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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추석 연휴 보내기 1

by 장돌뱅이. 2012. 4. 20.

동년배의 주변 사람들로부터
명절기분이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아마 나이들어감에 대한 아쉬움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일 겁니다.

추석빔으로 갈아입은 새 옷(요즈음 이런 풍속은 없어졌지만)과 맛있는 음식,
어른들로부터 받는 용돈의 추석이라면
이미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의 아득한 추억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있을 수 없는 연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어쨌거나 내게는 변함없이 즐거운 명절입니다.

조율이시, 홍동백서, 어동육서, 좌포우혜, 두동미서, 내탕외과 등의
잘 익숙해지지 않는 말들을 되새겨가며 차례상을 차려 절을 하고
식구들과 가평 북한강변의 한 펜션으로 자리를 옮겨왔습니다.

그리고 저물어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저마다 책을 읽고 퍼즐을 풀거나 컴퓨터를 하며
시간도 마음도 강물처럼 길게 풀어놓았습니다.

저녁 시간 강 건너 산위로 둥실 떠오르는 달을 보았습니다.
이룰 수 없는 꿈을 빌기보다는
보름달의 모습이 그렇듯
늘 따뜻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지상에 안식이 깃드는 황혼녘이면
   두 눈에 흐르는 강물들 모여 구만리 아득한 뱃길을 트고
   깊으나 깊은 수심을 만들어 그리운 이름들 별빛으로 흔들리게 하고
   끝끝내 못한 이야기들 자욱한 물안개로 피어오르는 북한강 기슭에서,

   사랑하는 이여
   내 생애 적셔줄 가장 큰 강물 또한
   당신 두 눈에 흐르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 고정희의 시, 「북한강 기슭에서」중에서-

(2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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