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 :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敦化門)이다. 현존하는 궁궐 정문 가운데 가장
오래된 문이다.
12월에 들어 눈이 오고 나더니 갑작스레 겨울이 와버린 듯 하다.
제법 매운 맛나게 밀려온 동장군 첫 기세가 쉽게 물러서지 않을 듯
벌써 며칠째 요지부동이다.
특별히 겨울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출장을 다녀온 뒤라 유난히 빨리
막바지에 이른 듯한 가을의 끝도 좀더 오래 음미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창덕궁 관람은 평소 정해진 시간에 안내원을 따라 정해진 곳을 돌아야 하는
아쉬움이 있는 장소다.
그런데 11월 중에는 일요일에 한하여 자유로운 입장과 관람이 가능했다.
특히 근래에 개방된 후원까지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어 오래 전부터 계획을 잡아두었으나
이런저런 일로 미루다 11월 마지막 일요일인 27일, 자유관람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아내와 다녀오게 되었다.
창덕궁 안의 모든 관람길은 늦가을의 고궁을 즐기려는 인파로 가득했다.
아내와 나도 그 인파에 섞여 물 흐르듯 흘러 다녔다.
일제강점기에 창경궁과 분리되고 원형이 많이 손상되었다고 하지만 도심의 한복판에
이토록 고운 숲이 남아 있을 수 있는 것은 옛 궁궐 덕분이라 여겨져 혼잡스러운
속에서도 새록새록 고마운 마음이 피어올랐다.
* 위 사진 : 창덕궁을 들어서 인정전으로 향하려면 건너게 되는 자그마하고 야무져 보이는
다리가 금천교(錦川橋)이다. 1411년에 세워졌으니 무려 600년이 되었다.
두 개의 무지개형 받침으로 받쳐지고 있는 다리에는 벽사(辟邪)를 위한
상징물들이 배치되어 있다.
* 위 사진 : 이날 창덕궁의 법전이 인정전에서는 ‘궁중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사진은 ‘만수무(萬壽舞)’의 모습으로 안내서에는 “선계의 영물인 선도를 올림으로써,
군왕의 만수무강을 축원하고 나라가 평안하며 왕업이 융성해서 천만년까지
계계승승하라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면서 추는 춤” 이라고 되어 있었다.
느린 곡조의 음악에 맞춰 느리게 추는 춤보다 악사와 춤꾼이 입은 선명한 색상의
의상이 더 강렬하게 눈에 들어왔다.
* 위 사진 : 왕비의 침전이자 활동공간인 대조전(大造殿)의 지붕. 원래 경복궁에 있던 교태전을
옮겨온 것이다. 가장 많은 조선의 왕들이 승하한 장소라고 한다. 현판의 글씨는
순조의 어필이라고 하며 다른 곳과는 달리 용마루가 없는 지붕에서 직선으로
내리그은 빗살 같은 지붕선들이 아름다워 보였다.
* 위 사진 : 희정당의 측면 구성. 복잡한 듯 하면서도 단정해 보였다.
* 위 사진 : 희정각의 남행각. 마차나 자동차를 타고 현관에서 내릴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라
우리의 전통 건축에서는 없는 형식이라고 하는데, 경쾌하게 끝이 들린 처마밑의
단청이 화려하기 그지없다.
* 위 사진 : 창덕궁에서 후원으로 넘어가는 길목의 담장과 마지막 가을빛이 남은 단풍.
* 위 사진 : 후원의 대표적인 건물로 눈에 익은 부용정(芙蓉亭)과 부용지(芙蓉池).
* 위 사진 : 한반도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반도지라 이름 붙여진 연못 옆에는 부채꼴 모양의
지붕을 한 독특한 정자인 관람정(觀纜亭)이 늦가을의 정취에 물들어 있다.
* 위 사진 : 관람정과 연못을 사이에 두고 언덕 이에 있는 승재정(勝在亭).
* 위 사진 : 옥류천(玉流川)은 창덕궁의 후원에서 가장 북쪽에 있다. 옥류천은 인조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자연의 바위에 홈을 파서 물길을 돌려 매우 작은 인공폭포를
만들었다. 숙종은 “비류삼백척(飛流三百尺)”이라 읊었다지만 가을이라 물은
말라있었고 실제의 높이는 일 미터가 채 안될 듯 보였다.
하지만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 군왕이 자연에 최소한의 인공만을 가하고
나머지를 상상의 힘으로 즐겼다는 데서 선조들의 겸손함과 소박한 멋을 배우게
된다. 사진은 옥류천 주변에 있는 정자 중의 하나인 취한정(翠寒亭)이다.
* 위 사진 : 후원에서 창덕궁으로 되돌아 나와 낙선재에 들렸다.
1989년까지 영왕의 부인이었던 이방자여사가 살던 곳이다.
단정하고 깔끔하면서도 시원스런 느낌이 드는 곳이다.
늦가을의 쇠잔한 햇빛도 이곳의 창문에 비치면 따뜻해 보인다.
아내와 나는 이곳의 담장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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