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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by 장돌뱅이. 2024. 12. 9.

매주 토요일 주로 시청역 부근에서 열리던 촛불집회에 참석할 때마다 젊은이들의 참석이 그다지 많지 않은 듯해서 아내와 좀 아쉬워하곤 했는데 12월 초 계엄을 기점으로 눈에 띄게 많아졌다. 
더불어 집회 분위기도 점차 그들이 주도하고 있다. 

8년 전 촛불집회 때처럼 컵에 구멍을 뚫어 촛불을 켜거나 핸드폰 불빛을 드는 것이 전부였다면 이제는 LED촛불이나 나로서는 이상한 모양새의 화려한 색전등을 저마다 손에 들고 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아이돌 응원봉이라고 했다.  

손에 든 피켓이나 현수막도 기발한 내용이 많았다.
아래 사진 이외에도 내가 직접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전국 집에 누워 있기 연합(제발 그냥 누워 있게 해 줘라 우리가 집에서 나와서 일어나야겠냐)', 전국 뒤로 미루기 연합(그러나 더는 미룰 수 없다), '제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 등등.

집회 장소 옆에 간식과 핫팩, 마스크를 두고 간 사람도 있었다. 마음이 뭉클했다.
뉴스 보도에 따르면 집회 예정 장소 근처 커피점에 집회에 나온 사람들을 위해서 한두 잔에서부터 100잔까지 이른바 '탄핵 음료'를 선결제해놓은 릴레이가 벌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이 날 집회에 나온 (가수 백자의 노가바를 빼면) 유일한 '7080(?) 노래'는 <함께 가자 이 길을>이었다.
그나마도 편곡을 해서 옛날 곡조로 따라부르기 힘들었다. 옆에 있던 초로의 사내와 함께 한두 소절을 따라 부르다 자꾸 엇박자가 나는 통에 머쓱해져서 서로를 쳐다보며 웃고 말았다.
'비장엄숙진지' 했던 옛 분위기는 가고  이젠 MZ세대 특유의 '발랄신명진지'가 대세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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