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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기타24

지난 여행기 - 2003필리핀출장5(끝) 7. 세부 샹그릴라리조트 산에서 내려온 우리는 술판으로 자리를 이어갔고 나는 밤11가 넘어서야 호텔로 돌아올수가 있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샤워를 하고나서 나는 호텔의 이곳저곳을 산책했다. 바다는 검은 어둠으로 막혀 있었다. 파도소리만 들리는 바닷가에 잠시 앉아 있다가 수영장으로 와 의자에서 누워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구름이 흘러가는 사이로 별들이 지워졌다간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어떤 별은 일초에 지구를 일곱바퀴 반이나 돌 수 있는 빛의 속도로 달려도 수만년이 걸리는, 영원히 가볼 수 없을 만큼 멀리 있다는데 지금 여기에 누워 내가 볼 수 있는 저 별빛들은 얼마나 아득한 시간과 공간을 넘어 내게 오는 것일까? 무슨 인연으로 나는 이 낯선 곳에 누워 그들을 맞고 있는 것일까? 지금 내가 고개를 들어 잠시.. 2017. 9. 9.
지난 여행기 - 2003필리핀출장4 6. 세부 CEBU 아침 일찍 공항으로 나가 세부행 비행기를 탔다. 필리핀 인 S와 동행이었다. 그와 함께 세부에 있는 그의 에이젼트와 미팅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부엔 나의 절친한 후배가 한명 살고 있다. 십년 간 잘 다니던 우리나라 대기업 직장을 그만두고 중국으로 건너가 몇 년인가를 머물더니 느닷없이 필리핀으로 옮겨 마닐라를 거쳐 세부에 자리를 잡으면서 공부와 일을 하고 있는 다소 괴짜같은 인생을 사는 후배였다. 세부에서의 첫 비즈니스 회합에 더하여 그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세부는 오랜 전통을 가진 남부 필리핀의 항구 도시이다. 1521년 스페인 원정대의 마젤란이 도착했을 때 이미 “태국과 중국, 아라비아에서 온 많은 선박들이 있었다”고 기록은 전한다. 지금도 세부는 .. 2017. 9. 8.
지난 여행기 - 2003필리핀출장3 5. 마닐라 식당 이번 출장 중 마닐라에서 두 번의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나는 두 명의 필리핀인 S와 G에게 안내를 위임했지만 필리핀 음식을 희망했다. 그들의 안내로 가 본 곳이 IHAW-IHAW와 KAMAYAN이었다. 필리핀 음식에는 말레이 족의 음식을 바탕으로 중국, 스페인, 미국 등 필리핀의 역사를 장식하는 여러 이민족들의 문화가 스며 녹아 있다. 특히 300년 이상 필리핀을 지배했던 스페인은 정치적인 영향력만이 아니라 필리핀의 음식문화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1). IHAW-IHAW 식당 *위 사진 : 식당 IHAW-IHAW *위 사진 : 통돼지 바베큐 레천 S가 나를 위해 주문한 음식 중에 새우를 넣은 시니강(SINIGANG)과 통돼지 바비큐인 레천(LECHON)이 기억에 남는다. 특.. 2017. 9. 8.
지난 여행기 - 2003필리핀출장2 3. 인트라무로스 INTRAMUROS *샌티아고 요새에서 본 파시그강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상징인 ‘성벽 도시’ 인트라무로스는 파시그강 PASIG RIVER이 마닐라만으로 빠져나가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 거대한 성의 건설은 4백여 년 전에 스페인 정복자 레가스피에 의해 시작되었다. 외부 침입자를 격퇴하기 용이하게 높이 6미터의 성벽으로 둘러싼 이곳에는 오직 스페인 사람과 (필리핀 인과 스페인 인의 혼혈인) 메스티조들만이 살 수 있었다고 한다. 인종주의는 식민지 본질 중의 하나이다. 나는 산티아고 요새에서 나와 로니와 맥주 한병으로 땀을 식히고 다리 쉼을 함 후 인트라무로스 안을 걷기 시작했다. 시간 관계상 오래 산책을 할 수는 없었지만 성안의스페인풍 건축물에서 풍겨나오는 이국적인 분위기는 색다른 맛.. 2017. 9. 7.
지난 여행기 - 2003필리핀출장1 1. 출장빼기 2003년 1월 말, 설날 직전에 3박4일로 필리핀의 마닐라와 세부 출장을 다녀왔다. 회사에 제출하는 출장 보고서의 공식적 내용을 뺀 - 이른바 '출장빼기'의 내용을 적어본다. 6년 전인가 나는 역시 출장으로 마닐라를 다녀온 적이 있다. 마닐라 외곽의 공장매입을 위한 사전 SURVEY가 출장의 목적이었다.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낮동안은 온통 차를 타고 다녔다는 것과 미팅, 저녁엔 하루도 거르지 않았던 술자리뿐이었다. 모든 것이 사업 상대방이 마련한 일정과 자리라 나의 생각과 의지가 개입할 수 없었기에 내가 어느 길을 돌아다녔고, 어느 곳에서 술을 마셨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러니 일의 내용을 뺀다면 꼭 그것이 마닐라를 다녀왔다고 할 수 없는, 일테면 방콕이나 자카르타였다고 해도 좋을,.. 2017. 9. 7.
지난 여행기 - 2001콩코출장기(끝) 3. 킨샤사(KINSHASA)에서 짙은 어둠에 묻힌 킨샤사 공항으로 비행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미끄러져 들어갔다. 드디어 왔구나! 나는 안도감과 함께 초행길이 주는 약간의 긴장감을 느꼈다. 책이나 영화에서 본 엉클톰과 쿤타킨테와 피그미족과 부시맨의 땅. 아프리카! WHEN YOU ARRIVE IN KINSHASA BY AIR, YOU WILL BE SURROUNDED BY GANGS OF MILITARY PERSONNEL IN CIVILIAN CLOTHES WHO WILL HOLD YOU, YOUR LUGGAGE AND YOUR PASSPORT HOSTAGE UNTIL YOU GIVE THEM MONEY. IF AT ALL POSSIBLE, HAVE SOMEONE WHO KNOWS THE ROPES M.. 2017. 9. 6.
지난 여행기 - 2001콩코출장기1 출장 기간 : 2001년 4월 하순 - 5월 초순 출장 지역 : 콩고민주공화국 ( D.R.CONGO, 한 때 "자이르"라는 이름을 갖기도 했다, 이하 "콩고") 콩고 역시 이 오래된 출장 때와는 다르게 많은 변화가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어떤 형태와 시기이든 내가 접한 유일한 아프리카이기에 옮겨본다. ======================================================================== 1. 출장과 여행 잘 다니던 든든한 직장을 어느 순간 정리하고 배낭 하나만을 달랑 맨 채, 홀연히 지구상의 오지를 찾아 떠났던 한비야씨는 아프리카 여행에 대한 기대를 다음과 같이 쓴 적이 있다. 아프리카. 나는 이 곳이 인간 본성의 체취를 맡을 수 있고 그 뿌리의 끝을 들여다 보게.. 2017. 9. 6.
아내의 강행군 유럽여행 아내가 3월에 친구들과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체코와 헝가리를 9일 동안 돌아오는 강행군의 일정이었다. 덕분에 거의 매일 한번씩 호텔을 체크인·체크아웃을 해야하는 진기한 경험도 했다고. ^^ 아마 내가 그런 여행 일정을 짰다면 아내는 "이게 여행이야? 극기훈련이지. " 라며 고개를 저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하니 나름 재미있었다고 한다. 아내가 핸드폰으로 찍어온 사진 몇장을 올려본다. 2017. 4. 24.
타히티와 보라보라 딸아이가 신혼여행으로 타히티와 보라보라를 다녀왔다. 맑고 푸른 바다. 수평선. 그 위의 흰 구름. 환한 햇살. 행복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추적이는 오늘 다시 보니 더욱 화사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고 활짝 활짝 문 열리던 밤의 모닥불 사이로 마음과 마음을 헤집고 푸르게 범람하던 치자꽃 향기, 소백산 한쪽을 들어올린 포옹, 혈관 속을 서서히 운행하던 별, 그 한 번의 그윽한 기쁨 단 한번의 이윽한 진실이 내 일생을 버티게 하지도 모릅니다 -고정희의 시,「겨울사랑」중에서 - 2014.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