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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술만 더 먹어보자25

한 술만 더 먹어보자 3 아내는 쌈밥을 좋아한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쌈밥을 좋아할 것이다. 물론 나도 그렇다. 총각 때는 별로 그랬던 것 같지 않으니 40년을 함께 살면서 아마도 아내의 식성에 동화된 것 같다.쌈밥 설명에는 '온갖'이라는 말이 들어간다. 상추, 배추, 쑥갓, 머위, 미나리, 취, 케일 등속의 온갖 채소에 심지어 미역이나 다시마까지, 무언가를 쌀만한 너비를 가진 것이라면 다 가능하다. 신 배추김치를 물에 씻어 쌈을 싸먹기도 한다. 거기에 고기, 생선, 밥 등은 물론 밥상에 오르는 온갖 반찬들을 다 집어넣어 먹을 수 있다. 생선은 주로 회를 싸먹지만 고등어나 병어처럼 조림의 살을 발라내어 싸먹기도 한다. 된장, 고추장, 쌈장, 강된장, 약고추장 등 온갖 장(醬) 도 동원된다. 마늘과 양파도 함께 넣어야 하니 수.. 2024. 6. 28.
한 술만 더 먹어보자 2 브런치는 마음을 느긋하게 만들어준다. 아니 음식의 종류에 상관없이 느긋함이 있어야 브런치다.그 때문에 직장에 다닐 때는 주말에나 즐길 수 있었다. 은퇴가 좋은 이유 중의 하나는 매일 아침 브런치를 즐길 수 있다는 데도 있다. 나는 아무래도 '모태 백수' 체질인 듯하다.프렌치토스트, (아직 내가 만들기 어려운) 에그베네딕트, (머랭을 쳐서 만든) 슈플레 팬케이크 따위를 과일과 함께 접시에 올리고, 커피를 내려 음악을 들으며 먹는 시간은 늘 감미롭다. 여행 분위기에 젖어들게도 한다.  브런치브런치(BRUNCH)는 아침(BREAKFAST)과 점심(LUNCH)의 합성어다. 원래 영국 빅토리아시대에 탄생한 말이라고 하며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많은 부르주아들에 의해 브런치는 귀족적인 삶과 부의 상징이었jangdo.. 2024. 6. 25.
한 술만 더 먹어보자 1 음식은 재료와 영양, 칼로리와 맛이라는 독자성에 음식을 사이에 둔 관계의 정서가  더해지며 완성된다. 몸과 마음에 동시에 작용하는 것이다. 일테면, 이런 것이다.  "괜찮아, 한술만 떠봐.""그렇지, 잘했어. 옳지.""한 술만 더 먹어보자."구부정한 모습으로 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오며 이렇게 말해 주는 한 사람, 그런 한 사람이 떠오른다면 우리는 또 살 수 있습니다. 그런 한 사람만 곁에 있다면···언젠가 아플 때드라마에서처럼, 아니면 영화에서처럼, 저렇게 나에게 밥을 떠먹인 일이 있습니다.내가 나에게 그래 준다면, 그렇게 말해 줄 수 있다면 사람은 삽니다.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김제동, 『내 말이 그 말이에요』 중에서 -나는 대개 아내와 둘이서, 혹은 손자저하네와 함께 먹기 위해서 음식을 만든다.그럴.. 2024. 6. 23.
스파게티 혹은 파스타 스파게티? 파스타? 무심코 먹다가 그 차이가 뭔지 헷갈린다.알아보니 파스타는 스파게티를 포함하는 의미다. 그러니까 스파게티는 파스타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파스타는 원래 '가루를 이용한 반죽 또는 밀가루를 이용한 국수 형태의 음식'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스파게티는 노끈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스파고(Spago)'에서 유래한 말로 노끈처럼 길고 동그란 면을 의미한다. 이 면을 사용한 파스타를 그냥 스파게티라고 일컫기도 한다.'근본 없는' 요리 초보인 내가 인터넷을 뒤져 알게 되었으므로 이런 개념이 틀릴 수도 있다.최근에 만든 아래 파스타는 스파게티를 사용했고 이름에 파스타와 스파게티를 혼용했다.내가 파스타를 만들 때 아는 상식은 몇가지 안 된다.1. 구입한 파스타 면  봉투에 적혀 있는 삶는 시간을.. 2024. 6. 9.
"잘 먹어야 혀." 퇴원 후 처음으로 병원에 갔다. 의사가 지정해준 외래 검진 날이다.거동이 불편한 아내로서는 우선 병원까지 가는 게 문제였다.  열흘 전 퇴원할 때는 침대로 누워서 이동할 수 있는  특수구급차를 불렀다. 그런데 병원에서 집까지 불과 5분 이내의 거리를 이동하는데 가격이 7만5천원이라고 했다. 병원 직원의 말로는 보건복지부 지정 가격이라고 했다. 억울하지 않으려면 아프지 말아야 한다. 허리에 착용하는 지지대만 해도 그렇다. 의사가 필요하다고 지시하고 업자는 와서 칫수를 재고 가격을 통고할 뿐이었다. 인터넷의 가격보다 월등히 높았지만  환자의 의견을 제시할 틈이나 네고의 여지는 전혀 없었다. 걸을 때 사용하는 이동보조기도 마찬가지다. 직접적인 의료 행위는 아니지만 환자에게 필수불가결한 이런 것에 의료보험을 적.. 2022. 9. 16.
이제 죽은 먹입니다 오래전 아내의 맥을 짚은 알고 지내던 한의사가 "부인에게 죽도 안 먹이십니까?" 하는 '막말'을 들이댔다. 아내의 맥이 너무 약하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농담조로 한 말이었다.나는 아내의 약한 기력이 나의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 같아 마음이 뜨끔했다.몇달 전 무슨 이야기 끝에 아내에게 물었다."당신은 죽 싫어하잖아?"아내가 즉각적으로 답을 했다."아니야, 나 죽 좋아해."이런 30년을 같이 살고도 아내의 취향도 몰랐다니!부부란 일생을 두고 알아가야 할 사이라고 상투적 변명을 하기엔 내가 무심하긴 무심했던 것같다.사죄하는 의미로 토요일과 일요일 아침마다 죽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인터넷에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죽이 소개되어 있었다.이번에 한국에 다녀오면서는 아예 죽에 관한 책까지 사 왔다.이제까지 만든 죽 중에.. 2012. 8. 11.
라면 이야기 내가 음식을 만든다고 할 때 가장 놀란 사람 중의 한 분이 형수님이시다.왜냐하면 형수님은 아내보다 먼저 나를 알았던 분이기 때문이다.그것도 학창 시절부터니 내 본바탕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장돌뱅이가 음식을 한다는 아내의 말을 들은 형수님의 첫마디는 "삼춘은 라면도 안 끓이는 사람이잖아요."였다.라면····· 그랬다.끓는 물에 면과 수프를 넣으면 단 3분이면 되는 요리를 나는 남이 해주지 않으면 먹질 않았다. 그렇지만 음식 만들기에 게으른 나의 이야기야 벌써 여러 번 반복한 것이니 또다시 길게 꺼낼 필요는 없겠다.어린 시절 내게 라면은 짜장면과 함께 최고의 음식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라면이 최초로 시장에 나온 때는 1963년이고 가격은 10원이었다고 한다. 내가 처음 라면을 맛본.. 2012. 3.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