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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저 산 아래 내가 쓰러져불겄다 시방

by 장돌뱅이. 2012. 4. 18.

강화도에 고려산까지(?) 있다는 사실은 이제까지 여행지로서 강화도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어왔던 내게 그 점수를 더욱 높여 주어야 하는 이유가 되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강화도는 우리 민족의 시조인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참성단을 비롯, 청동기시대의 유적인 고인돌이 무려 120여기나 있으며, 몽고의
침략에 대항하기 위한 왕궁이 옮겨온 곳이기도 하다. 또한 근대사의 여명에 서양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섰던 처절한 항쟁의 유적이 즐비한 곳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강화도를 일컬어 문화와 신화의 원형질을 담고 있는 땅이라고 말한다.
거기에 바다와 개펄, 산과 들의 수려한 자연이 어우러져 있으니 강화도는 여행자에게
커다란 ‘종합선물세트’ 같은 곳이다.

고려산은 높이 436미터의 높지 않은 산으로 강화읍에서 5km쯤 떨어져 있다. 고구려의
장수 연개소문이 태어났다는 전설이 있다. 또 인도에서 온 스님이 고려산 정상 부근에
있는 연못에 핀 빨강, 파랑, 노랑, 하양, 까망의 다섯 가지 연꽃을 허공에 던져,
꽃이 떨어진 곳에 절을 세웠다는 전설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고려산을 기억하는 것은 그런 전설보다도 봄에 피어나는 진달래
때문이다. 백련사 옆길을 따라 산을 오르면 불과 삼십여 분만에 별로 힘들이지 않고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정상부에 미군부대가 있다는 것이 산행의 맛을 떨어뜨리지만 보기 싫은 그것을
등지고 앞을 내려다보면 온통 분홍빛으로 타오르는 산자락을 볼 수 있다.
그냥 진달래 군락이라기보다는 진달래 꽃사태나 꽃바다라고 해야 어울릴 정도이다.

“미쳤어! 미쳤어!”
“우와! 이게 도대체 뭐냐! 우라질!”

아내와 나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으며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너무 아름다운 풍경에 그런 식으로 감탄을 하는 것은 아내와 나만이 아닌 모양이다. 

     염병헌다 시방, 부끄럽지도 않냐 다 큰 것이 살을 다 내놓고 훤헌
     대낮에 낮잠을 자다니 / 연분홍 살빛으로 뒤척이는 저 산골짜기
     / 어지러워라 환장허것네 / 저 산 아래 내가 쓰러져불겄다 시방

                               -김용택의 시, 「봄날은 간다」중 ‘진달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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