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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일본20

오키나와(끝) - 책으로만 가 본 토카시키섬(渡嘉敷島) 빨간 기와집 배봉기씨는 1914년 충청도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 어머니의 실종과 가난을 겪으며 힘들게 성장하였다. 결혼 생활마저 실패하여 떠돌던 중 '과일이 지천이라 나무 밑에 누워 입만 벌리면 바나나가 떨어지는 곳에서 먹고 살 수 있다'는 위안부 '업자'의 말에 속아 1944년 열차에 올라 오키나와의 토카시키섬(渡嘉敷島)으로 끌려왔다. 섬의 빨간 기와집에서 배봉기씨는 '아키코'로 불리며 다른 7명의 조선인 위안부와 함께 일본군의 '성 노예'가 되었다. 모진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운좋게 살아남았고 마침내 조국이 해방되었다지만 명분상으로는 '황국신민'이던 배봉기씨는 오키나와의 폐허에 내던져졌다. 말도 통하지 않고 아는 사람도 없는 곳, 어떤 땅인지 모르는 데다 먹고 살기 위한 어떤 대책도 없이, 토박이들.. 2018. 12. 9.
오키나와8 - 나하 국제거리 인근 식당 자색 고구마(紅いも 베니이모) 오키나와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길거리, 공항, 시장, 기념품점 등등 곳곳에서 베니이모 타르트를 만나게 된다. 오키나와의 대표 작물인 자색 고구마(紅いも 베니이모)로 만든 과자다. 아내와 나도 국제거리 상점에서 사서 먹기도 하고 주변에 선물을 하기 위해 몇 상자를 사가지고 오기까지 했다. 가루비 플러스 (CALBEE+) 오키나와에서는 자색고구마를 이용한 튀김스틱도 판매했다. C & C BREAKFAST 국제거리 저가 쇼핑점 돈키호테 가까이 있는 서양식 식당. 숙소에서 가깝기도 해서 아침으로만 두 번을 갔었다. 팬케이크과 프렌치토스트를 먹었다. 옆 좌석의 미국에서 왔다는 한 중년 여성은 이곳의 프렌치 토스트에 대해 고개를 저으며 눈을 치켜뜨는 서양인 특유의 과장된 몸짓으로 극찬을.. 2018. 12. 8.
오키나와7 - 나하의 타코스야와 보라초스 타코스야 TACOS-YA 나는 좋아하는데, 아내는 고개를 젖는 음식 중의 하나가 타코TACO다. 아니 '따꼬'다. '타코'는 미국식 발음이고 스페인어로는 된발음 '따꼬'일 뿐이지만 맛은 원조와 변형의 차이가 있다. 또르띠야라고 부르는 옥수수전병으로 고기와 야채, 그리고 멕시코 특유의 소스를 싸서 먹는 '따꼬'. 미국 샌디에고에서 살 적에 아내는 또르띠야에서 나는 콤콤한 냄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멕시칸 식당의 '따꼬'는 내켜하지 않았지만 미국 식당의 '타코'는 크게 거부하지 않았다. 같은 이유로 어떤 사람은 TACO-BELL의 타코는 '따꼬'가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타코라이스도 그렇다. '따꼬'라이스가 아니다. 흰밥 위에 '타코'에 들어가는 고기와 치즈, 야채 등의 재료를 올리고 양파와 감자튀.. 2018. 12. 7.
오키나와6 - 나하 사카에마치(栄町)시장 안 식당 모노레일 아사토(安里)역 동쪽 출구 근처에 사카에마치(栄町) 시장이 있다. 마치 우리나라 육칠십 년대의 분위기로 상점과 식당과 술집이 미로와 같은 작은 골목길에 자리잡고 있다.. 벤리야(べんり屋) 여행 안내서나 인터넷에 맛집으로 소문난 유명만두집. 샤오롱바오(小龍包)와 군만두(燒餃子)에 오리온 맥주는 가성비 최고의 이 집 '공식'이다. 우리즌(うりずん) 사카에마치 시장 들머리에 있는 이자카야. 식당입구에 다양한 오키나와 술 아와모리(泡盛)가 전시되어 있다. 오키나와 음식 도우루텐(ドウル天, 감자에 돼지고기와 생선등을 넣어 튀긴 고로케)와 지마미두부(ジマミ豆腐, 콩이 아닌 땅콩에 고구마 전분을 섞어 만든 두부) 등을 안주로 해서 옆 좌석 일본인의 도움을 받아 선택한 아와모리를 마셨다. 진득하면서도 고소한 .. 2018. 12. 6.
오키나와5 - 정기관광버스 밤 사이 거센 비가 내렸다. 천둥소리를 들으며 잠결에도 이번 여행에서 렌트카와 게라마제도(慶良間諸島)의 도카시키(渡嘉敷)섬을 다녀오는 계획은 포기해야겠다고 최종적으로 마음 먹었다. 아침까지 비가 오락가락 하여 나하 시내에서 별다른 일정을 만들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원래 염두에 두지 않았지만 오키나와 정기관광버스(okinawabus.com)를 이용한 북부투어는 그 대안으로 택하게 되었다. "내리세요. 0시00분까지 돌아오세요."라는 싱가폴 출신의 일본인 여성 가이드의 안내를 반복적으로 들으며 가장 '보편적인' 관광지를 돌아보는 가장 '규격화' 된 당일치기 여행 - 출발 장소는 나하 시청 인근의 정기관광버스 터미널이었다. 만자모(万座毛) 바닷가에 코끼리 닮은 바위가 있고 그 위는 만명이 앉을 수도 있다는 평.. 2018. 12. 4.
오키나와4 - 낡거나 오래된 것들의 향기 헌책방 "우라라(ウララ)" 일본 대형 서점의 나하시 지점 직원이었던 우다 도모코(宇田智子)는 2011년 11월 나하시 헤이와도리(平和通り商店街)에 헌책방 "우라라"를 열었다. 우다는 책방을 열기까지의 내력과 문을 연 후의 소소한 일상을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란 제목의 책에 담았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그 책을 통해 알게 된 "우라라"를 보러 갔다. 젊은 주인은 책방 앞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원래 수줍음이 많은 것인지 아니면 아내와 나같은 호기심 많은 여행객들에게 시달린 탓인지 무덤덤하게 눈인사만 건네주곤 더 이상의 말이 없었다. 이야기를 주고 받을 만한 일본어 실력이 안 되는지라 아내와 책방 안을 둘러보다가 그림엽서 두 장을 사서 나왔다. 둘러본다고 했지만 제자리에서 몸만 한바퀴 회전하면 서.. 2018. 12. 2.
오키나와3 - 슈리성 공원 오키나와 소바 (沖縄そば) 소바하면 메밀국수를 무·파·고추냉이를 넣은 뜨겁거나 차가운 간장에 찍어먹는 것을 떠올리지만 오키나와 소바는 밀가루로 면을 만들어 돼지 뼈와 가다랑어포를 우린 육수에 말아먹는 것을 말한다. 지역별로 면 굵기와 모양, 고명도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삼겹살 조림, 어묵 파 등이 기본 고명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모노레일 슈리역에서 슈리성을 가는 길목에 있는 식당 "슈리소바 (首里そば)"에서 오키나와 소바를 먹었다. 돼지뼈 육수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 맑고 담백한 맛의 육수가 면과 일체감을 이루었다. 오키나와 전통술인 아와모리(泡盛)에 고추를 담궈 만든 소스 고레구스를 넣어 먹으니 더욱 입에 붙었다. '일본인 듯 일본 아닌 일본 같은 - 오키나와.' 표현상 어폐가 있지만 대중 가요를 빌.. 2018. 11. 28.
오키나와2 - 태풍이 불어도 항공과 숙소를 예약 확정하고 나서 느긋해진 마음으로 오키나와에서 할 일을 알아 보다가 '혹시 이 늦가을에 태풍이 지나가는 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왜 안 좋은 예감은 잘 들어맞는 것일까? 검색을 해보니 10월 하순임에도 제26호 태풍 위투가 이삼 일 전에 발생되어 북서진을 하고 있었다. 아직 태풍의 진로는 유동적이라고 했다. 필리핀 북부를 지날 것으로 예측되지만 그쪽에 발달된 고기압 세력을 뚫지 못하고 튕길 경우 한반도 쪽으로 향할 수도 있다고. 일본 본토 보다도 훨씬 남쪽에 있는 오키나와는 태풍 영향권에 들 확률이 더 높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태풍 관련 뉴스에는 늘 '오키나와 동남쪽 해상 몇몇 km'라는 멘트가 따라붙지 않던가. 항공과 숙소의 변경은 고려할 수 없었다. 페널티가 .. 2018. 11. 24.
오키나와1 - 결혼34주년 오늘은 아주 작은, 깃털처럼 가벼운,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이 그저 재미있고 유쾌한, 내일이 되면 무슨 말을 나눴던가 잊어먹어도 좋은, 그런 이야기만을 나눠봅시다. 기억에 뚜렷이 남지 않는 시간이 많을수록 삶이 풍요로워진다고 저는 믿습니다. 34년 전 우리가 함께 내딛은 첫 걸음의 떨리던 순간을 돌이켜볼 수만 있다면 말입니다. 아니면 우리 젋은 시절의 옛 노래를 들으며 조용히 창밖을 내려다봐도 좋겠습니다. 말하는 것보다 말하지 않는 것이 더 힘든 일이라고 합니다만 가장 가까운 친구는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라 어떠한 말을 나누지 않아도 편안한 사이임을 또한 저는 믿습니다. 우리가 함께 해온 34년은 늘 말과 침묵이 같은 의미였지 않습니까? 가을인데 먼 바다엔 뜻밖에도 거센 태풍이 지나간다고 .. 2018. 1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