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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기타

뉴질랜드 여행3

by 장돌뱅이. 2013. 8. 16.

 

와카티푸 호수 가까이 있는 부두카페 VUDU CAFE는 아침부터 손님들로 북적였다.
실내보다 실외에 좌석이 많았지만 쌀쌀한 아침 날씨 탓에 우리는 다소 비좁은 실내
좌석을 이용했다. 여름에 접어들었음에도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컸다. 
여름이지만 낮에는 반팔이, 아침저녁으로는 긴팔이 필요한 날씨였다.
프렌치토스트와 에그베네딕트에 커피를 곁들여 아침식사를 했다.
 

 

 

TSS EARN SLOW를 타는 포구는 카페에서 가까웠다. 구름이 낀 날씨였다.
구름 사이로 간간히 햇살이 비춰들었다. 그때마다 호수는 잔물결로 그것을
받아내며 보석처럼 무수히 반짝거렸다. 상쾌한 아침이었다.
우리는 느긋한 걸음걸이로 호숫가를 따라 포구로 갔다.

TSS EARN SLOW는 옛날엔 이곳 주민들의 주요 교통수단이었다고 한다.
이제는 호수를 가로 질러 WALTER PEAK FARM을 돌아오는 관광용으로
소임을 바꾸었다. 하지만 여전히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증기선이다.

배를 타고 가며 바라본 호수 주변엔 2천 미터에 가까운 산들이 우람하게
솟아 있었다. 일부 산봉우리에는 아직도 흰 눈이 남아 있었다. 산 아래
호수 주변으로는 개나리처럼 노란 꽃들이 한창이었다. 마치 계절이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때가 아니라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오는 듯한 풍경이었다.
 

월터피크농장에서는 훈련된 개의 양몰이 시범과 털북숭이 양의 털을 깎는 시연 등을
보여주었다. 양은 품성이 무척 순한 동물이었다. 자신의 몸의 반도 안 되는 작은 개
한 마리에 이리저리 쫓겨 다니다 끝내 한쪽 구석으로 몰리면서도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비명처럼 ‘메에에-’ 하는 울음소리만 냈다. 양에게 먹이를 주면서 털을
만져보았다. 부드러웠다. 딸아이는 이 날 이 후로 양에게 부쩍 호감을 느껴 양의 모습이
들어간 기념품을 자주 찾았다.
 

 

 

 

농장 주변의 오솔길에도 꽃들은 지천이었다. 우리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그 길을 걸었다.  

 

 

 

 

3시간여의 증기선 유람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차의 시동을 걸었다.
어제 공항에서 빌려 숙소로 온 뒤로 만 하루 만에 하는 운전이었다.
아직 우리나라와 반대방향의 운전은 은근한 부담이 되었다.
초보운전 시절처럼 천천히 페달을 밟는 데도 긴장감이 들었다.
30분 정도를 운전하여 간 곳은 번지점프의 발생지라는 카와라우 KAWARAU 강의 다리였다.
 

 

어렸을 적부터 딸아이는 극한의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놀이기구에 탐닉하는 경향이 있다.
무슨 무슨 월드니 랜드니 하는 곳에서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 자이로드롭은 물론,
세계 최고 높이 - 고공 300미터에 있다는 라스베가스 스트라토스피어 호텔의
‘엑스 스크림 X-SCREAM’ 이나 ‘인세니티 INSANITY’ 등도 가볍게 섭렵했다.

뉴질랜드 여행을 계획하며 번지점프를 물었더니 두말없이 “당연하지!”였다.
나 역시 관심은 있었지만 허공에 몸을 날리는 일이 어떨까 하는 상상이 편치만은
않았다. 딸아이가 먼저 뛰기로 했다. 나는 사진을 찍는다는 이유를 들어 나중에
뛴다고 했지만 반드시 그 이유만은 아니었다.^^

딸아이가 점프 준비에 들어갔다. 발목 부위를 수건으로 감싸고 줄로 묶는 동안
표정이 편안해 보였다. 그리고 발판 끝에 섰다. 주저 없이 몸을 날렸다.
딸아이와 함께 내가 떨어지는 듯 가슴이 서늘했다.
점프를 마친 그녀가 흥분된 표정으로 돌아왔다.
“더 잘 뛸 수도 있었는데......”
아쉬워하는 것으로 보아 딸아이도 좀 긴장은 했던가 보다.
 

 

 

 

 

드디어 내 차례.
‘곱단아 사랑해!’
크게 웨치며 뛰어내리는 아내를 위한 쌍팔년도식 이벤트를 생각하기도 했지만
발판 끝에 서자 눈에 보이는 아득한 강바닥이 주는 공포감이 머릿속에도
가득 들어찼다. ‘에라’ 하는 심정으로 몸을 던졌다.
아아아아!
강물이 급격한 속도로 줌인 되며 부딪힐 듯 다가오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뒤에서 무엇인가 내 등을 나꿔채 잡아 다녔다. 몸이 다시 공중으로 치솟았다.
뛰고나자 딸아이 말처럼 한번 더 하면 나도 좀 더 잘할 것도 같았다.
하지만 두 번 하기에는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번지졈프를 마치고 폐광마을인 애로우타운을 거쳐 퀸즈타운으로 돌아왔다.
아직 환했지만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다. 플레임 식당에서 스테이크를 먹었다.
약간 단맛이 있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딸아이는 번지점프의 느낌이 각별했던
모양이었다. 기회가 닿는다면 좀 더 높은 곳에서 한번 더할 것이라 했다.
난 한번으로 충분했다.
우리는 맥주를 나누던 다른 때와는 달리 와인으로 우리의 첫 번지점프를 자축했다.
 

저녁을 먹고 우리는 어제에 이어 다시 한번 더 퀸즈타운 가든을 걷기로 했다.
아직 햇빛이 남아 있었다. 저녁이라 달걀 속처럼 노란 빛을 띄고 있었다.
호수 가까운 의자 앉아 사위어가는 저녁햇살 속의 호수와 퀸즈타운을 바라보았다.
바람이 상큼했다. 푸른 하늘이 많이 드러나 보였다. 오기 전 일기예보에는 강수확율이
높았는데 내일도 비가 오진 않을 것 같았다. 이런 순간이 계속 되었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다. 비로 그런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번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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