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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술만 더 먹어보자25

한 술만 더 먹어 보자 19 귀농을 한 아내의 친구가 올 가을에도 앞마당에서 거둔 대봉을 보내주었다. 친구는 마트에 나온 상품처럼 미끈하지 않고 생채기가 있다고 미안해했다.그까짓 게 무슨 상관이겠는가.감과 함께 넉넉하고 훈훈한 기운도 전해 오지 않았는가. 감나무에 매달린저 붉은 감들이 아니었으면십일월의 하늘은얼마나 쓸쓸했으리해마다 잊지 않고 보내주는그대 감 한 상자 없었으면해 저무는 서쪽 하늘은또 얼마나 허전했으리연꽃 닮은 대봉감 앞에 놓고가슴에 가만히 가슴을 대보는늦가을 저녁- 고증식, 「안부」-아파도 먹어야 하고 나아도 먹어야 한다. 여행을 다녀와서 한 이틀 죽과 누룽지만 먹었다. 그 힘으로 여독을 걷어낼 수 있었다.그리고 다시 이런저런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사는 건 먹고 사랑하고 기도하는 일이다.1. 고구마달걀부침여행 전 .. 2024. 11. 4.
한 술만 더 먹어 보자 18 요리 블로그나 유튜브를 운영하는 사람은 대단해 보인다.어떻게 거의 매일 새로운 음식을 포스팅할 수 있는 것인지······부엌 살림을 맡고 나서 가끔씩 나도 모르게 말을 할 때가 있다."오늘 점심(저녁)은 뭐 먹지?"일을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정말 마땅한 메뉴가 떠오르지 않아 고민이 되어 하는 말이다.그럴 때마다 아내가 말한다."어때? 옛날 내 심정이 이해가 되지? 맛있는 거 해줘."내가 부엌을 무슨 '군사보호구역'이라도 되는 양 쳐다보지도 않던  젊은 시절, 아내가 "뭐 해 먹지?" 할 때마다 나는 소파에 누워   TV를 보며 배짱이처럼 말하곤 했다. "맛있는 거!"지금은 그 말을 아내에게서 그대로 돌려받고 있다. 자업자득이다.(세상 남편들이여! 젊어서 아내에게 말조심 합시다!)나의 요리 실력으로는 매일.. 2024. 10. 22.
한 술만 더 먹어 보자 17 퇴계 이황은 생전에 반찬을 세 가지만 놓고 먹었다고 한다. 제자가 찾아갔을 때 밥을 내주는데 반찬이 무와 가지, 미역뿐이었다. 그런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은 장아찌나 나물, 아니면 그냥 생재료였을 것이다. 제자는 차마 내색을 못 하고 힘들게 먹었지만 선생은 맛있게 먹었다. 소박한 상차림으로 식사를 하는 선비의 단아한 자세가 느껴진다. 조선 미학의 근본이라는 검이불루(儉而不陋,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다)는 이럴 때도 쓸 수 있는 말일 것 같다.보리밥 한 공기 / 반찬은 세 가지 / 김치와 된장과 상추. 먼저 상추쌈을 먹는다. / 상추 한 잎에 / 보리밥 한 숟갈 / 김치 한 조각- / 이래서 김치맛, 상추 맛을 즐긴다. // 다음은 보리밥 한 숟갈 떠먹고 / 된장 한 젓갈 찍어 먹는다. / 구수한 된장.. 2024. 10. 14.
한 술만 더 먹어 보자 16 10월 초순에는 징검다리 휴일이 많았다.손자저하들을 보러 가지 않아도 되어 대부분 아내와 둘이서 보냈다. 그런다고 특별하게 다를 건 없었다. 산책과 카페, 도서관과 독서 ,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하거나 보는 시간이 좀 길어지고 평소보다 외식을 몇 차례 더 했을 뿐이다.밀 키트(Meal-Kit)도 몇 번 주문했다. 김치메밀전병, 메밀국수, 빈대떡처럼 직접 만들려면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나 유명 음식점들의 주요 음식들을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조금 번거로워도 음식은 역시 직접 만들어 먹어야 제맛이다. 먹는 즐거움도 있지만 만드는 즐거움도 있는 것이다.1. 밤죽올 가을엔 밤이 흔하다. 서울 근교에 사는 누님이 산밤이라며 두 상자나 보내준데다 딸아이도 회사에서 받았다면 실한 밤을 한 상자 보.. 2024. 10. 10.
한 술만 더 먹어 보자 15 20년 전에 헤어진 딸을 찾는 어머니의 절절한 사연을 TV에서 본 적이 있다. 어머니는 딸을 찾으면 무엇보다 따뜻한 밥 한 끼를 손수 지어 먹이고 싶다고 했다. 그 '따뜻한 밥 한 끼'는 헤어진 긴 세월 동안 쌓인 아픔과 회한이며 간절한 그리움과 소망인 동시에 그것을 녹여낼 수 있는 해원의 상징일 것이다.옹기종기 모여 앉아 가족과 나누는 따뜻한 밥!상상만으로 우선 마음부터 따뜻해져 온다. 밥 그릇을 가만히 움켜쥘 때 전해오는 살가운 온기에 삶의 긴장과 고단함이 잠시 누그러질 수도 있으리라. 집밥엔 요즘 넷플릭스에서 인기 있는 >의 화려한 상품 음식으론 담아내기 힘든 '무엇'이 있다.1. 단호박죽- 단호박 1개를 20분 정도 푹 삶아서 씨와 껍질을 제거한다.- 삶은 호박과 공깃밥 1개, 그리고 물 600m.. 2024. 10. 7.
한 술만 더 먹어 보자 14 법륜스님이 지은 책 『지금 이대로 좋다』의 첫머리에 이런 글이 나온다.사람은 왜 살까?사는 데는 이유가 없습니다.그냥 삽니다.다람쥐나 토끼는의미를 찾아서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삽니다.천하 만물이 다 그냥 삽니다.'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그렇지 않습니다.존재가 우선입니다.생각하기 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고이미 살고 있다는 말이에요.'왜'가 아니고 '어떻게'입니다.그냥 산다? 요순(堯舜) 시절에 사람들이 불렀다는 격양가(擊壤歌) - '해 뜨면 일하고 해지면 쉬고, 밭 갈아 배를 채우고 우물에서 물을 마시니 임금의 힘이 나와 무슨 상관인가?'와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시절이야 하 수상하지만 해가 뜨면 손자저하 보는 거 외에 특별한 일이 있을 리 없는 백수이고, 잠이 들면 의식이 없으니 맨 정신으론 '배를.. 2024. 9. 30.
한 술만 더 먹어 보자 13 명절 뒤 며칠은 남은 음식을 먹고, 그 뒤 며칠은 남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보냈다.1. 버섯볶음- 달군 팬에 식용유를 3S 두르고 표고버섯(200g), 팽이버섯 1봉, 채 썬 양파 1/2개 넣고 달달 볶다가, - 양념(고추장 1S, 간장 2S, 참치진국 1S, 설탕 1S, 맛술 1S, 다진마늘 1S)을 넣어 다시 볶는다.- 참기름 1S, 통깨와 후춧가루 적당량을 넣어 버무린다. 2. 호박매운볶음- 호박 1개(200g)를 반달 모양으로 썰고 굵은소금을 뿌려 20분 정도 절인 후 물기를 제거한다. - 양파는 굵직하게 채 썰어 식용유 2S를 두른 달군 팬에 위 호박과 함께 볶는다.- 양념(고춧가루 1S, 간장 2S, 맛술 1S, 다진마늘 0.5)에 물엿 1S, 참기름 1/2S, 통깨를 넣고 더 볶는다.. 2024. 9. 23.
한 술만 더 먹어 보자 12 여행에서 돌아와 서둘러 한식을 만들어 먹었다.음식보다 잠깐 동안 멀리했던 것들에 대한 감정적 보상 욕구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만들 줄 아는 게 그나마 한식뿐이기도 하다. 햇감자비 오는 날.찐 감자와 오이냉국으로 점심을 먹었다.묵은 김장 김치도 곁들였다.감자는 올 봄에 난생 처음 내 손으로 심어 지난 주에 캔 것이다. 여러 해 농사를 지은 친구는 가뭄으로 감자 작황jangdolbange.tistory.com찐감자.한식이라기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먹었던 것이라 익숙한 음식이다.포실포실한 느낌이 좋다.김치 혹은 김치볶음밥.앞선 글에서도 말했지만 여행 중 특별히 먹고 싶었던 음식은 아니었지만 돌아와 뭘 먹지 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고 첫 술을 먹을 때 '그래 이 맛이야' 하는 느낌이 드는 음식이다.사실은 냉장고를.. 2024. 8. 30.
한 술만 더 먹어 보자 11 지난달에는 여기저기서 옥수수를 보내주어 옥수수풍년을 맞았는데, 이번 달에는 복숭아가 그렇다. 경기도 장호원 지인에게서 복숭아를 몇 박스 사서 주위에 돌리고 우리도 받았는데 서비스로 한 박스를 더 보내주었다. 거기에 경북 청도가 고향인 친구가 같은 시기에 청도복숭아를 또 보내주었다.복숭아는 저장성이 좋은 과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냉장고에 보관하면 당도가 떨어진다고 해서 최대한 실온에서 버티며 먹어야 한다. 이번엔 아내와 둘이서 먹기에 버거울 만큼 양이 많아서 한동안 매일 아침 복숭아를 먹어야 했다. 그러고도 나중엔 하는 수 없이 냉장고에 보관해야 했다. 덥다 덥다 하지만 더위를 먹으며 과일은 익고 그런 과일을 돌보는 사람들이 있다.1. 꿍팟뽕커리태국 여행을 가면 늘 팟타이, 사떼, 팟퐁커리 소스를 몇 개씩.. 2024. 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