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과 사진/일본

나가사키에서 후쿠오카4

by 장돌뱅이. 2018. 5. 12.

아리타에서 다케오(武雄) 까지는 열차로 20분 정도가 걸렸다.
다케오는 옛부터 온천으로 유명한 곳으로 토요토미 히데요시, 미야모토 무사시,
네델란드 동인도 회사의 지볼트 SIEBOLD 같은 유명 인사가 다녀갔다고 한다.
기차역의 이름도 그냥 다케오가 아니고 다케오온센역(溫泉驛)이었다.

다케오론센역 근처에 있는 사가은행에서 환전을 하고 숙소인 TAKEO CENTRY HOTEL로 갔다.
다케오 센트리호텔에도 온천탕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다케오에 온 목적은 온천욕이 아니고
두 개의 일본 정원 - 게이슈엔(慧洲園,  이하 혜주원)과 미후네야마라쿠엔(御船山楽園, 이하 라쿠엔)때문이었다.
혜주원과 라쿠엔은 각각 미후네산의 다른 쪽 기슭에 위치해 있다.

숙소 로비에서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다가 정원으로 산책을 나섰다.
커피잔에 미후네산의 풍경이 그려져 있었다.
 


혜주원은 TAKEO CENTRY HOTEL의 뒷쪽에 조성되어 있어 호텔 정원과 같았다(별도 입장료가 있긴 했지만).
산비탈에 넓은 차밭이 펼쳐져 있고 그 아래 철쭉이 돌아가며 심어져 있고 연못과 빨간 다리가 있다.
유명한 정원 설계사인 나카네 긴사쿠라는 사람의 20세기 작품이라고 한다.

정원을 산책하는 두어 시간 동안 정원엔 아내와 나 둘만 있었다.
부드러운 바람이 내내 언덕을 넘어왔고 맑은 새소리가 실려왔다. 
흰 벚꽃들이 무리져 흩날리다 연못 위에 미세한 파문을 만들며 가만히 가라앉았다. 
천천히 흙길을 걸으며 의자가 있으면 쉬고 오두막이 있으면 올랐다. 흐르는 시간이 다디달았다.
아내와 내가 꼽은 이번 여행 최고의 순간이었다.


















해가 설핏해질 무렵 미후네야마라쿠엔(御船山楽園)을 향해 길을 나섰다. 호텔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라쿠엔은
해마다 봄이면(올해는 3월16일부터 4월8일까지) 야간에도 문을 연다.

라쿠엔은 3년에 걸친 작업 끝에 1845년에 완성된 정원이다.

가파르게 솟은 미후네산의 봉우리를 배경으로 약 15만 평에 이르는 정원에는 5만 포기 철쭉을
비롯하여 5천
그루의 벚나무, 단풍나무, 등나무 등이 심어져 있다고 한다.

애석하게도 우리의 여행 시기가 벚꽃은 끝 무렵이고 철쭉은 막 피어나기 시작 무렵이라 절정의
장관에선 조금 비껴 있었다. 그래도 청신한 밤기운이 가득한 정원의 벚꽃 놀이가 주는 감동은 작지 않았다.















↓다케오 여행 안내 사이트에서 퍼온 철쭉이 핀 라쿠엔.  다시 또 다케오를 여행할 이유로 충분한 풍경이다.


저녁식사는 숙소 직원에게  추천 받은 킨노덴뿌라(金ぷら)에서 했다.
봄기운이 무르익은 야간 정원 속 흩날리던 벚꽃의 여운을 
안주 삼아 아내와 부딪히는 봄술이 감미로웠다.

낙화저춘주(落花㡳春酒 : 떨어지는 꽃 아래에서 봄 술을 마시고)
방수하청가(芳樹下淸歌 : 아름다운 나무 아래에서 청아한 노래를 부른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의 방으로 돌아오니 달이 미후네산에서 막 솟아오르고 있었다.
공산토월(公山吐月)!
그 아래 차밭!
문을 열고 베란다에서 아내와 함께 그 모습을 오래 바라보았다.  

 

'여행과 사진 > 일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가사키에서 후쿠오카(끝)  (2) 2018.05.15
나가사키에서 후쿠오카5  (0) 2018.05.14
나가사키에서 후쿠오카3  (0) 2018.05.12
나가사키에서 후쿠오카2  (0) 2018.05.11
나가사키에서 후쿠오카1  (0) 2018.05.1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