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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일본

오키나와1 - 결혼34주년

by 장돌뱅이. 2018. 11. 2.

오늘은 아주 작은, 깃털처럼 가벼운,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이 그저 재미있고 유쾌한,
내일이 되면 무슨 말을 나눴던가 잊어먹어도 좋은,
그런 이야기만을 나눠봅시다.
기억에 뚜렷이 남지 않는 시간이 많을수록 삶이 풍요로워진다고 저는 믿습니다.
34년 전 우리가 함께 내딛은 첫 걸음의 떨리던 순간을 돌이켜볼 수만 있다면 말입니다.

아니면 우리 젋은 시절의 옛 노래를 들으며 조용히 창밖을 내려다봐도 좋겠습니다.
말하는 것보다 말하지 않는 것이 더 힘든 일이라고 합니다만
가장 가까운 친구는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라
어떠한 말을 나누지 않아도 편안한 사이임을 또한 저는 믿습니다.
우리가 함께 해온 34년은 늘 말과 침묵이 같은 의미였지 않습니까?

가을인데 먼 바다엔 뜻밖에도 거센 태풍이 지나간다고 합니다.
돌이켜보면  바람은 늘 그렇게 우리가 없는 먼곳에서만 불었습니다.
그것이 착각이라고 해도 뭐 어떻습니까.
우리가 여기 함께 있고 오키나와의 밤공기는 더없이 맑고 따뜻한데 말입니다.

이제 34년 전의 첫기억과 34년 동안의 말과 침묵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모두어 당신의 잔을 가득 채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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