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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기타

뉴질랜드 여행9

by 장돌뱅이. 2013. 8. 16.

마운트 쿡의 트레일 걷기는 이번 여행의 정점이었다.
이후로 이어지는 며칠간을 이번 여행의 부록이나 보너스라고 생각해도 좋을 만큼
마운트쿡의 감동은 강렬했다. 지나고나니 마운트 쿡 마을에서 이틀 밤만 잘 일이
아니라 최소 하루정도 더 머무르며 후커 밸리 이외의 또 다른 트레일을 하나쯤
더 걸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것은 여행이 지난 다음의 평가이다. 그것은 마치 야구경기에서 강공이냐
보내기 번트냐를 상황이 지난 뒤에 평가하는 것처럼 부질없는 일이다.
당시로서는 의도했던 일정에 대한 기대로 가득했고 그 기대에 충실히 움직였을 뿐이다.

다음 목적지는 빙하지대에 가깝게 있다는 프랜츠 조셉 빙하 마을 FRANZ JOSEF GLACIER TOWN.
지도에서 보듯 마우트쿡 (별표) -트와이젤 - 와나카 -하스트 HAAST -프랜츠조셉 까지
대략 7시간 정도가 걸렸다. 이번 여행에서 하룻동안 가장 오래 운전을 한 날이었다.
 

 

 

 

 

 

길가의 풍경은 변함없이 아름다웠다. 풀과 꽃과 나무, 흙과 바위와 산, 눈과 햇살과 바람,
호수와 강과 바다가 만드는 풍경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천국에 가장 가까운 모습이었다.
 

 

 

 

프란츠조셉은 오직 빙하를 가까이서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을 위한 작은 마을이었다.
걸어서 마을을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이 겨우 십여 분 남짓했다. YHA에 짐을 풀었다.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다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YHA 직원에게 좋은 식당이 있냐고 물었더니
블루 아이스 카페 BLUE ICE CAFE를 추천해 주었다. 맥주와 포크립 PORK RIB 을 시켰는데
추천대로 맛이 괜찮았다.

포켓 당구대가 테이블 옆에 비어있어 딸아이와 큐대를 겨누며 쳐보기도 했다. 아내는 곁에서
맥주를 마시며 우리를 바라보았다. 이런 시간! 뭔가를 찾거나 갈망하지 않아도 되는 무덤덤한
시간이야 말로 여행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평화로움이다.

내일은 헬기를 타고 빙하로 가는 날이다. 변화무쌍한 날씨가 종종 헬기의 이착륙을 막는 모양이다.
이제까지 이동하는 날만 빼곤 날씨가 좋았던 우리의 행운을 믿어볼 뿐이었다.
 

 뒷날 아침 일어나 밖으로 나가보니 비가 부슬거렸다. 산은 구름에 덮혀 있었다.
아무래도 헬기가 뜨지 않을 것 같아 프란츠조셉에서 비가 오는 날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냐고 YHA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웨스트코스트 와일드 라이프센터
WESTCOAST WILDLIFE CENTRE에서 키위 KIWI 를 구경하라고 했다.
조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딸아이에게는 흥미가 없을 곳이었다.

헬기투어를 하는 헬리콥터 라인 HELICOPTER LINE 사무실로 가니 예상대로 첫 비행은
결항이라고 했다. 12시에(11시였던가?) 출발하는 두 번째 투어를 신청해 놓았다.
날씨가 빠르게 개이고는 있으나 출발 1시간 전에 비행여부를 결정한다고 했다.
시간도 죽일 겸 근처 기념품점으로 들어갔다. 아내와 딸아이는 원했던 물건을
발견했다고 즐거워하며 이런저런 기념품을 샀다.

두 번째 투어도 결국 결항이 되었다. 해가 비칠 만큼 날씨는 호전되었으나 헬기가
착륙해야 할 지점에 아직 구름이 많다고 했다. 세 번째 투어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다.
그마저도 가능하다는 확신이 없는 상태였다.

우리가 하려고 했던 투어는 헬기로 산중턱에 올라 그곳에서 2시간 정도의 빙하를
걷는 이른바 헬리 하이크 HELI HIKE 였다. 딸아이는 물론, 정작 헬리하이크를 원했던
아내도 불발된 일정에 그다지 섭섭해 하지 않았다. 이제까지 며칠 동안 곳곳에서
충분히 보지 않았느냐는 것이었다. 사실 애초에 아내가 원하지 않았다면 나도 헬기를
타고 하는 빙하체험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이다. 버스를 타고 가서 빙하 가까이
걸어올라가는 가는 워킹투어라면 몰라도.

예전에는 마을 가까이에서도 볼 수 있던 빙하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점점 산꼭대기
쪽으로 쫓기듯 밀려 올려갔다는데, 기를 쓰고 날틀까지 타고 올라가서 볼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여행의 준비 과정에서 좀 더 많은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었어야 했다.
헬리하이크의 취소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프란츠조셉 경유로 인해 소비된 시간과 노력이 아까웠다.

 

 

 

우리는 다음 숙소인 아서스패쓰 ARTHUR'S PASS를 향해 미련 없이 길을 떠났다.
중간에 바닷가 마을 호키티카 HOKITIKA에서 점심을 먹었다.
호키티카에서는 뱅어 WHITE BAIT 철(9월에서 11월까지)이면 뱅어를 넣어 만든
요리가 유명하다고 책에 나와 있었다. 뱅어피자도 있다고 했다. 철이 좀 지나기는 했지만
우리는 한 음식점에서 뱅어를 넣은 달걀부침을 맛볼 수 있었다. 그다지 입에 감기는 맛은
아니었다. 점심을 먹고 걸어 다니며 마을을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프란츠조셉보다는 컸지만
작은 마을이었다. 특별한 볼거리가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가롭다는 사실만으로 나쁘지 않았다.
 

 

다시 길을 달려 오늘의 잠자리인 아서쓰패스 YHA에 도착했다.
아서쓰패스는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서쪽 해안으로 가는 길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곳이다.
뉴질랜드에서 묵은 YHA 중에서 아내와 딸아이는 이곳의 YHA를 유일하게 만족스러워했다.
3가족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별도 가옥의 거실이며 주방 등이 거의 한국의 팬션 수준이었다.
특히 거실의 벽난로는 우리를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우리 이외의 2 가족은 산악마라톤을
하는 뉴질랜드 부부와 캐나다에서 온 젊은 부부였다.
너무 조용한 사람들이어서 우리가 조심스러웠다.
 

저녁을 먹기 전에 숙소에서 멀지 않은 데블스 펀치보울 폭포 DEVILS PUNCHBOWL
WATERFALL를 보러 나섰다. 왕복 1시간 정도의 거리였다. 길도 험하지 않았다.
폭포는 131미터의 까마득한 높이에서 물안개를 흩날리며 떨어져 내렸다.
발품의 수고로움에 비해 너무도 장쾌한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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