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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11월의 서울숲

by 장돌뱅이. 2023. 11. 15.

올해는 단풍이 고울 거라던 일기예보는 틀린 것 같다. 예년에 비해 단풍이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 
단순히 아름답지 않은 것이 아니라 11월 중순인데도 단풍 든 정도가 제각각이다. 이미 나뭇잎을 다 떨군 나무가 있는가 하면 단풍이 든 나무도 있고 아직 9월인 듯 초록인 상태인 나무도 있다. 아파트 화단의 은행나무는 여전히 초록인데 공원의 은행나무는 그루터기에 노란 잎을 수북이 쌓아놓고 있다. 어느 정도의 편차는 있는 것이겠지만 올해는 유독 심한 것 같다. 아마 11월 초까지 더워서 반팔로 다닐 수 있을 정도이다가 갑자기 초겨울 날씨로 기온이 급강하한 탓인지 모르겠다.

서울숲에도 초가을과 늦가을이 공존하고 있었다.
아직 초록인 나뭇잎들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
저러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단풍이 들 틈도 없이 얼어서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내년 봄에 새싹이 나는 덴 이상이 없을까?
아내와 한가로이 나뭇잎 걱정을 하며 오래간만에 서울숲을 이리저리 걸었다. 

바람은 마지막 잎새마저 뜯어 달아난다
그러나 세상에 남겨진 자비에 대하여
나무는 눈물을 흘리며 감사한다

길가의 풀들을 더럽히며 빗줄기가 지나간다
희미한 햇살이라도 잠시 들면
거리마다 풀들이 상처를 널어 말리고 있다

낮도 저녁도 아닌 시간에,
가을도 겨울도 아닌 계절에
모든 것은 예고에 불과한 고통일 뿐

이제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모든 것은 겨울을 이길 만한 눈동자들이다

- 나희덕,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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