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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10

뉴질랜드 여행11(끝) 여행 마지막 날이다. 아침에 퀸즈스트리트를 오르내리는 무료 셔틀버스를 탔다. 퀸즈스트리트는 오클랜드의 중심가를 남북으로 가르는 대로이다. 버스 안에서 해프닝이 있었다. 위 사진의 맨 뒤는 딸아이고 그 앞은 모르는 중국계 여인, 또 그 앞이 아내였다. 그런데 딸아이는 바로 앞자리의 여인을 엄마라고 착각했던 모양이다. 모자 색과 모양이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장난을 좋아하는 딸아이는 버스를 타고가다 여인의 모자 가운데 동그란 단추를 검지 손가락으로 지그시 눌렀다. 여인이 놀라 뒤를 돌아보았고 더 깜짝 놀란 딸아이가 당황스런 목소리로 엄마와 착각을 했다며 사과를 했다. 맨 뒷자리에서 이 모습을 본 나는 속으로 배꼽을 잡았다. 그리고 딸아이의 모자를 검지 손가락으로 누르며 딸아이 실수를 놀려주었다. 그런데 내리기.. 2013. 8. 16.
뉴질랜드 여행10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거뭇거뭇한 새벽이었다. 2시간(156KM) 정도의 거리에 있는 크라이스트처치 CHRISTCHURCH 돌아보고 공항으로 가기 위해서 좀 서둘러야 했다. 원래는 느긋하게 쉬다가 공항으로 직행하여 이번 여행의 시점이자 마지막 기착지인 오클랜드로 가는 비행기를 탈 생각이었다. 그런데 전날 저녁에 잠시 크라이스트처치를 둘러보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모두가 찬성을 했다. 해글리공원 HAGLY PARK을 산책하고 난 뒤 성당 주변 광장에서 식사를 하고 대성당을 둘러보는 것으로 짧은 크라이스트처치의 일정을 잡았다. 얼마 남지 않은 부식을 정리했다. 버릴 것은 버리고 아직 새 것은 누구나 필요한 사람이 써도 좋다는 꼬리표를 달아 냉장고에 넣었다. YHA는 어.. 2013. 8. 16.
뉴질랜드 여행8 아침에 일어나 날씨부터 살폈다. 마운트 쿡 MT. COOK의 후커 밸리 트레일 HOOKER VALLEY TRAIL을 다녀와야 하므로 날씨가 중요했다. 다행히 비는 그쳐 있었다. 하지만 두터운 구름이 낮게 내려와 있었다. 숙소 뒤편의 산은 구름에 잠긴 채 산자락만 드러내 보였다. YHA 리셉션의 직원은 오늘은 개일 것이라고 희망적인 말을 하다가 끝에 “BUT WHO KNOWS?” 라고 덧붙였다. 하긴 날씨가 인간의 소관일 리 없다. 한국에서부터 먼 길을 왔으므로 맑은 날씨는 YHA의 책임이라고 했더니 “아하!” 하며 유쾌하게 웃는다. 빼꼼하게 밝아오는 동쪽 하늘에 기대를 걸고 출발을 늦추기로 했다. 왕복 네 시간 정도의 트레일이므로 아침부터 서둘 필요가 없었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천천히 준비를 하는 동.. 2013. 8. 16.
뉴질랜드 여행7 살다보면 어떤 사건이 있고 난 후에야 그 보다 앞선 시간에 있었던, 여느 때와는 다른 느낌이나 감정, 행동 등이 혹시 그 사건을 미리 암시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날이 그랬다. 아침에 구름이 낮게 드리우고 비가 내렸다. 전날 오후부터 시작된 비였다. 평소 비오는 날을 싫어해 본 적이 없음에도 (비가 귀한 샌디에고에 살면서부터는 좋아하기까지 했음에도) 이 날의 비는 괜스레 우중충해 보였다. 여행 중이라 맑은 날씨를 갈망해서가 아니었다. 이 날은 데카포 TEKAPO 호수를 돌아서 마운트쿡 MT. COOK 마을까지 가는, 이동이 주요 일정이라 비가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분위기가 차분해서 평소 같으면 좋아해야 맞다. 음악을 들으며 빗길을 달리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그.. 2013. 8. 16.
뉴질랜드 여행6 테아나우를 떠나 와나카 WANAKA 로 향했다. 호수가 있는 와나카까지는 230여 킬로미터로 차로는 3시간 정도를 예상했다. 고속도로라 해도 왕복2차선의 좁은 길이었다. 게다가 개울이나 강을 건너는 모든 다리는 1차선의 일방통행의 길이었다.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길을 최소화 한 것이라고 했다. 가끔씩 양떼가 길을 막아 교통이 지체된다고 들었다. 우리는 은근히 그런 행운과 만나기를 희망했다. 뉴질랜드에 와서 양에게 부쩍 친근감이 더해진 탓이다. 좀 더 가까이에서 놈들을 보고 싶고 손을 뻗어 만져보고 싶었다. 수백 마리의 양들이 길을 건너는 모습도 장관일 것 같았다. 그러나 길가의 풀밭에 고정된 석상처럼 서서 조용히 풀을 뜯는 양들만 보일 뿐 도로를 건너는 무리들은 만나지 못했다. 대신에 여자 목동들의 인도.. 2013. 8. 16.
뉴질랜드 여행5 밤새 비가 창문과 지붕을 두드렸다. 빗소리는 부드럽게 잠을 깨웠고 다시 포근하게 잠을 재워주었다. 아내와 나는 빗소리를 좋아한다. 한옥집 앞마당에 왁자지껄하게 쏟아지는 빗소리나 토닥토닥 텐트의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 그 어느 것이나 감미롭다. 아파트에 살면서부터 빗소리는 듣기 힘든 소리가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비는 그쳐 있었다. 호숫가로 나가 산책을 했다. 구름은 호수와 산, 산과 하늘의 경계를 지우며 가까이 내려와 있었다. 경계가 지워진 호수의 풍경이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으로 보였다. 바람이 없어 호수의 수면은 잔잔했다. 배 한척이 선명한 그림자를 물위에 드리우고 가만히 떠 있었다. 호숫가에 동상이 있었다. 1888년에 이곳을 여행한 최초의 유럽인 매킨넌 QUINTIN MACKINNON 의 동상이었다.. 2013. 8. 16.
뉴질랜드 여행4 테아나우 TE ANAU 를 거쳐 밀포드사운드 MILFORD SOUND를 가는 날. 하늘은 어제보다 구름이 많이 벗겨져 본래의 맑고 파란 색깔을 드러냈다. 퀸즈타운을 벗어나 한참을 달려도 창밖으로 호수의 풍경이 이어졌다. 하늘을 가득 담은 호수는 산과 산, 골과 골 사이를 채우며 오래 우리를 따라왔다. 와카티푸는 뉴질랜드에서 3번째로 큰 호수라고 했다. 그 거대한 크기를 각인시키는 풍경이었다. 호수가 끝나자 초록의 풀밭 속에 점점이 흩어져 풀을 뜯는 양떼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들어왔다. 하늘의 흰 구름과 먼 산 꼭대기에 남아 있는 흰 눈과 함께 어울린 양떼들은 소박하고 정감어린 풍경을 만들어냈다. 아침 냉기는 햇빛에 풀려 나른하게 몸을 감싸왔다. 평화로웠다. 편안했다. 어느 샌가 딸아이는 뒷좌석에서 잠이 .. 2013. 8. 16.
뉴질랜드 여행3 와카티푸 호수 가까이 있는 부두카페 VUDU CAFE는 아침부터 손님들로 북적였다. 실내보다 실외에 좌석이 많았지만 쌀쌀한 아침 날씨 탓에 우리는 다소 비좁은 실내 좌석을 이용했다. 여름에 접어들었음에도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컸다. 여름이지만 낮에는 반팔이, 아침저녁으로는 긴팔이 필요한 날씨였다. 프렌치토스트와 에그베네딕트에 커피를 곁들여 아침식사를 했다. TSS EARN SLOW를 타는 포구는 카페에서 가까웠다. 구름이 낀 날씨였다. 구름 사이로 간간히 햇살이 비춰들었다. 그때마다 호수는 잔물결로 그것을 받아내며 보석처럼 무수히 반짝거렸다. 상쾌한 아침이었다. 우리는 느긋한 걸음걸이로 호숫가를 따라 포구로 갔다. TSS EARN SLOW는 옛날엔 이곳 주민들의 주요 교통수단이었다고 한다. 이제는 호수를 .. 2013. 8. 16.
뉴질랜드 여행2 인천에서 오클랜드까지 가는 항공편은 마일리지를 사용했다. 6개월 전에 예약을 해두었다. 달랑 항공 예약뿐이었지만 그것도 여행 준비라고 친다면 나로서는 가장 오랫동안 준비한 여행이었다. 언제든 취소하면 마일리지가 복원되어 위험성이 전혀 없는 예약이었다. 오후 5시 경에 인천을 출발한 비행기는 뒷날 아침에야 오클랜드에 도착했다. 비즈니스 좌석으로 업그레이드를 받은 것은 행운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좌석만 비즈니스 클라스고 음식은 이코노미와 같은, 일테면 ‘비즈노미’ 좌석이었다. 그래도 편안한 좌석만으로 만족이 흘러 넘쳤다. 뉴질랜드의 시간은 섬머타임이 적용되어(10월 첫째 주부터 3월 셋째주까지) 한국보다 4시간이 앞서가고 있었다. 오클랜드에서 퀸즈타운으로 가는 항공편은 에어뉴질랜드를 이용했다. 스타얼라이언.. 2013. 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