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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만화『아! 팔레스타인』

by 장돌뱅이. 2023. 11. 13.

아주 작은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와 그 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수백 배 큰 아랍 세계와 전쟁이 벌어졌는데 이스라엘이 이겼다. 왜냐하면 전쟁이 나자 외국에 있던 이스라엘 사람들은 싸우기 위해 서둘러 이스라엘로 돌아오는 반면 아랍 사람들은 반대로 외국으로 도망치기 때문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들로부터 꽤 여러 번 들은 설명이다. 

그럴 때마다 교회에서 배운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작지만 옹골지고 당찬 이스라엘에 비해 몸집만 거대하지 속내는 허약한 골리앗 같은 아랍.
게다가 이스라엘은 또 사막을 옥토로 바꾼 지혜와 끈기, 근면의  '끝판왕'이라고 했다. 
중학교에 가서 알게 된『안네의 일기』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소녀들의 이미지와 겹쳐지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환상의 정점을 찍었다.  서로 관련이 없음에도 나치에 의해 핍박받는 공통점이 내게 그런 인식을 심어주었던 것 같다.
『안네의 일기』도 교과서에 실린 인용문 이외에 지금까지 한 번도 읽지 않았음에도 마치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의 어린 시절엔 작지만 강한 나라의 이미지로 이스라엘과 우리나라 신라가 관념 속에 고정되었고 좋아했던 것 같다. 군말이지만 연전에 '태극기 부대' 집회에 나가는 한 지인에게 물은 적이 있다. 
"시위나 집회야 사람 마음이고 집회에서 미국 국기를 흔드는 것까지도 그나마 억지춘향으로 이해한다지만 이스라엘 국기를 왜 흔드는 거요? "
그가 말했다. 
"몰라. 나는 그런 적 없는데  아마 '기독교쟁이'들이 흔드는 거겠지."
그런가? 성지 순례 때문에? 그렇다면 유대교의 이스라엘 지지로 이어지는 논리가 타당할까?

아니면 어린 시절의 나처럼 미몽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인가? 모르겠다.

* 출처 『아! 팔레스타인』

이번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전쟁의 직접적인 발단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이다.
공중과 육상을 통한 공격으로 이스라엘인 약 1400명이 살해됐다. 약 200명이 인질로 끌려갔다. 그리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 수는 1만 명을 넘어섰으며 그중  절반이 어린이라고 한다. 국제법도 강대국의 중재도 무기력한 이번 전쟁이 어떻게 진행이 될지 오리무중이다.
 
팔레스타인 사태의 원인이나 책임을 두고 닭이 먼저 알이 먼저냐를 논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의미해 보인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한 그 문제의 기원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해법의 방향은 미래와 당위에 두어야 한다.

오래전 이야기지만 우리 사회에 한 어린 소년이 택시 운전사를 살해하고 돈을 훔친 시건이 있었다. 알고 보니 그 소년은 가난한 시골에서 무작정 상경하여 범죄를 저지르기 전 며칠 동안 먹지를 못하고 물로 배를 채우며 지낸 상태였다. 훔친 돈으로 풀빵 따위를 사 먹은 그 소년을 누가 단죄하랴 하는 동정이 일었다. 한편에선 그렇다면 성실하게 일을 하며 가족을 부양하던 그 택시 운전사는,  하루아침에 가장을 잃은 가족의 불행은 무엇이냐는 반론이 나왔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문제를 논의하며 이렇게 결론지었던 것 같다. 우리가 그 소년의 사연에 주목하는 건 그의 범죄 행위를 변론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배가 고프다고 누구도 타인을 죽일 권한은 없다. 다만 그런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그 소년이 혈혈단신 서울로 올라와야 했던 가난과 어린 소년을 아무도 받아주지 않은 도시의 냉담과 무관심을  반성하자는 뜻이다.

하마스의 무고한 시민 살상은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되지 않는다.
이스라엘의 잔인한 보복공격을 비난한다고 해서 하마스의 범죄 행위를 지지한다는 뜻이 아니다.

평화로운 전략이 더 효과적인 결과를 얻어낼 것이다. 폭력 시위는 위협감을 가중시켜 보복성 비인간화의 순환 고리에 불을 붙이게 될 것이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을 뿐이다. 어떤 정치 이데올로기가 되었건 극단에 가까운 신봉자일수록 자신들에게 위협이 된다고 느끼는 집단을 비인간화하는 경향이 강하다. (· · · ) 1900년 이래로 정권 교체라는 어려운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벌어졌던 전 세계의 주요 폭력 및 평화 시위 관련 자료를 모두 수집(한 결과)(· · · ) 놀랍게도, 평화 시위의 성공률이 2배 더 높으며, 폭력적 국가 체제가 붕괴될 가능성은 4배가 더 높다는 결론이 나왔다.

-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중에서 -

다만 테러는 그림자라고 했다. 실체는 따로 있는 것이다.
우리는 조심스레 평화라는 당위의 필터로 그 실체를 걸러보아야 한다.

*2022.09.28 - 추억의 독서 6

 

추억의 독서 6

7. 팔레스타인 꼬일 대로 꼬여 좀처럼 해법이 없어 보이는 중동 분쟁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 시원에 강대국의 책임이 똬리를 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차 세계 대전 와중이었던 1915년 7월

jangdolbange.tistory.com


『아! 팔레스타인』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의 기원과 역사를 서술한 개론서이다.
만화라는 특성상 시각적으로 이해가 편리하고 내용의 전달력이 크다. 요약도 잘 되어 있어 지금 벌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지역의 유혈 사태를 이해하는 적절한 시각을 제공한다. 2012년에 출간 되었지만 오늘의 팔레스타인 비극을 이해하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사태의 본질과 진행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뜻이겠다.

이 책을 읽고  <<피아니스트>>나   <<쉰들러 리스트>>,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 따위의 영화를  다시 보게 되면 아마 이제까지와는 다른 느낌이 들 것 같다.
물론 책을 읽지 않고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는 가자 지구의 학살 뉴스만 보아도 그렇지만.

이번 비극의 와중에 일어난 한 가지 사실에 또 주목하게 된다.

미국 하바드 대학의 하바드 팔레스타인 연대그룹(HPSG)은 하마스의 공격 직후 "오늘의 사건은 진공 상태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지난 20년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팔레스타인들을 "야외 감옥"에 살게 만드는 등 폭력을 가했다면서  이스라엘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하마스의 민간인 살상을 정당화하는 논리라는 비판이 불거졌다. (10월12일, 경향신문)

일부 기업과 고액 후원자들은 이 성명에 서명한 학생들의 자사 취업을 하지 못하게끔 '블랙리스트'에 올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성명에 동참한 하바드 생들에 대한 '신상털기'가 진행되었고 논란은 격화되고 있다.  

미국의 유대인은 정치, 경제, 금육, 학계,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 내 유대인은 약 640만 명으로 미국 전체 인구의 2.1퍼센트 정도지만, 그 영향력은 10배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의 3대 신문인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유대인 소유의 기업이고 유명 로펌의 40퍼센트가 유대계라는 통계가 있다. 미국 50대 기업 중 17대 기업은 유대인이 창업했거나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미국 영화계 또한 유대인이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은 홀로코스트나 과거 유대인의 핍박을 담은 대작 명화를 끊임없이 제작해 유대인의 비극을 전 세계에 계속 상기시킨다. 미국 안에서 강력한 유대인의 정치력과 호비 단체의 힘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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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팔레스타인』중에서 -

지금까지 어떤 일들이 있을 때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가장 강력한 '묻지마' 지지세력이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이제 그  자본의 힘은 대학 내 젊은이들의 자유로운 생각과 상상력까지 통제하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어떨까 돌아보게 한다.

책에 나온 영화 <<천국을 향하여(Paradise Now)>>(2005) 를 유튜브에서 보았다. 무료로 공개되어 있어 누구나 볼 수 있다.  조직의 명령을 신의 부름으로 받아들여 몸에 폭탄을 두르고 투쟁에 나서는 팔레스타인 두 청년의 갈등과 결단이 담담히 그려져 있다. 청년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이 자살폭탄뿐이라고 말한다.


*
『아! 팔레스타인』은 영상 독서토론 모임 "동네북"의 11월 선정 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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