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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기타

뉴질랜드 여행11(끝)

by 장돌뱅이. 2013. 8. 16.

여행 마지막 날이다. 아침에 퀸즈스트리트를 오르내리는 무료 셔틀버스를 탔다.
퀸즈스트리트는 오클랜드의 중심가를 남북으로 가르는 대로이다.
버스 안에서 해프닝이 있었다.
위 사진의 맨 뒤는 딸아이고 그 앞은 모르는 중국계 여인, 또 그 앞이 아내였다.
그런데 딸아이는 바로 앞자리의 여인을 엄마라고 착각했던 모양이다. 모자 색과 모양이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장난을 좋아하는 딸아이는 버스를  타고가다 여인의
모자 가운데 동그란 단추를 검지 손가락으로 지그시 눌렀다. 
여인이 놀라 뒤를 돌아
보았고 더 깜짝 놀란 딸아이가 당황스런 목소리로 엄마와 착각을 했다며 사과를 했다.

맨 뒷자리에서 이 모습을 본 나는 속으로 배꼽을 잡았다. 
그리고 딸아이의 모자를 검지
손가락으로 누르며 딸아이 실수를 놀려주었다. 그런데 내리기 한 정거장 전,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가다가 나 역시 그 여인을 아내로 착각하여 귀 가까이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야 돼.” 
 

 

 

화창한 날씨였다. 햇살을 받은 빌딩과 그 사이로 보이는 바다는 눈이 부셨다.
거리는 유난히 활기가 넘쳐 보였다. 천천히 바닷가를 걸었다.
부두에는 가까운 섬을 오고가는 흰색의 크루즈선들이 정박해 있었다.
푸른 바다위로 요트들이 한가롭게 떠갔다.
 

 

늦은 아침을 먹기 위해 바다와 접해 있는 힐튼 호텔 2층의 해산물 음식점
피쉬 FISH로 갔다. 얼마 전까지 WHITE RESTAURANT 라고 부르던 식당이었다.
주인이 바뀌며 이름이 바뀌었다고 했다.
“잠자리가 좀 불편했으니 먹는 것은 잘 먹어야지.”
다분히 YHA를 의식하여 약간의 아부가 섞인 말로 아내와 딸아이에게 아양을 떨어보았다. 
피쉬의 음식 값은 YHA의 이틀 치 숙박비용과 비슷했다. 딸아이는
(자기 엄마를 닮아) 늘 나보다 한수 위다. 
이미 나의 꼼수를 알고 있다는 듯
무예의 고수처럼 톤을 한껏 낮춘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다음부턴 밥은 맥도날드를 먹더라도 잠은 힐튼에서 자자.”

피쉬의 음식은 만족스러웠다. 서빙을 하는 중년의 백인여성은 정중하고 친절했다.
음식과 상관없는, 뉴질랜드 명물이라는 마누카꿀에 대한 아내의 질문에도 상냥하고 세밀하게 답변을 해주었다.
 

 

 

피쉬를 나와 시내의 이곳저곳을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녔다.
구경을 하고 작은 선물과 기념품을 사고 다리가 아프면 커피를 먹고 아이스크림을 핧으며 깔깔거렸다.
 

 

오클랜드에서 제일 높다는 스카이타워를 돌아보다 카지노에 들어갔다.
잭팟으로 숙소를 힐튼으로 옮기자는 목표 아래 세 식구가 기계 앞에 앉았다.
30분간의 ‘전투’ 결과, 아내는 늘 그렇듯 오클랜드에서도 선전을 했다.
예상 밖으로 나도 선전을 했다. 딸아이만 좀 부진하여 전체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는 드문 기록을 세웠다.
 

 

리고 해가 질 때까지 공원으로 시장으로 다시 걸어 다녔다.   

SAL'S AUTHENTICPIZZA (8 COMMERCE STREET)에서 PIZZA로 저녁을 먹었다.
어릴 적 피자헛으로부터 시작된 딸아이의 피자 사랑이다.
 

 

저녁을 먹고 숙소 쪽으로 향했다. 가급적 퀸즈스트리트를 벗어나 이면 도로를 걸었다. 

하루종일 즐겁게 떠들고 깔깔거리던 아내와 딸아이는 YHA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자고 하자 위와 같은 표정을 지었다. 
방에서는 더 과장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오클랜드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자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을 자축해야 했다.
우리는 숙소의 식당에서 지난 열흘간의 여행을 되짚으며 맥주를 마셨다.

뒷날 아침 일찍 숙소를 체크아웃했다. 출근시간대의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해 좀 일찍 출발하기로 한 것이다. 
리셉션을 물러나올 때 아내가 우리 방 앞 게시판에
딸아이가 쓴 글을 보았느냐고 물었다. 
고개를 흔들고 기대감에 차 게시판을 보러 올라갔다.

잠시 후 나는 급하게 내려와 사진기를 가지고 다시 뛰어 올라가야했다.
칠판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그렇다! 나는 행복한 아빠다! 

   명랑한
   당신 웃음 소리가
   찢어버렸어
   도무지 어찌해볼 수 없던 것들을
   찢어부수고 보여주었어
   하늘을
   푸른 하늘을
   시간과 공간이
   바람처럼 떠도는
   푸르른 하늘로 된 세상을
   열어주었어
   한 번의 명랑한
   당신의 웃음 소리가
           -나해철의 시, "웃음 소리" 중 -


*동영상 첨부 : 2020년 5월30일
*배경 음악 출처 ; 공유마당("봄소풍"과 구재영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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