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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베트남과 루앙프라방64

두 번, 두 곳의 베트남 올 1월과 4월에 베트남의 하노이와 냐짱(Nha Trang)을 다녀왔다.언젠가부터 나의 여행은 시나브로 걸어 다니는 여행이 되었다.목적지를 정하고 걷는다기보다 걷다보면 누군가나 어딘가를 만나는 것에 가깝다.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다리가 아프면 카페에 들어가 쉰다.날이 궂으면 쇼핑몰이라도 걷는다.동남아에선 수영장 놀이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하지만 1월의 하노이는 추워서 수영에 적절치 않다.실내수영장은 목욕탕 느낌이라 내키지 않는다.냐짱에선 가고오는 날을 빼곤 비가 와서 수영장 가에 늘어져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그래도 여행은 저절로 다른 할 일을 마련해 주었다.사람들은 건강을 위해 몸무게를 줄이는 다이어트를 한다.어떤 이는 일상에서도 불필요한 것들을 털어내는 '미니멀리즘'을 주장한다.더해야 완벽해지는.. 2025. 4. 22.
루앙프라방, 그 한적했던 기억 오래전 신문에서 읽은 것으로 기억하는, 영국 중부 아핑검이라는 고도(古都)의 한 명문 학교가 자랑스러워한다는 두 가지 전통은 신박했다. 한 가지는 그 학교 출신으로 장관이 된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고, 나머지 한 가지는 100만 달러 이상 돈 번 사람도 없다는 것이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 어떻게 그걸 자랑스러워 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아직도 그럴까?사람들은 루앙프라방을 두고 흔히 '부지런한 사람은 있어도 바쁜 사람은 없는 곳'이라고 말해왔다.지난 1월에 다녀온 루앙프라방을 돌이켜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아침 산책을 할 때나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실 때의 한적함으로 아내와 일치한다. 아담한 거리와 사원의 빛나는 지붕 위로 쏟아지던 맑은 햇살도 함께.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얼마 전엔 고속철도.. 2025. 4. 21.
2025 Nha Trang (끝) 여행 마지막 날.아침에 해변을 걸었다. 길고 깨끗한 해변은 냐짱의 장점이다. 잡상인이나 노점상이 없다는 점도 동남아의 여느 해변과 다르다. 해안선과 평행을 이루며 야자수들이 그늘을 만들고 그 사이사이로 카페와 공원이 잘 배치되어 있어 산책하기에 그만이다.다시 포나가르 사원숙소를 체크아웃하고 난 후 택시를 타고 포나가르사원에 갔다.나는 아침 산책으로 먼저 다녀와 두 번째고 아내는 처음이다. 짧은 여행 동안 두 번이나 방문할 만큼 포나가르 사원에 특별한 어떤 것이 있어서는 아니었다.그냥 냐짱에 있는 거니까 그냥 냐짱에 여행을 왔으니까 내가 경험한 어느 것이든 아내와 공유하고 싶어 권해 보았다. 혼자 갔을 때의 고즈넉하던 이른 아침 분위기와 달리 한낮의 사원은 단체관광객들에 춤 공연까지 있어 장터거리처럼 .. 2025. 4. 10.
2025 Nha Trang 6 국수를 먹지 않거나 국수 문화가 없는 나라가 있을까?아무 땅에나 푹푹 꽂으면 살아나 꽃을 피우는 개나리처럼 국수는 적응력과 생명력이 뛰어나다. 어느 지역이나 어느 식문화에서도 그 지역에서 가장 구하기 쉬운 재료로 그에 알맞은 조리법이 개발되며 모양과 맛이 다른 다양한 국수가 만들어진다.특히 베트남은 풍부한 일조량과 강수량으로 다양한 야채와 과일이 자라고, 쌀은 삼모작이 가능하며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1,600km의 긴 해안선에선 온갖 해산물까지 풍족하여 다양한 국수가 탄생할 수밖에 없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거기에 외부에서 들어온 식문화를 자신의 것과 융합시켜 또 다른 음식을 만들어내는 베트남 사람들의 창조성이 더해지며 베트남의 국수 문화는 물론 전체 식문화가 더욱 다양해졌다. 같은 국수라도 .. 2025. 4. 9.
2025 Nha Trang 5 달랏(다랏 Da Lat) 은 냐짱에서 3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해발 1500미터의 내륙 고원 도시로 베트남 최고의 커피 생산지다. 일 년 내내 기온이 18∼23도로 선선해서 은퇴 후 한때는 한달살기를 꿈꿔 보기도 했던 곳이다. 그럼에도 이번 달랏 일일투어는 주저주저하다 결정하게 되었다.냐짱의 날씨가 좋아서 매일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었다면 아마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무엇보다 13시간 30분의 투어 중에 도로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왕복 6시간이어서 시간 '가성비'가 좋지 않았다. 차라리 나중에 달랏만의 여유로운 여행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를 고민했던 것이다.그러나 연이어 비가 내리는 우중충한 날씨에서 좀 벗어나볼까 하는 마음에 여행 마지막에 이르러서 달랏행을 확정하게 되었다. 달랏 '맛보기' 혹은 예.. 2025. 4. 8.
2025 Nha Trang 4 매일 아침 짧은 글과 사진을 보내주는 지인이 있다.마치 '고도원의 아침 편지' 같다.4월 1일 아침 식당에서 받은 그의 카톡은 나를 놀라게 하였다."몇 달째 한국 경제를 좀먹던 탄핵 건이 결론 나니, 골목길 상권이 부활하고 수출이 늘어나며 과자류 가격도 30% 내린다고 합니다."답답함과 무기력에 뉴스를 거의 보지 않은지 오래라 '이렇게 전격적으로? 탄핵이?' 하는 마음에 반색을 하였다가 그다음에 이어지는 문장에 맥이 풀리고 말았다."즐거운 만우절 하루를 기대합니다." 그러면 그렇지 하고 있는데 딸아이가 카톡을 보내왔다."4월 4일 11:00에  탄핵 심판 선고."애써 거리를 두고 지내던 소식을 듣자 아침 산책길에 이런저런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탄핵이 기각될리는 없을 거라고 고개를 흔들면서도 혹시나 .. 2025. 4. 7.
2025 Nha Trang 3 밤새 검은 구름이 몰려와 곧 비가 쏟아질 듯 하늘이 무겁다.우산을 들고 산책을 나갔다.우중충한 날씨와 상관없이 오토바이들은 활기차게 도로를 질주했다.오늘 산책의 반환점은 숙소에서 2km 정도 떨어진 롱선사로 잡았다.1886년에 세워졌다는 롱선사는 꼭대기에 커다란 불상이 있지만 크게 인상적인 곳은 아니었다.돌아오는 길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줄기가 제법 굵었다.비로 인해 수영장 놀이가 불가능해 다른 대안을 만들어야 했다.긴급히 검색을 해서 J-SPA에서 마사지를 받았다.GREEK KITCHEN점심으로 수블라키를 먹었다.수블라키는 그리스 말로 꼬치에 꿰어 구운 작은 고기를 꼬치에서 빼서 밀전병 같은 얇은 빵(미키)에 싼 음식이다. 멕시코의 따꼬(Taco)와 비슷해 보이는 수블라키는 유튜브와 구글의 호평대.. 2025. 4. 1.
2025 Nha Trang 2 동남아 여행에서는 아침마다 나 홀로 산책을 한다.아내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나는 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서 생긴 패턴이다.한 시간 남짓 산책을 하고 돌아와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순서다.집에 있을 때는 아예 각방을 쓰기도 한다.부부가 반드시 함께 자야하는 걸까?함께 자는 관습은 숙면에 방해가 될 뿐 그다지 자연스러운 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은 자는 동안 평균 40~60번 움직이고, 남성의 3분의 1과 여성의 6분의 1이 코를 곤다고 한다. 잠 자리의 의미가 반드시 잠을 자는 것이 아닌 신혼 때라면 모를까, ‘한 침대 두 사람’의 잠 자리 동거는 불편함이 많은 것이다.여행 숙소를 예약할 때 가급적 트윈 베드를 요청한다.체크인할 때 직원이 좀 의아하다는 투로 재차 확인을 하는 경.. 2025. 3. 31.
2025 Nha Trang 1 몇 달 전 이번 여행을 계획할 때 냐짱(나트랑)과 함께 방콕과 치앙마이도 후보지로 놓고 저울질을 했다.하지만 치앙마이는 봄철이 건기라 비가 내리지 않고 화전민들(혹은 대기업의 계약농들)이 새로운 경작을 위해 기존의 작물과 산림을 태우는 기간이라 공기의 질이 최악으로 떨어지는 시기여서, 방콕은 아내와 내가 좋아하는 여행지지만 봄철 대기 상태가 치앙마이와 비슷하게 나쁘고 최근 몇 년 사이 봄철에만도 이미 여러번 방문했던 터여서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되었다.여행을 떠나오기 하루 전 미얀마와 태국에서 엄청난 강도의 지진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재난 영화의 한 장면처럼 건물이 쓰러지고 무너져 내렸다. 죽고 다친 사람들의 현황이 매 시간마다 업데이트 되었다. 공포와 슬픔에 잠긴 사람들의 표정이 화면에 클로스업.. 2025. 3.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