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이전에 한동안 한국어를 가르쳤던 삼십 대 중반의 미얀마 청년 J와 T를 만났다.
둘은 우리나라에 와서 일을 하다 코로나 즈음에 잠시 미얀마로 돌아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다시 한국으로 왔다. 가장으로서 생활과 앞날을 책임지기 위해 사랑하는 아내와 눈에 밟히는 어린아이를 뒤로 한 채 잠시의(그러나 결코 '잠시'라고 느낄 수 없을) 이별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해외 근무를 할 때 나는 가족과 함께 있으면서도 문득문득 고국이 그리웠다.
겨레붙이와 친구들, 출근길의 북적이는 지하철과 퇴근길에 동료들과 나누는 삼겹살과 소주, 아파트 주변의 올망졸망한 눈에 익은 가게들, 산책하던 길 등등.
하물며 홀홀단신 살아야 하는 J와 T에게는 그 모든 것이 얼마나 그립고 사무칠까?
"생각을 하면 할수록 점점 가고 싶어져서 자꾸 다른 생각을 하려고 한다."
J와 T가 보여주는 시종 밝은 표정의 이면에 깔려있는 애틋함이겠다.
미얀마에서는 은행에서 하루에 찾을 수 있는 돈이 한번에 한화 50만 원 정도이고 더 큰돈을 찾으려면 은행에서 떼는 코미션이 큰 모양이다. 그 때문에 J와 T는 필요한 돈만 보내고 나머진 한국 계좌에 보관 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 '멧돼지 내란' 사태로 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서는 바람에 손해를 봤다며 더 오를 경우를 대비해서 일부를 달러로 바꾸어두어야 하나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아무튼 망할 XX가 도처에 민폐다).






내가 만난 다른 미얀마 청년들은 대개 감자탕과 뼈해장국, 그리고 삼계탕을 좋아했다.
J와 T와는 안국역에서 만나 삼계탕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창덕궁을 걸었다.
그리고 인사동을 구경하고 전통찻집에서 대추차를 마시며 5시간을 보냈다.
J와 T는 각각 포천과 시흥에서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2시간 가까이 걸려 왔다.
돌아가는데 또 그렇게 걸렸을 것이니 나와 만난 시간과 비슷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땅에게 묻는다:땅은 땅과 어떻게 사는가?
ㅡ우리는 서로 존경하지
물에게 묻는다:물은 물과 어떻게 사는가?
ㅡ우리는 서로 채워주지
풀에게 묻는다:풀은 풀과 어떻게 사는가?
ㅡ우리는 서로 짜여들며
지평선을 만들지
사람에게 묻는다:사람은 사람과 어떻게 사는가?
사람에게 묻는다:사람은 사람과 어떻게 사는가?
사람에게 묻는다:사람은 사람과 어떻게 사는가?
- 휴틴, 「묻는다」-
*휴틴은 1942년에 태어난 베트남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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