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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2025 Nha Trang 4

by 장돌뱅이. 2025. 4. 7.

매일 아침 짧은 글과 사진을 보내주는 지인이 있다.
마치 '고도원의 아침 편지' 같다.
4월 1일 아침 식당에서 받은 그의 카톡은 나를 놀라게 하였다.
"몇 달째 한국 경제를 좀먹던 탄핵 건이 결론 나니, 골목길 상권이 부활하고 수출이 늘어나며 과자류 가격도 30% 내린다고 합니다."


답답함과 무기력에 뉴스를 거의 보지 않은지 오래라 '이렇게 전격적으로? 탄핵이?' 하는 마음에 반색을 하였다가 그다음에 이어지는 문장에 맥이 풀리고 말았다.
"즐거운 만우절 하루를 기대합니다." 

그러면 그렇지 하고 있는데 딸아이가 카톡을 보내왔다.
"4월 4일 11:00에  탄핵 심판 선고."

애써 거리를 두고 지내던 소식을 듣자 아침 산책길에 이런저런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탄핵이 기각될리는 없을 거라고 고개를 흔들면서도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제발··· 우리가 제정신을 가지고 살 수 있게 되기를!
(주지하다시피 '그 X'은 그 후 다행스럽게도 파면되었다.
그때까지 지루한 공포, 그러나 마냥 지루해할 수만은 없는 공포가 지속되었다.
내란 적극 가담자와 잔당, 부작위 내지는 방관한 자들에 대한 발본색원과 그에 따른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찜찜한 공포는 아마도 쉽게 가시지 않을 것 같다.)

아침 산책의 반환점은 포나가르사원(Tháp Bà Ponagar)으로 잡았다.
왕복 5.4km의 길이었지만 대부분이 바다와 강을 따라 걷는 길이어서 눈이 시원했다.

포나가르 사원은 9세기경에 세워진 힌두교 사원이다.
포나가르는 '10개의 팔을 가진 여신'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지금은 허물어진 몇 기의 벽돌 건물 잔해만 남아 있는 아담한 유적지다.
내게는 사원 자체보다 사원에서 내려다보이는 냐짱 강과 시내의 모습이 더 좋았다.

방문 시간이 이른 아침이어서 사원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틀 뒤 한낮에, 이번엔 아내와 함께, 방문했을 때는 좁은 사원 내부가 사람들로 가득했다. 볼거리가 그다지 많지 않은 냐짱에서 포나가르 사원은 단체 관광이 들리는 필수 코스인 것 같았다.
아래 영상 뒷부분에 덧붙인 공연은 그때의 모습이다.

산책에서 돌아오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시장과 식당과 카페를 돌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냈다.

담시장
반미판
카페 CC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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