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검은 구름이 몰려와 곧 비가 쏟아질 듯 하늘이 무겁다.
우산을 들고 산책을 나갔다.

우중충한 날씨와 상관없이 오토바이들은 활기차게 도로를 질주했다.
오늘 산책의 반환점은 숙소에서 2km 정도 떨어진 롱선사로 잡았다.
1886년에 세워졌다는 롱선사는 꼭대기에 커다란 불상이 있지만 크게 인상적인 곳은 아니었다.
돌아오는 길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줄기가 제법 굵었다.



비로 인해 수영장 놀이가 불가능해 다른 대안을 만들어야 했다.
긴급히 검색을 해서 J-SPA에서 마사지를 받았다.

GREEK KITCHEN
점심으로 수블라키를 먹었다.
수블라키는 그리스 말로 꼬치에 꿰어 구운 작은 고기를 꼬치에서 빼서 밀전병 같은 얇은 빵(미키)에 싼 음식이다. 멕시코의 따꼬(Taco)와 비슷해 보이는 수블라키는 유튜브와 구글의 호평대로 맛이 괜찮았다.


점심을 먹고 나도 비는 멈추지 않았다.
냐짱대성당에서 짧은 화살기도를 올리는 것으로 야외 활동을 접기로 했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롯데마트에 가서 맥주와 안주, 간식거리를 샀다.

숙소로 돌아와 유튜브로 음악을 들으며 맥주를 마셨다.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해변은 여전히 비가 내리며 어두워지고 있었다.
비를 피해 실내로만 다녔지만 비가 와도 혹은 비가 와서 좋은 날이었다.
아내와 함께한 모든 날이 그랬던 것처럼.
새춘천교회 가는 길 전생처럼 패랑이꽃 피어 있을 때
흩뿌리는 몇 개의 빗방울 당신을 향한 찬송가 같았지
그때 우리에게 허락된 양식은 가난뿐이었지만
가난한 나라의 백성들처럼 가난하기에 더 열심으로
서로가 서로를 향한 찬송가 불렀었지
누구는 그걸 사랑이라고도 부르는 모양이지만
우리는 그걸 음악이라고 불렀지
예배당 앞에 나란히 앉아 기도 대신 서로가 서로에게 담뱃불을 붙여줬던가
그 교회 길 건너편엔 마당에 잡초 무성한 텅 빈 이층 양옥집도 있었던가
그 마당에 우리의 슬픔처럼 무성한 잡초를 모두 뽑고
당신의 눈썹처럼 가지런하게 싸리비질하고 꼭 한 달만 살아보고 싶었던가
햇빛 좋은 날 햅쌀로 풀을 쑤어 문풍지도 바르고 싶었던가
그렇게 꼭 한 달만 살아보자고 꼬드겨보고 싶었던가
그럴까봐 당신은 이 생에 나를 술래로 세워놓고 돌아오지 않는 기차를 탔던가
춘천을 떠나는 기차 시간을 기다리다 공지천 '이디오피아' 창가에 앉아
돌아오지 않는 당신의 눈썹에서 주워온 몇 개의 비애 를 안주로 비루를 마실 때
막 사랑을 하기 시작한 연인들의 백조는 물 위에서 뒤뚱뒤뚱,
그 뒤뚱뒤뚱거림조차 사랑이라는 걸 이제는 알겠는데
아직도 찬송가처럼 몇 개의 빗방울 흩뿌리고 있었지
누구는 그걸 사랑이라고 부르는 모양이지만
우리는 그걸 음악이라고 불렀었지
- 안현미, 「음악처럼, 비처럼」-


4P'S
숙소 근처 4P'S에서 클램차우더와 피자로 저녁을 했다.
4P'S는 베트남에서 유명한 피자체인점이다.
아내와 나도 베트남을 여행할 때마다 거의 한 번씩은 먹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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