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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일본

나가사키에서 후쿠오카2

by 장돌뱅이. 2018. 5. 11.

전차역 마쓰야마마치(松山町) 바로 앞에 평화공원(へいわこうえん)이 있다.
나가사키 하면 떠오르는 원자폭탄 - 그 낙하 중심지와 주변에 조성된 공원이다.
원자폭탄이 투하된 엄청난 비극의 장소라는 선입감이 주는 묵직함과는 달리 공원은 흰 벚꽃이 눈처럼 날리는 나무 그늘 아래로 사람들이 오고 가는 평범한 모습이었다. 세월이 가진, 자연스러운 일상을 회복시키려는 부단한 힘 때문이리라.


1945년 8월 9일 아침 사이판 남쪽 테니안 기지에서 원자폭탄을 싣고 출발한 미 공군 B-29 벅스카(Bockscar)는 원래 목표였던 북큐슈의 고쿠라 상공에 도착했다. 하지만 시계가 나빠 폭격 경로 진입에 수 차례나 실패했다. 일본군의 대응이 시작되고 연료마저 위태로운 수준이 되자 나가사키로 방향을 바꾸었다. '뚱보(Fat Man)'라는 이름의 원자폭탄은 오전 11시 2분에 나가사키 상공에서 강렬한 섬광과 함께 폭발했다.

6-7만 명이 즉사했고 그해 연말까지 추가로 6만 4천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나가사키 인구의 절반이 6개월도 안 돼 죽은 것이다. 누군가 원자폭탄을 만들고 누군가 사용을 결정하고 누군가는 실어 날랐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그 빌미를 제공하는 전쟁을 시작하였다. 비참한 죽음으로 내몰린 건 결국 무고한 국민들 뿐이었다. 이런 비극이 다시없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그 '누군가'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생각해야 한다.

공원에는 원폭 자료관을 비롯하여 평화를 염원하는 여러 가지 조형물과 비석들이 있었다.


↓원폭 중심지에 있는 비. 측면에 2017년 8월 9일 현재 원폭사몰자명봉안수
(原爆死沒者名奉安數) 175,743人이라는 현황판이 붙어 있었다.


↓원폭 중심지에서 500미터 떨어져 있던 우라카미 성당의 기둥 잔해


↓평화의 샘.
원자 폭탄이 투하된 후 고온으로 인한 갈증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물을 찾다가 죽었다고 한다.
평화의 샘 앞에 세워진 비에는 당시를 기록한 한 소녀의 글이 쓰여 있다.

"목이 너무 말라 참을 수 없었습니다. 물에는 기름 같은 것이 떠 있었습니다.
너무나 물이 먹고 싶어 결국 기름이 있는 채로 마셨습니다."


↓거대한 크기의 평화기념상. 
나가사키 출신의 조각가 기타무라 세이보씨가 평화를 기원하며 1955년에 세웠다고 한다.


↓평화기념상 근처 "원폭순난자의비".
"일반시민, 징용공, 여자정신대, 근원학도"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일본어에 문맹인 나로서는 더 이상의 자세한 내력은 알 수 없었다. 당시에 죽은 우리 동포들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했을 뿐이다. 비극을 초래한 당사자 일본 권력의 기본적인 태도에 변함이 없는데 비(碑) 하나가 있고 없음이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마는.

무릇 평화에 대한 갈구는 자신들의 '비평화 행위'에 대한 반성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날의 모든 죽음이 안타깝지만 먼 이국 땅까지 끌려와 갑자기 영문도 모른 채 세상을 떠나야 했던 우리 동포들의 영혼엔 어처구니없음과 억울함이 더해질 수밖에 없다.

 전쟁 당사자로서 일본에게 그 '광란의 시대'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과 자성, 소녀상으로 상징되는 피해 국가와 국민들에 대한 사과란 원칙은 불변이다. 한마디로 평화공원에도 소녀상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그들의 평화는, 평화의 기원은 온전한 것일 수 없다.

나가사키에서 멀지 않은 앞바다에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군함도(軍艦島 군칸지마)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징용이나 다른 갖가지 이유로 일본으로 왔던 우리 동포들 중 일부는 해방 이후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일본에 남았다. 그리고 이른바 '자이니치(在日)'로 불리며 일본 사회로부터 온갖 차별과 불이익을 받아왔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 대한 '진부한' 표현은 여러 가지 이유로 여전히 적절하고 유효하다. 그래서 진부하지 않다. ( 남도 북도  '자이니치(在日)'를 정치적으로 이용만 했을 뿐 그들의 고단한 삶에 진솔한 보호막이 되지 않았다.)


나가사키에 왔으니 짬뽕을 피해 갈 수 없는 노릇.
사람들은 오우라 천주당 앞에 있는 시카이로우(四海樓)가 나가사키 짬뽕의 원조 식당이라고 했지만 호텔 컨시어지의 소개로 숙소인 HOTEL NEW NAGASAKI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먹었다. 짬뽕이 아내와 나의 입맛을 사로 잡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여행의 일부겠다. 컨시어지에서 추천해 주었던 사라우동이 더 맛이 좋았다.


"스미비야끼도리 토리마사 (炭火やきとり 鳥政)"는 숙소에서 가까운 에비수마치(恵美須町)에 있다.
역시 숙소 컨시어지에서 추천을 받았다. 아내에게 맛없는 튀김은 없고 내겐 맛없는 구이가 없다.
이곳 꼬치구이는 아내도 만족했다. 덕분에 생맥주 맛도 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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