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을10

태릉 - 강릉 숲길 '태강릉 숲길'은 1년에 두 번 (5월 16일 ∼6월, 10월 ∼11월) 개방된다. 단풍도 볼 겸 언덕길을 넘나드는 왕복 3.6km의 길을 걸었다. 단풍이 절정으로 물든 숲은 초록 일색이었던 지난 5월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어서 같은 장소에 온 것 같지 않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퇴색한 잎들이 우수수 흩날렸다. 아직 남아있는 화사한 단풍들도 머지않아 빛이 바래고 떨어질 것이다. 변화는 가장 보편적인 자연의 질서다. 이 말을 이해하면서도 대부분의 시간에 잊고 산다. 그래서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언덕을 넘어 다다른 강릉엔 "강릉(명종대왕 454주기, 인순왕후 심씨 446주기) 기신제향(忌辰祭享)"이 열리고 있었다. 기신제향은 나라에서 지내는 '기일 제사'의 의.. 2021. 11. 6.
태풍이 지나간 뒤 긴 장마에 이어진 몇 차례 태풍이 지나고 하늘이 맑다. 모처럼의 햇살이 반가워 팔을 벌리고 받아보기도 했다. 얼굴에 와닿는 바람엔 어느샌가 가을이 스며있다. "내 삶이 맞는 또 한 번의 가을!" 아내와 산책을 나섰다. 매일 다니는 길이 바뀐 날씨 탓인지 새롭게 다가왔다. 이제 어떤 것은 스러지고 또 어떤 것은 열매를 맺을 것이다. 아니 열매를 맺으며 스러지거나 스러지는 것으로 열매를 대신할 것이다. 인내하며 견디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허락되기를 욕심내며 아내와 기도해 보았다. 먼 산이 한결 가까이 다가선다. 사물의 명암과 윤곽이 더욱 또렷해진다. 가을이다. 아 내 삶이 맞는 또 한 번의 가을! 허나 더욱 성글어지는 내 머리칼 더욱 엷어지는 내 그림자 해가 많이 짧아졌다. -김종길, 「가을」 - 2020. 9. 9.
내가 읽은 쉬운 시 32 - 함민복의「가을」 맹렬하던 매미 울음이 어느 날부터 들리지 않습니다. 대신 아내와 저녁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아파트 화단엔 풀벌레 소리가 가득 합니다. 가을이 온 것입니다. 소슬한 밤기운에 창문을 닫다가 함민복 시인이 전해 주었던 단 한줄의, 그러나 긴 여운의 시를 떠올렸습니다.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2015. 9. 6.
여름 그리고 가을 며칠 사이로 샌디에고의 날씨가 다시 시원해졌다. 한국만큼 뚜렷하지는 않지만 햇빛 속에 가을냄새가 숨어있는 듯 하다. 떠나온 사람에겐 계절도 계절이 오고가는 것도 그리움이 된다. 여름. 언젠가 만리포의 아침, 안개 속을 달려오던 조카녀석이나 아내와 함께 강화도 장화리에서 본 저녁 노을. 그리고 가을. 투명한 햇살과 솜처럼 부풀어올라 잔바람에 쏠리던 억새꽃이나 바라보는 것만으로 배가 불러오던 노란 들판과 그 빛을 닮은 경기도 어느 오래된 절터, 수백년 묵은 아름드리 은행나무하며... 오늘 저녁엔 조동진의 씨디를 찾아서 아내와 들어보아야겠다. "계절은 이렇게 쉼게 오가는데..." 나뭇잎 사이로 파란 가로등 그 불빛 아래로 너의 야윈 얼굴 지붕들 사이로 좁다란 하늘 그 하늘 아래로 사람들 물결 여름은 벌써 가 .. 2014. 10. 15.
곶감 - 충남 논산에서 국회의 쌀협상 비준안 통과와 농민들의 항의 시위 소식을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라디오로 듣다. (2005.11) 2012. 5. 24.
은빛 억새가 있는 산행1 - 오서산 새로운 계절은 언제나 거대한 해일이나 태풍처럼 강산을 뒤덮으며 숨 가쁘게 밀려온다. 벌써 가을도 한창이다. 한 해의 성장과 결실을 마무리 지으며 겨울의 칼바람을 견디기 위한 준비로 부산한 계절은 또 다시 극적인 감동의 모습을 우리에게 드러낸다. 늘 그 자리에 있는 요지부동의 산도 매 순간마다 자신이 품고 키우는 온갖 생명들의 싱싱한 숨소리와 계절에 따른 현란한 탈바꿈의 몸짓으로 가득하다. 가을이 오면 주말마다 바쁘게 지낼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설악산을 기점으로 한, 단풍 소식이 전해지면 나는 자꾸 조급해진다. 단풍이 완연해지기 전에 가을바람에 출렁이는 은빛 억새를 눈과 가슴에 담아두고 싶어서다. 가을이 깊어 누렇게 퇴색한 억새의 모습도 장관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억새의 모습은 줄기에 아직 푸른빛이 남아.. 2012. 5. 24.
늦은 가을의 창덕궁 *위 사진 :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敦化門)이다. 현존하는 궁궐 정문 가운데 가장 오래된 문이다. 12월에 들어 눈이 오고 나더니 갑작스레 겨울이 와버린 듯 하다. 제법 매운 맛나게 밀려온 동장군 첫 기세가 쉽게 물러서지 않을 듯 벌써 며칠째 요지부동이다. 특별히 겨울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출장을 다녀온 뒤라 유난히 빨리 막바지에 이른 듯한 가을의 끝도 좀더 오래 음미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창덕궁 관람은 평소 정해진 시간에 안내원을 따라 정해진 곳을 돌아야 하는 아쉬움이 있는 장소다. 그런데 11월 중에는 일요일에 한하여 자유로운 입장과 관람이 가능했다. 특히 근래에 개방된 후원까지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어 오래 전부터 계획을 잡아두었으나 이런저런 일로 미루다 11월 마지막 일요일인 27일, 자유관람 .. 2012. 4. 17.
가을 단풍을 따라서2 - 대둔산 대둔산(大芚山)은 큰두메산 혹은 큰덩이산을 뜻하는 ‘한듬산’을 한자화 한 것이라고 한다. 산 아래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와 고개를 드니 산머리에 거대한 바위봉우리를 이고 서있는 대둔산이 눈에 들어왔다. 바위들 사이로는 울긋불긋한 단풍이 받치고 있었다. 산행길은 정상까지 오르락내리락이 한번도 없는 가파른 비탈로 이어졌다. 처음에 아내를 생각하여 중턱까지는 케이블카로 오르려 했다. 그러나 한 시간 반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원의 말에 그 생각을 접고 말았다. 만만찮은 경사에 걱정이 되어 아내를 바라보니 아내는 이마에 송글송글 땀을 매단 채 생각보다 잘 오른다. 아내의 꾸준한 운동과 올 가을에 집중된 몇 차례의 산행이 동네 야산도 힘겨워하던 그녀를 드디어 ‘강철의 여전사(?)'로 새로 태어나게 한 것 같다... 2012. 4. 17.
가을 단풍을 따라서1 -치악산 가을바람과 함께 유난히 부산을 떠는 것은 우리 부부만이 아닌 모양이다. 평소 운동이나 산행에 별 관심을 두지 않던 사람들도 텔레비전에 단풍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는 들썩거리는 몸을 주체하기 힘들어하는 것 같다. 극적으로 바뀌어가는 계절의 모습이 사람의 마음마저도 역동적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늘 조바심을 치며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 아내와 나였지만 올 가을에는 주위의 부추김까지 더해지면서 지난 몇 주간 집중적으로 단풍을 따라 몇 곳의 산을 오르거나 걸어보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특별하게 단풍을 쫓아갔다기보다는 산에 오르니 그곳에 숲이 있었고 그 숲에 단풍이 있었다는 표현이 맞다. 억새가 특정한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가을의 정취라면 단풍은 우리 국토의 모든 산들이 지닌 보편적인 가을.. 2012.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