하얀 파도가 장관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주상절리에서 중문으로 가는 길은 깔끔하게 가꾸어진 공원이다. 요트계류장도 산뜻해 보인다. 중문 롯데호텔 근처에 있는 카페 세렌디에서 베이글 샌드위치와 함께 한참을 쉬었다. 중문색달해변은 물이 깨끗하고 파도가 높아 서핑에 좋은 곳이다. 제주도에서.. 2021. 11. 26.
제주살이 26 - 올레길 7코스 7코스는 제주올레 여행자센터에서 출발하여 칠십리시공원을 지난다. 시공원은 '市'공원이 아니라 '詩'공원이라고 한다. 공원 안에 서귀포를 주제로 한 시비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시비(詩碑)를 지나면 천지연 폭포를 전망할 수 있는 곳이 나온다. 가까이서 볼 때와는 다른 느낌의 천지연폭포를 볼 수 있다. 삼매봉의 정상에는 남극노인성(南極老人星, Canopus)을 바라볼 수 있는 팔각정 남성대가 있다. 남극노인성은 그냥 노인성 또는 수성(壽星)이라고도 부르며 나라의 국운과 사람의 무병장수를 상징하는 별로 알려져 있다. 이 별이 밝게 보이면 국운이 융성하고 전쟁이 사라지며, 이 별을 세 번 보면 무병장수한다고 하여, 조선시대에는 국가제사로 노인성제를 매년 춘분·추분에 두 번 지냈다. 토정 이지함을 비롯한 조선의 .. 2021. 11. 25.
제주살이 25 - 올레길 6코스 올레길 6코스는 쇠소깍에서 시작하여 해안길을 지나 서귀포 도심의 제주 올레 여행자 센터까지 11km이다. 올레 가이드 북에는 난이도 하(下)의 걷기에 편한 길로 나와 있다. 쇠소깍은 민물인 효돈천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투명한 초록빛 연못(沼)이다. 사람들은 배를 타고 노를 저으며 연못에 흩어져 유유자적 떠다닌다. 바다 쪽에 형성된 검은 모래의 해변은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풍경이다. 쇠소깍을 지나면 게우지코지와 생이돌을 지난다. 입구에 세워진 설명에 따르면 게우지코지는('게웃'이 전복 내장) 지형이 전복을 닮은 모양이어서 유래되었다. 생이돌은 게우지코지 안에 있는 두 개의 커다란 바위로 철새(생이)들이 쉬어가는 바위라 하며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찻길 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들어가 보면 마.. 2021. 11. 21.
제주살이 21 - 서귀포의 섬들 한라산 주위에 오름이 있다면 제주도 해안엔 크고 작은 유·무인도가 있어 풍경에 활력과 짜임새를 더한다. 그러지 않았다면 중산간이나 해안이 조금은 무덤덤해지고 지루해졌을 것이다. 유아독존의 장엄함이나 일필휘지의 장쾌함을 보이는 풍경만큼이나 아기자기하게 자상한 풍경도 마음을 끄는 법이다. 서귀포항을 중심으로 4개의 섬이 부채처럼 퍼져 있다. 동쪽으로부터 섶섬, 문섬, 새섬 그리고 범섬이다. 올레길 6코스와 7코스를 걷다 보면 저절로 눈에 들어온다. 모두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지만, 어느 섬이나 육지에선 보기 힘든 진귀한 난대림으로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섶섬은 섭섬, 삼도(森島)라고도 부른다. 또는 섬 전체가 숲이 우거져 숲섬이라고도 한다. 올레길 6코스가 지나는 구두미 포구 앞바다에 손에 잡힐.. 2021. 11. 9.
제주살이 20 - 마라도 모슬포 운진항에서 국토의 최남단 마라도를 다녀오는데 3시간쯤 걸린다. 배로 왕복하는데 1시간, 마라도에 머무는 시간 2시간을 합쳐서 그렇다. 마라도에 도착하면 걷는 일 이외에 할 일이 많지 않다. 우리는 반시계 방향으로 섬의 둘레길을 따라 걸었다. 어디서, 어느 방향을 바라보거나 바다가 보이고 수평선이 보였다. 허허벌판이 아닌 허허바다. 무한대의 텅 빈 바다가 가슴을 가득 채울 듯 밀려들었다. "광활한 지평선을 마음껏 즐기는 사람만이 세상에 행복한 사람"이라고 힌두교의 신이 말했다. 그 말 속 지평선을 수평선으로 바꾸어도 마찬가지 아닐까? 북위 37도 07분, 동경 126도 16분. 대한민국 최남단의 좌표에 비가 서 있다. 주위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서로 품앗이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면서. 우리에게도 옆.. 2021. 11. 5.
제주살이 19 - 서귀포의 폭포 흔히 제주도 3대 폭포라고 말하는 천지연폭포, 천제연폭포 그리고 정방폭포를 모아 보았다. 거기에 작은(소) 정방폭포를 더했다. 비가 올 때만 물줄기가 생긴다는 엉또폭포는 가보지 못했다. 폭포만큼 폭포를 둘러싸고 있는 숲도 인상적이었다. 제주에는 오래 머무르고 싶은 곳이 너무 많다. 서귀포 도심에서 칠십리교를 건너 계곡을 따라 1km 정도 오르면 천지연폭포가 나온다. 폭포 주변과 물이 흘러가는 계곡 좌우에는 육지와는 좀 다른 모양의 나무들로 울창한 숲이 이어진다. 1966년부터 천연기념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천연 난대림이다. 숲에는 담팔수, 가시딸기, 송엽란 같은 희귀 식물에 구실잣밤나무, 가시나무, 산유자나무, 동백나무 등이 자라고 있으며, 특히 폭포 오른쪽 계곡에는 천연기념물 제163호로 지정된 담팔수.. 2021. 11. 2.
제주살이 18 - 붉은오름과 절물오름 1702년 3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제주목사를 지낸 이형상은 제주도 및 그 주변 도서의 자연·역사·산물·풍속·방어 등에 대해 기록한 『남환박물』을 남겼다. 그 책에는 제주도의 오름을 이렇게 소개했다고 한다. 한라산은 한가운데가 우뚝 솟아 있고 여러 오름들이 별처럼 여기저기 벌리어 있으니, 온 섬을 들어 이름 붙인다면 연잎 위의 이슬 구슬의 형국이라 할 수 있다. 제주 오름에 관심이 있거나 한 번이라도 오름을 걸어본 사람은 그 표현이 피부에 와닿으리라. 제주도는 한라산과 오름, 그리고 바다로 삶을 규정한다. 거기에 바람과 구름과 햇볕이 더해진다. 길은 산과 숲과 초원과 바다를 지나며 마을과 마을을 잇는다. 붉은오름과 절물오름은 대중교통으로 접근성이 좋아 뚜벅이 여행자도 편리하게 갈 수 있었다. 붉은오름 자.. 2021. 10.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