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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일본

아내와 나의 첫 일본(끝)- 아리마온천

by 장돌뱅이. 2013. 3. 11.

아침을 또 라멘으로 시작했다.
미국 텔레비젼 드라마 프리즌브레이크의 주인공인 ‘석호필’(스코필드)씨가
다녀갔다는 '카무쿠라(神座)' 에서였다. 입구에는 그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석호필씨는 도톤보리 지점이 아닌 다른 지점을 다녀갔다고 한다.
그가 가장 맛이 있다고 했다는 라멘도, 그의 '가장'이 라멘을 몇 가지나
먹어보고 나온 '가장'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석호필’씨와 상관없이 카무쿠라는 원래 라멘으로 이름난 곳이라고 한다.
딸아이를 따라 시킨 라멘은 앞서 이틀 동안 먹은 라멘보다 보다 야채가
많이 들어간 것이 특이했지만 느끼한 라멘의 맛은 없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세 번의 라멘집 중에 카무쿠라을 일순위로  꼽았다.
아내는 김치가 따라 나오는 라멘을 시켜 그것을 국물 속에 털어 넣고
짬뽕처럼 만들어 느끼함을 상쇄시키려 했으나 김치가 아닌 ‘기무치’라서
그런지 이도저도 아닌 맛이 되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딸아이만은 여전히 라멘의 강자였다.  

 

 

식사를 마치고 이틀 전 저녁에 걸었던 도톤보리와 신사이바시를 잠시
산책했다. 원래는 오전 시간 동안에 히메지성이나 담징의 벽화가 있다는
호오류우사에 욕심을 두기도 했으나 피곤한 아내와 딸아이의 아침잠을
위해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스쳐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나라 말이
자주 귀에 들려왔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임을 알 수 있었다.
크레페를 사먹으려고 줄을 서 있는 중에도 우리나라 사람을 만났다.
엄마와 중학교에 들어가는 딸, 그렇게 둘이서 아이가 오사카를 여행
중이라고 했다. 다정한 친구처럼 둘이서 보내는 모녀의 시간이 오붓해 보였다.  

 


*위 사진 : 아리마온천마을

호텔로 돌아와 체크아웃을 했다. 가방을 한 개로 줄이고 나머지는
뒷날 찾을 요량으로 호텔에 맡겨 두었다. 그리고 한큐 버스 터미널에서
아리마온센(有馬溫泉)행 직행버스를 탔다. 

네기야료후카쿠(ねぎや陵楓閣, http://www.negiya.jp/ 에서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일본 전통의 소형 료칸의 체험을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좀 가격이 낮은 현대화되고 대형화된 네기야에 잡게 되었다.
카이세키요리가 좋다는 소문도 네기야를 택한 이유가 되었다. 
 

버스를 탄지 채 한 시간이 안되어 아리마온천에 도착했다.
아리마온천은 온천이 많은 일본에서도 오래되고 수질이 좋은 온천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온천이 위치한 마을은 버스 정류장도 아주 작고 도로 폭도 좁은
산골이었다. 공중전화로 전화를 하니 수분이 지나지 않아 우리를 맞으러 네기야의
차량이 왔다. 

 

 

숙소의 방배정을 받은 후로 할 일은 온천욕을 하고 방에서 쉬는 일 밖에 없었다.
아니 그 일을 하러 온천에 온 것이다. 원래 나는 급한 성격 때문에 뜨거운 탕에 몸을
담그고 느긋하게 앉아있는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이 탓인지 근래에
들어서는 그것이 예전처럼 싫지만은 않다. 네기야온천은 남탕과 여탕으로 나뉘어
있으며 무슨 이유에서인지 밤사이에 여탕과 남탕이 바뀐다고 했다.
딸아이와 아내는 온천수의 수질에 만족스러워했다.  

 

방으로 돌아와 일본 복장으로 갈아입은 딸아이는 ‘개그콘서트’식 익살을 떨어
아내와 나를 끊임없이 웃게 만들었다.  

 

 

 

저녁식사는 우리방에 우리만을 위해 준비되었다.
카이세키요리는 일테면 일본의 ‘한정식’이었다. 기모노차림의 나이 든 아주머니가
여러 가지 음식들을 차례대로 내왔다. 맛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각각의 음식은
양이 작았지만 가짓수가 많다보니 아내는 음식을 다 먹지 못할 정도로 양이 많았다. 

식사를 마치자 역시 기모노차림의 종업원이 와서 잠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잠자리에서도 딸아이의 익살은 이어졌다.
오래간만에 온 식구가 어울리는편안한 시간이었다.
식구는 밥을 같이 먹여야 한다는 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말이다. 

 

이튿날 아침식사는 공동의 식당에 마련되었다.
어제 저녁의 포식으로 아직 부담감이 남아 있으면서도 막상 젓가락을 들고 보니
밥 한그릇이 쉽게 비워졌다. 식사 후엔 방에서 다시 게으른 자세로 늘어져 있다가
왔던 길을 되짚어 오사카로 돌아왔다.  

공항으로 가기 전 이번 여행의 마지막 식사를 일본식 꼬치튀김인 쿠시카쓰(串カツ)로
했다. 쿠시까츠란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해물, 야채류 등을 작게 잘라 꼬치에 끼워서
튀기는 음식으로 원래 오사카 신세카이(新世界) 지역이 원조라고 한다.
VISTA GRANDE 호텔에서 가까운 도톤보리에도 쿠시카츠 다루마 라는 전문점이 있었다.
안에 들어가니 한글 메뉴와 함께 나의 일본어보다 훨씬 나은 한국어를 구사하는 종업원이
서빙을 해주었다. 생맥주에 쿠시카츠는 기대했던 이상의 조합이었다.
우리는 주머니 속의 동전까지 긁어모아 추가주문을 해야 했다.

남바역에서 간사이공항으로 전철이 출발할 때 매 여행의 끝처럼 변함없이
막연한 아쉬움이 찾아오기도 했지만 우리는 산뜻하고 순탄한 여행에
감사하며 서로 하이파이브를 했다.

(2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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