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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오대산 첫눈 산행

by 장돌뱅이. 2012. 4. 17.


*위 사진 : 가장 완벽한 단풍은 가을의 논이라고 했던가요? 둔내성우리조트로 가는 도중의
                논은 이미 진한 가을의 빛을 띠고 있었습니다.


돈을 버는 일도 아니면서 가을이 오면 유난히  바빠집니다.

은빛 억새에
현란한 단풍에...
그러지 않아도 장돌뱅이 체질의 내가 요동치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해
주말마다 어디론가 떠나야 할 계획에 마음부터 부산해지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지난 주말 둔내 성우리조트의 예약 소식을 친구녀석이 전해 왔을 때
나는 월정사계곡의 타오르는 단풍을 머리 속에 그리며
며칠을 오대산 등산지도를 보며 지냈습니다.  

토요일 오전,
영동고속도로는 시간이 흐를수록 주차장이 되어갔습니다.
고속도로와 국도를 번갈아가며 바꿔 탄 끝에서야
점심 무렵 성우리조트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짐을 풀자마자 곧바로 인근에 있는 청태산으로 향했습니다.

청태산은 해발1200미터의 높이를 지닌 산이나 차를 가지고 올라갈 수 있는
자연휴양림이 이미 800미터 정도에 위치해 있어 산행 길이는 그리 길지 않은 곳입니다.

전날의 비바람 때문인지 높이 올라 갈수록 단풍은 거의 져버렸고
가지만 곧추 세운 나무들 사이로 희끗희끗 간밤에 내린 눈이 쌓여 있었습니다.

매스컴에 오르내린 이름난 장소가 아니어서 산길은 마냥 한가로웠습니다.
덕분에 우리 두 쌍의 부부는 마냥 호젓한 분위기에 젖어 산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바람은 냉기를 머금고 있었지만  싫지 않았습니다.
하늘은 푸르게 높아 있었습니다.


*위 사진 : 청태산 초입.


*위 사진 : 곳곳의 쌓인 눈과 함께 산 윗쪽은 이미 겨울로 접어 들고 있었습니다.

이튿날 새벽 4시반.
간밤의 과도한 음주로 인한 찌뿌둥함을 아직도 캄캄한 어둠 속에 털어내며
용기를 내어 일어났습니다.

단풍놀이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 일찍 산에 오르고 일찍 빠지는 작전을 택한 것입니다.
나중에 내려올 때보니 엄청난 인파와 차량이 계곡을 메꾸고 있어
현명한 선택을 했던 것으로 자평을 했습니다.  

오대산의 모습도 전날의 청태산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높은 곳으로 오를수록 단풍은 이미 져버렸고
산 곳곳에는 이틀 전에 내린 첫눈이 아직 녹지 않은 채로 남아 있었습니다.

단풍산행이 첫눈산행이 되어버린 것이지만 나쁘지 않았습니다.
산 정상에서 바라본 탁 트인 전망은 단풍에 대한 기대보다 더 큰 감동이었습니다.

거기에다가 천미터가 넘는 두개의 산을 이틀에 걸쳐 연달아 올랐다는
아내의 신기록이 주는 성취감이 몸을 가볍게 했습니다.

비록 오대산은 산세가 완만한 흙길의 육산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친구 부부에게도 그것은 동일한 기록이어서
4명 모두 뿌듯한 마음으로 산을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위 사진 : 상원사에 도착하자 아침 햇살이 산등성이를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위 사진 : 전날의 청태산처럼 오대산 곳곳에도 눈이 쌓여 있었습니다.


*위 사진 : 오대산 정상에 서니 거칠 것 없는 전망 속에 우리의 백두대간이 굽이치고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 속 멀리 흰눈을 머리에 얹고 팔을 벌린 산이 설악산입니다.


*위 사진 : 하산 길에 상원사 부근에 남아 있는 단풍을 잡아 보았습니다.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모셨다는 적멸보궁 앞에 내걸린 불등은 우리네 간절한 소망들로 단풍
               만큼이나 화려했습니다.


*위 사진 : 산행 후의 식사는 가히 '전투'였습니다. 사진 찍을 새도 없이 사라져버린 감자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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