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벚꽃과 유채꽃이 우리 봄꽃의 대표처럼 행세를 하게 된 세태에 작은 불만을 가지면서 그 대안을 구했을 때 국토는 골골마다 흐드러진 복숭아꽃으로 한 가지 대답을 주었다.
아내와 내가 그곳을 ‘무릉도원’이라 부르면, 그 꽃을 생활로서 대하며 그곳에서 사시는 분들은 꽃그늘의 의미를 읽지 못하는 철딱서니 없는 도시인의 경박함이라 혀를 차실 것이다. 하지만 도시의 탁한 환경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마음 편히 깊은숨을 쉴 수 있고, 우리가 사는 국토에 대한 자부심을 키울 수 있는, 우리 시대에 얼마 남아있지 않은 아름다운 현장을 찾아 찬양하고 싶다는 구실을 붙인다면 그런 질타로부터 조금은 비껴설 수 있을지 모르겠다.
소초면 고항리에서 복숭아꽃을 솎고 있는 한 노부부를 만났다.
“어떤 꽃을 따내는 겁니까?”
“복숭아가 땅쪽으로 열려야 하기 때문에 하늘을 향하고 있는 꽃은 다 따내야 해요.”
고항리에 들어서면서 다른 곳에 비해 덜 화사한 빛을 띤 복숭아밭을 보며 꽃이 많이 졌다고 생각했던 것은 착각이었다. 농부들의 부지런한 손길이 스쳐간 탓이었다.
“이 넓은 밭을 두 분이서 가꾸십니까?”
“그럼 어떡해요. 사람들이 없어서. 복숭아 딸 때까지 앞으로도 손이 징글징글하게 많이 가야 해요.”
할머니는 힘든 표정 앞에 아내와 나의 카메라는 결국 부끄러운 장난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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