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大芚山)은 큰두메산 혹은 큰덩이산을 뜻하는 ‘한듬산’을 한자화 한 것이라고 한다.
산 아래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와 고개를 드니 산머리에 거대한 바위봉우리를 이고
서있는 대둔산이 눈에 들어왔다. 바위들 사이로는 울긋불긋한 단풍이 받치고 있었다.
산행길은 정상까지 오르락내리락이 한번도 없는 가파른 비탈로 이어졌다.
처음에 아내를 생각하여 중턱까지는 케이블카로 오르려 했다.
그러나 한 시간 반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원의 말에 그 생각을 접고 말았다.
만만찮은 경사에 걱정이 되어 아내를 바라보니 아내는 이마에 송글송글 땀을 매단 채
생각보다 잘 오른다. 아내의 꾸준한 운동과 올 가을에 집중된 몇 차례의 산행이 동네
야산도 힘겨워하던 그녀를 드디어 ‘강철의 여전사(?)'로 새로 태어나게 한 것 같다.
“좋아! 드디어 내년엔 설악산과 지리산이다” 라고 감격해 했더니
“그러고 나면 에베레스트도 가자고 할 사람”이라며 아내는 눈을 흘겼다.
계곡을 벗어나 시야가 터지면서 능선을 따라 동심바위, 입석대, 임금바위, 삼선바위,
장군봉, 왕관바위 등의 바위들이 눈에 들어오자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흔히 아름다운 산에 그렇듯 대둔산에도 ‘남한의 소금강’이란 별명이 붙어 있다.
흐르는 땀을 씻으며 바위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니 그렇다고 대둔산이 ‘명품’ 금강산의
‘짝퉁’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라북도와 충청남도에서 하나의 대둔산을 두고
저마다 도립공원으로 지정한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대둔산 산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두개의 구름다리를 건너는 일이다.
임금바위와 입석대를 잇는 금강구름다리는 무려 81미터의 허공에 걸린 다리이다.
다리의 중간부위에 이르면 다리의 출렁거림이 오금을 저리게 한다.
그곳에서 앞서 가는 아내의 사진을 찍으려고했으나 아내는 뒤돌아보지 않고 훌쩍
다리를 건너가 버렸다. 나중에 들어보니 빨리 건너가야겠다는 생각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금강다리를 건너면 그 위에 다시 허공을 가로지른 급경사
계단으로 된 줄다리를 오르게 된다. 오르는 도중에 뒤를 돌아보거나 아래를 보면
아찔한 스릴이 느껴진다.
대둔산 정상인 마천대에는 근래에 만들어진 이상한 생김새의 거대한 탑이 산을 짓누르
듯 서 있었다. 누가 무슨 이유로 새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산정상을 매우 옹색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산을 오르면서 느꼈던 감동을 끊어놓는 대단히 멍청하고도 우악스런
발상이었다. 아름다운 자연 앞에 우리는 좀더 겸손하고 신중해져야 한다.
아내와 나는 그 탑을 피해 자그마한 원래의 산정상 표지석 곁에서 잠시 땀을 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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