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 볼수록 고구마 100개를 한입에 넣은 듯한 궁금증과 답답증, 울화병이 더할 것 같아 뉴스 보는 걸 최소화하고 지내다 보니 밤이 늦어서야 동남아의 지진 소식을 알게 되었다.
특히 어제는 딸아이가 갑작스럽게 와서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해서 더욱 뉴스를 볼 틈이 없었다.
처음 유튜브에서 방콕의 빌딩 붕괴 장면을 보면서 이게 지금 일어난 일인가 믿어지지 않아 다른 채널로 확인을 해보아야 했다. 채널마다 폭포처럼 물을 쏟아내는 고층 빌딩의 루프탑 수영장과 멈춰 선 지상철과 지하철, 거리에 몰려나온 사람들의 놀란 모습이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한국어를 가르쳤던 미얀마 이주노동자들과 방콕에 살고 있는 지인들에게 당사자와 가족들의 안부를 묻는 카톡을 보냈다. 다행스럽게도 모두 괜찮다는 회신이 왔다.
태국, 특히 방콕은 아내와 나는 물론 딸아이네 가족도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 중의 하나로 수십 차례 방문한 곳이라 충격이 컸다. 사정이 있어 포기했지만 올봄만 해도 4월 송크란 때 딸아이네와 방콕을 다시 여행하며 손자들과 물총 '시가전'을 계획해보기도 했다.
내가 처음으로 지진을 경험한 것은 1992년 인도네시아에 주재를 할 때였다.
자카르타 시내의 한 빌딩에서 (12층이었던가?) 미팅을 하고 있었는데 뭔가 이상한 - 어질어질한 것 같은 - 기운이 느껴진다고 생각하는 순간 한 인도네시아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지진!'이라며 모든 걸 그대로 두고 가능한 몸만 빠져나가라고 소리를 쳤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몇 차례 지진을 경험한 사람이었다. 모두 정신없이 계단을 뛰어내려 건물 밖으로 나가자 맞은편 건물에서도 사람들이 뛰어나오는 게 보였다. 다행히 지진의 강도는 크지 않았다.
한두 시간 도로에 서성이다 다시 사무실에 올라가 각자의 소지품만 챙겨 나왔다.
그 뒤 2010년 미국에 주재할 때 또 한 번의 지진을 경험했다.
샌디에이고 지진
*이하 2010년 4월에 쓴 글임.일요일인 4일 오후.오전 조기축구회에서 달린 후 성당에서 부활절 미사에 참석했다가 집으로 와 노곤해진 몸을 길게 누인 채 비몽사몽 책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창문
jangdolbange.tistory.com
내가 경험한 두 번의 지진에 내가 느낀 느낌은 어지럼증이었다.
아마 지진의 강도가 약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2001년인가 혼자 발리를 여행하다 우연히 두 명의 서양인과 동행을 하게 되었다.
그들은 1995년 고베 대지진 때 현장에 있었다며 그 지진의 느낌을 이렇게 설명했다.
"별안간 집이 춤을 추기 시작하고 마룻바닥이 물처럼 변해 발이 푹푹 빠져서 걸을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방콕의 무너진 빌딩에는 많은 사람들이 매몰되어 있다고 한다.
아마도 대부분이 태국 인근의 미얀마나 라오스, 캄보디아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일 것이다.
무사귀환이라는 말이 너무 형식적으로 보일 정도로 TV가 전하는 현장의 모습은 처참하다.
우리나라의 정치적 재난에 더한 산불 재난, 동남아의 지진 소식까지······ 잔인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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