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손자38

끝나야 할 것들 아직도 눈을 내리고 찬바람을 불어대는 겨울.'그 X' 탄핵.그리고 어린 손자의 감기. 2025. 3. 18.
아이들을 구하자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둘째저하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나는 숲 속의 작은곰이다 어흥!" 하며 얼굴을 들이민다. 얼굴에 검은 점과 붉은 점이 찍혀있다. 이럴 땐 깜짝 놀라서 뒤로 물러서는 시늉을 해야 한다. 또 하루의 놀이가 시작되는 순간이다.둘째는 식구들에게 별명을 붙였다.엄마 아빠는 '일핑'이므로 일을 열심히 하고 늦게 늦게 집에 돌아오라고 이른다. '일핑'이란 저하가 즐겨보는 애니메이션  >에 나오는 캐릭터의 이름을 임의로 변형한 것이다. 할머니는 식사를 준비하는 '얌얌핑'이고 형은 숙제를 해야하므로(그래야 자기가 할아버지와 놀 수 있으므로) '할일핑'이이라고 한다. 나는 저하와 놀아주는(놀아주어야 하는) '놀핑'이다.이 모든 별명에는 할아버지와 가능한 오래 놀겠다는 저하의 의도가 숨어있다.나는 손자.. 2025. 2. 25.
겨울 끝까지 학교 앞에서 손자저하의 하교를 기다리는 일은 설레는 일이다.조금 과장을 한다면 연애 때 애인을 기다리는 것 같다.아내와 딸은 나와 저하가 전생에 연인 사이였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저하는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걸어 나오다 나를 볼 때면 갑자기 뒤돌아서서 뒷걸음을 걷거나 반대로 환한 얼굴로 소리를 지르며 나를 향해 달려들기도 한다. 나로서는 두 가지 다 유쾌하다. 어떨 때는 눈에 안 띄게 숨어있다가 교문 앞에서 어리둥절해 이리저리 나를 찾는 저하 등뒤로 다가가 놀래켜 줄 때도 있다. (그런데 이건 한두 번 하고 나니 이제는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해서  나를 찾는 기색도 없이 그냥 친구들과 걸어가곤 한다. 그럴 땐 오히려 내가 놀래서 뒤쫓아가 자수를(?) 한다.)  날이 부쩍 추워졌다.그래도 손자저하는 얼.. 2024. 11. 21.
손자와 보낸 2박3일 손자저하 1호는 축구대회 참가차 아빠와 먼 지방에 가고, 딸아이는 회사 일로 바빠서 주말 2박 3일 동안을  2호 저하와 보냈다. 함께 소방서에 가고 우체국에 가고 아이스크림 가게와 식당엘 갔다.그리고 집 주위 다른 아파트를 돌며 '놀이터 호핑( Playground Hopping)'을 했다.늦가을답지 않게 바람도 없이 맑고 온화한 날씨가 둘만의 바깥 나들이를 도와주었다.집으로 돌아온  2호가 할머니에게 말했다."할아버지랑 놀아주느라 나 많이 힘들어요."그리고 나에게도 확인을 했다."나랑 노니까 할아버지도 재밌죠?"넷플릭스 키즈를 볼 때도 2호는 내 취향을 쿨하게 배려한다."할아버지가 보고 싶은 거 골라요.""그냥 니가 골라.""아니,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걸로."저하의 배려는 진심으로 보인다. 나는 어쩔 .. 2024. 11. 11.
추석 보내기 지난 설날에 손자 저하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올 시간에 맞춰 나는 우리가 사는 층보다 한 층 높은 계단에 몸을 감추고 저하들을 기다렸다. 저하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초인종을 누르려는 순간 '어서 오시라' 하며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 저하들을 놀라게 했다. 별 것 아닌데 두 저하들이 깔깔거렸다.이번 추석에는 저하들의 예상을 깨기 위해 한 층 위가 아닌 아래 층 계단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2호는 차 안에서 잠이 들어 잠시 대기 중이라 했고 1호저하가 혼자서 올라오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왜 이리 오래 걸리지?' 생각하는 순간 '내가 이럴 줄 알았지?' 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하는 나의 '서프라이즈'를 예상하고 다른 층에서 내려 등 뒤에서 제갈공명 같은 역습을 가한.. 2024. 9. 18.
2024 베트남 - 호찌민 3 호찌민의 첫 아침.밤새 비가 요란하더니 아침 하늘이 맑았다.기온도 내려가 얼굴에 부딪는 공기의 촉감이 상큼했다. 자는 아내가 깰까 살짝 문을 닫고 나와 혼자 산책을 했다.인민위원회 청사와 호찌민 동상을 지나 노트르담성당과 그 옆 중앙우체국까지 걸었다.지난 여행 중에도 걸은 곳이라 방향과 길이 낯설지 않았다.마음속으로 기도를 하면서 걸었다. 이럴 때 기도를 해도 '그분' 보시기에 나쁘지 않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다른 생각으로 빠지기 일쑤이던 보통 때와 달리 정주행의 기도를 했다.성당은 수리 중이라 비계(飛階)에 둘러싸여 있어서 성당 앞 성모상에서 화살기도를 올렸다.조국 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해서!, 는 아니고, 그저 이번 여행도 즐겁게 하게 해 달라는 ······,  한국에 있는 손자저하들이 행복하게 하루.. 2024. 9. 3.
방콕 2024년 8월-너에게 손자저하와 가끔씩 문자로 대화를 한다.어떨 때는 카톡을 어떨 때는 문자 메시지를 사용한다.아침에 손자 저하 1호에게서 문자가 왔다. 개학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 갑자기 저하가 물었다."근데 로밍 발신이 뭐예요?" "헉!······" 당황해서 즉각적으로 회신을 할 수 없었다. 같이 오고 싶어 할까 봐 저하에게는 알리지 않고 왔는데 저하 쪽 휴대폰에 로밍 발신이라고 뜬다는 걸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십여 분간 고민을 하다가 말도 안 되는 회신을 했다."전화 연결 방식이겠지?"일단 얼버무리고 딸에게 사태를 수습해 달라는 뜻으로 연락을 했다. 딸이 알려주었다."1호는 할아버지 할머니 여행 간 거 알고 있어요."할아버지 할머니 여행갔다고 했더니 처음엔 '아, 좋겠다 '라고 했다고 한다.그러다 파타야가 아니고 방.. 2024. 8. 23.
하루 또 하루 늦은 밤 카톡."할아버지 내일 와요?"손자저하 1호가 보낸 것이었다."아니? 왜? 무슨 일 있어?"이번 주는 예정했던 두 번을 이미 다녀온 터였다.  "아니요. 그냥요. 내일 아니면 모레는요? 모레는 와요?"질문이 아니라 다녀가라는 저하의 바람이거나 명령이다."그냥? 그래, 그냥 좋지! 갈게.""아침에 일찍 오세요."나는 무조건 복종이다.딸아이와 사위는 나와 저하가 전생에 부부였을 거라고 확신한다. 저하의 카톡 덕분에 오래간만에 딸아이네와 온 식구가 함께 모여 식사를 할 수 있었다.아마 지난봄 태국 여행 이후 처음인 것 같다.일주일에 몇 번은 저하들과 식사를 하지만 맞벌이 부부인 딸아이나 사위 중 한 사람은 대개 일 때문에 빠지기 마련이어서 동시에 한자리에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쉽지 않다. 딸아이는 번거.. 2024. 8. 16.
뛰놀며 자라는 아이들 2 요즘 손자 저하 1호는 리프팅(축구공을 발등으로 제기 차듯 차는 것)을 10개 해야 하는 숙제로 고민 중이다. 일주일 후에 10개를 하지 못하면 고강도의 체력 훈련을 하겠다고 코치선생님이 엄포를 놨단다.나는 유튜브의 리프팅 초급 영상을 편집해서 보내주었다.저하는 그런 내용쯤은 이미 알고 있다고 했다. 이론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게 문제라며 그래도 지치지 않고 땀을 흘린다.방에 걸린 축구 스타 선수들의 사진이 저하의 마음속에 가득 들어있는 듯했다. 2호는 여전히 모든 종류의 탈 것에 진심이다.요즈음은 자가용(킥보드, 자전거)를 타고 먼 곳까지 다니며 원하는 차를 함께 찾아다니고 있다. 아파트 단지 안에 배달 오토바이, 택배트럭과 공사트럭가 있으면 반드시 타보아야 한다.공원관리자들의 전기카트도 지나칠 수 .. 2024. 7.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