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21 우리는 빛의 연대다 나눔문화. 딸아이를 통해 알게 되어 한다리 건넌 인연의 끈이 닿아 있는 모임이다.애초에 없었으면 좋았을 일들이지만 이미 일어난 잘못된 일은 어쩔 수 없이 바로 잡아야 해서 2017년 겨울 촛불집회에서 만났고 조국 장관을 지지하는 검찰개혁 집회에서도 만났다. 이번 '내란 수괴' 체포 집회에서도 매번 만난다.피켓 뒷면에 박노해 씨의 시「빛의 혁명」이 있다.어둠이 가장 길고 깊은 동짓날 달과 태양 사이로 샛별이 뜨고 먼 데서 바람이 바뀌어 분다 그래, 이제부터 빛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아직은 얼어붙은 한겨울 아직은 어둠의 세력이 준동하지만 이미 봄은 마주 걸어오고 있다 절정에 달한 악은 빛을 위해 물러난다 우리가 우금치 동학군이다 우리가 3.1만세 유관순이다 우리가 광주의 시민군이다 우리는 그 모든 역사이자 미.. 2024. 12. 29. 10일 저녁 여의도 사람들이 모이면 낙관과 신명이 생겨나는 것 같다.날 선 주장이 적힌 피켓 사이사이 익살, 해학, 풍자, 골계(滑稽)의 글과 그림이 흥을 더한다.어제 집회에서 사회자가 읽어준 무시무시한(?) '저주문'은 우리를 즐겁게 했다.(그 XX가 책은 읽을 리는 없을 것 같으니 책장에 손을 베는 일은 없을 것 같지만.)돌아오는 지하철에서 검색해 보니 이미 인터넷에 널리 퍼져 있었다 노래는 혼자 듣거나 부를 때도 좋지만 함께 부를 때 사람들은 각자 고립된 개인에서 벗어나 전체와 조화롭게 어울리는 하나임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반복되는 '떼창'은 그런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8년 전 촛불과는 달리 이번 집회는 바로 그 노래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불과 얼마 전 시청 앞에서 매주 토요일 열리던 촛불집회까지만 해도.. 2024. 12. 11. 촛불과 일상 충격적인 '멧돼지 난동' 이후 일주일이 지났다. 만약에 대비해서 송년회도 여의도 근처에서 하자는 말이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 시간이었다. 연말의 작은 모임들과 손자저하들 만나는 일상 틈틈이 촛불집회에 참석하며 보냈다.일상 속 촛불이고 촛불 속 일상이다. '난동'이 없었더라도 어차피 두 가지는 하나이지만.평소 가까이 지냈던 사람들과 잠시 만나 한해 동안의 수고로웠던 이야기를 주고받는 편안한 시간은 어떤 날에도 포기할 수 없지 않은가.손자저하들과 만나는 일은 더욱 그렇다.내겐 모든 일에 앞서는 최우선의 선택이자 의무이고 가치이다.엄청난 촛불인파를 보도하는 사진과 영상 속 어디엔가 아내와 나도 스쳐 지나갔을 터이지만 드넓은 해변의 모래알 하나처럼 보이지 않는다. 시인 김남주는 '모래알 하나로 적의 성벽에/입히.. 2024. 12. 10.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매주 토요일 주로 시청역 부근에서 열리던 촛불집회에 참석할 때마다 젊은이들의 참석이 그다지 많지 않은 듯해서 아내와 좀 아쉬워하곤 했는데 12월 초 계엄을 기점으로 눈에 띄게 많아졌다. 더불어 집회 분위기도 점차 그들이 주도하고 있다. 8년 전 촛불집회 때처럼 컵에 구멍을 뚫어 촛불을 켜거나 핸드폰 불빛을 드는 것이 전부였다면 이제는 LED촛불이나 나로서는 이상한 모양새의 화려한 색전등을 저마다 손에 들고 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아이돌 응원봉이라고 했다. 손에 든 피켓이나 현수막도 기발한 내용이 많았다.아래 사진 이외에도 내가 직접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전국 집에 누워 있기 연합(제발 그냥 누워 있게 해 줘라 우리가 집에서 나와서 일어나야겠냐)', 전국 뒤로 미루기 연합(그러나 더는 미룰 수 없다.. 2024. 12. 9. 피에타(Pietà) 며칠 동안 책을 거의 읽지 않고 보냈다.오늘도 펼쳤다가 다시 제쳐두고 비스듬히 누워 음악만 들었다.피에타는 '슬픔과 비탄'을 뜻하는 이탈리아 말이지만 주로 성모 마리아가 예수 그리스도의 시신을 안도 비통에 잠긴 모습을 묘사한 예술 작품을 말한다. 이탈리아 성베드로 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작품이 대표적이다.오늘 성모마리아 품에는 우리의 소망이 안겨 있다. " data-ke-type="html">HTML 삽입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슬플 땐 슬퍼하고 울고 싶을 땐 우는 것이 때론 위로가 되기도 한다.기운이 쳐처 있는데 옆에 있던 아내가 알려준다."될 때까지 모이자는데? 국회 앞에서."끙! 구겨졌던 몸을 펴고 일어선다.아무래도 앞으로도 당분간 책을 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2024. 12. 8. 우리 것 우리가 찾으러 여의도로 가는 도중 지하철 안내 방송이 나왔다. 국회의사당역과 여의도역을 서지 않고 통과한다는 것이었다.다른 곳에서 친구를 만나고 오는 아내와 샛강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샛강역도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국회의사당 쪽으로 나가는 출구마다 대기줄이 길었다.출구를 나와 사람들의 행렬을 따라 흘러가듯 걸었다. 멀리서 왕왕대는 스피커소리가 들렸다.행렬은 여의도 공원 앞에서 멈췄다. 더 이상 갈 수 없게 되지 사람들은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그리고 누군가의 선창에 따라 구호를 외쳤다."내란 수괴 ***을 체포하라.""***을 탄핵하라."(그의 이름조차 적는 것이 싫어 ***로 대체한다.)미처 마이크가 설치되지 못한 장소라 정확한 국회 표결 상황을 알 수 없어 핸드폰을 켰다.그런데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았다. 카톡도, .. 2024. 12. 8. 우리는 명령한다 언젠가 나의 날도 있겠지언젠가 우리의 세상도 오겠지 담장 밑에 웅크리고 앉아서라도퇴장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 중요해그렇다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너른 운동장을 질주하며높이높이 울려 번지는 메아리굽이치는 역사가 닿을 때까지식욕이 없으면 마른 침이라도 삼키면서남아서 흔들리지 않게기다리는 것이 아름답다이제 막 멀리 자동차 소리누군가 달그락달그락 밥짓는 소리오늘도 새날이다깨어 있어야 한다슬픔 눈동자를 감추고믿어야 한다 역사는 굽이친다는 것을그래, 대동강에 돌팔매질을 하고만주벌판의 흙먼지를 가르면서아프리카의 사파리 국립공원으로 향하는거침이 없는 날이 있겠지 언젠가우리의 세상도 오겠지나의 날도 있겠지- 박철, 「역사는 굽이친다」-"존엄과 폭력이 공존하는 모든 장소, 모든 시대가 '광주'가 될 수 있다"고 작가 한강은.. 2024. 12. 7. 오늘 같은 날의 멧돼지 서울 근교에서 농사를 짓는 누나의 밭에 멧돼지가 자주 출몰했다.놈은 애써 지은 농작물을 망쳐 놓기가 일쑤였다. 제법 규모 있는 농사를 짓기는 하지만 누나에게 농사가 생업은 아니어서 그냥 넘어갔으나 나타나는 횟수가 잦아지면서 점차 위협을 느끼게 되었다. 실제로 마주쳤을 땐 거리가 있었다 해도 공포가 최고조에 달했다.하는 수 없이 행정관청에 신고를 하자 전문 사냥꾼이 와서 간단히 녀석을 사살해 버리고 갔다.누나는 녀석의 덩치가 생각보다 커서 놀라면서도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멧돼지가 달려오면 길은 모두 직선이 된다 피할 수 없는 최단 거리가 된다 부딪히는 건 다 부러지거나 나동그라지는 속도가 된다 공포는 멀찍이 물러났다가 한참 뒤에야 덮쳐 온다 순간적으로 다리가 얼어붙지 않도록 미리미리 허벅지와 종아리.. 2024. 12. 7. 외치며 사나니 살상용 흉기를 소지하고 안방까지 들어왔던 강도가 그냥(?) 나갔다고 아무 일도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현행범의 동태와 사정을 살펴가며 죄의 경중을 논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범죄를 계획한 자, 결정한 자, 사주한 자, 동조한 자, 행동한 자, 방관한 자, 모두 엄정한 법과 역사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손자가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노는 모습을 지켜보며 카페에 앉아 이 글을 쓴다.옛 찬송가와 시를 이렇게 다시 뒤적거리게 될 줄이야.뜻 없이 무릎 꿇는 그 복종 아니요운명에 맡겨 사는 그 생활 아니라우리의 믿음 치솟아 독수리 날듯이주 뜻이 이뤄지이다 외치며 사나니약한 자 힘주시고 강한 자 바르게추한 자 정케함이 주님의 뜻이라해아래 압박 있는 곳 주 거기 계셔서그 팔로 막아 주시어 정의가 사나니" data-.. 2024. 12. 6.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