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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9

11월의 서울숲 올해는 단풍이 고울 거라던 일기예보는 틀린 것 같다. 예년에 비해 단풍이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 단순히 아름답지 않은 것이 아니라 11월 중순인데도 단풍 든 정도가 제각각이다. 이미 나뭇잎을 다 떨군 나무가 있는가 하면 단풍이 든 나무도 있고 아직 9월인 듯 초록인 상태인 나무도 있다. 아파트 화단의 은행나무는 여전히 초록인데 공원의 은행나무는 그루터기에 노란 잎을 수북이 쌓아놓고 있다. 어느 정도의 편차는 있는 것이겠지만 올해는 유독 심한 것 같다. 아마 11월 초까지 더워서 반팔로 다닐 수 있을 정도이다가 갑자기 초겨울 날씨로 기온이 급강하한 탓인지 모르겠다. 서울숲에도 초가을과 늦가을이 공존하고 있었다. 아직 초록인 나뭇잎들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 저러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단풍이 들 틈도.. 2023. 11. 15.
봄봄봄 꽃꽃꽃 발길 가는 곳마다 봄 봄 봄이고 눈길 닿은 곳마다 꽃 꽃 꽃이다. 마치 무수한 봄들이 여기저기 모여 한꺼번에 터트리는 함성 같다. 예년을 웃돈다는 기온에 날씨도 화창하여 나들이 욕심을 부추긴다. 온몸의 근육도 덩달아 근질거린다. "이런 날 집에 머무는 것은 죄악!"이라고 카톡으로 주위에 선동질을 하고 아내와 길을 나선다. 이미 아파트 화단에 동백꽃이며 목련이며 벚꽃이며 산수유가 만개했다. 며칠 전 읽은 한 소설에 "매화와 동백이 시들 무렵 연노란 산수유가 들판에 봄빛을 불러오고, 아련한 연노랑 빛이 성에 차지 않는다 싶을 즈음 진달래가 산등성을 벌겋게 물들이고, 그 꽃들이 죄 사라진 뒤에야 봄볕에 지친 보랏빛 오동이 숨을 헐떡이며 커다란 꽃잎을 축 늘어뜨려 여름을 알렸는데 요즘은 온갖 꽃들이 동시다발로 .. 2023. 4. 1.
색다른 서울숲 야니님과 아니카님 부부와 뚝섬역 근처 식당에서 콩나물국밥에 모주까지 한 잔 나누고 서울숲을 걸었다. 이미 수십 번쯤은 걸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서울숲이었지만 야니님은 전혀 새로운 곳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덕분에 서울숲에 나비정원과 식물원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이제까지 아내와는 한강변을 걷다가 성수대교 근처에서 서울숲으로 들어와 대각선 방향으로만 걸었다. 약간씩 우회를 하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직선 경로를 벗어나지 않는 최단 거리를 택했던 것이다. 산책도 생활도 가끔씩은 익숙해서 편안한 방식에서 벗어나 일탈을 즐겨보기도 할 일이다. 사는 건 늘 새로운 꿈을 꾸는 것이라 하지 않던가. 서울숲을 나와 번잡한 대로를 걸어 성수동에 있는 카페 "onion"에 갔다. 서울숲을 걷는 날이면 빼놓지 .. 2022. 6. 3.
여기가 어딘가다 목련에 이어 벚꽃이 피더니 이내 흩날리듯 사라지고 바람결에 묻어오는 라일락 향기와 함께 발길 닿는 공원 곳곳에 철쭉이 눈부시다. 사람들이 옮겨 심고 가꾸었다 해도 꽃은 스스로 피어난 것이다. 십일 넘어가는 꽃이 없다 하지만 저 맹렬함을 누가 덧없다 말할 수 있으랴. 짧아서 진하고 더 강렬한 꽃길을 아내와, 그리고 가끔은 마음을 나누는 이웃과 함께 걸었다. ↓ 공원은 바삐 지나치는 곳이 아니라 해찰을 부리는 곳이다. 더군다나 꽃이 있는 시공간임에랴 ······. ↓한강변을 따라간 햇살이 좋은 날에는 윤슬이 반짝여 강물도 꽃이 된다. 아내와 가만히 앉아 그런 강과 오고 가는 사람을 바라보는 시간도 그렇다. 서울숲의 튤립은 작년에 비해 성기게 심어져 있었다. 아쉬워하다가 듬성듬성 빈 공간이 여유로워 보이기도 .. 2022. 4. 29.
가을비 오는 날 새벽부터 시작한 비가 하루 종일 오락가락하며 멈추질 않는다. 하루 사이에 기온도 냉랭하게 떨어졌다. 입동(立冬)이 지난 11월이니 겨울을 재촉하는 비라 해서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내일까지 계속될 비는 단풍을 많이 떨굴 것 같다.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나태주, 「11월」- 아내와 음악을 들으며 빈둥거리다 파전과 수제비를 해 먹기로 했다. 비 오는 날마다 해 먹는 단골 메뉴다. 블로그의 지난 기록을 뒤져보니 작년에도 이 맘 때쯤 비오는 날 해먹었다. (*지난 글 : 2020.11.19 "수제비 당기는 날" ) .. 2021. 11. 8.
구름 보며 걷기 비가 온 뒤끝의 시원한 바람과 고운 햇살을 받으며 아내와 한강변과 서울숲을 걸었다. 하늘에 둥실둥실 흰구름이 여기저기 떠있었다. "어릴 적 보던 구름 같네." 다리쉼을 할 때 하늘을 보며 손오공이나 홍길동의 스승 백운도사가 타고 다니던 구름을 찾아보기도 했다. 구름들은 수시로 모양을 바꾸거나 흘렀다. 실없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시간도 고즈넉하게 지나갔다. 아내와 내가 '수선스런 세상'을 이겨내는 방법이다. 평소에는 내가 먼저 걷고 뒤늦게 출발한 아내가 합류를 해서 각자의 체력에 적절한 운동량을 맞추는데 어제는 처음부터 함께 걷기 시작했다. 12KM의 막바지에 아내는 조금 힘들어 하면서도 끝까지 잘 걸어주었다. 2021. 6. 17.
한강변 100km 걷기 산책은 아내와 나의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산책은 산(살아있는) 책'이라고 했다. 한 발 한 발 구름과 하늘과 바람, 나무와 숲을 느끼며 걷는 것보다 더 나은 배움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산책은 혈액 순환이나 열량 소비를 위한 런닝머신과는 다르게 풍경을 체험하게 한다. 시간과 거리에 구애되지 않고 걸을 수 있는 자유로움도 그렇다. 같은 길을 반복해서 걸어도 느낌은 늘 새롭다. 가끔씩 시간과 거리를 정하고 걷는다. 산책 보다 강도를 조금 높게 잡는다. 걷는 행위에 자극이 되고 목표가 있으니 성취감도 생기기 때문이다. ( https://jangdolbange.tistory.com/1048 ) 추석 전 하루 25km씩 나흘 동안 100km를 걸었다. 1일차 : 동쪽 방향 한강이 흐르는 방향과 반대로.. 2020. 10. 2.
발밤발밤49 - 서울숲 그는 알았다. 저 강물은 영원히 흐르고 흐를 것이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언제나 거기에 있어 늘 똑같은 물이지만, 동시에 늘 새로운 물이라는 것을. -헤르만 헷세, 『싯다르타』에서- 아내와 서울숲을 걸었다. 이른 새벽이라 사람이 거의 없었다. 풀숲 사이에 스멀거리던 어둠의 잔해들이 강물 위로 풀어지고 있었다. 한 여름이지만 새벽 공기는 시원했다. 세상의 모든 시간과 장소는 처음이다. 여러번 걸은 적이 있는 서울숲이라 해도 우리는 생에 두 번 같은 시간과 장소에 서있을 수 없다. 강물이 "언제나 거기 있어 똑같은 물이지만 동시에 늘 새로운 물'이듯이. 아내는 문득 지난 봄 세상을 떠난 사람과 언젠가 이 길을 함께 걸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그가 했던 말과 행동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이럴 때.. 2019. 7. 18.
서울숲 서울숲의 저녁 무렵. (2005.11) 2012.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