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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여름 그리고 가을

by 장돌뱅이. 2014. 10. 15.

며칠 사이로 샌디에고의 날씨가 다시 시원해졌다.
한국만큼 뚜렷하지는 않지만
햇빛 속에 가을냄새가 숨어있는 듯 하다.

떠나온 사람에겐
계절도
계절이 오고가는 것도 그리움이 된다.

여름.
언젠가 만리포의 아침, 안개 속을 달려오던 조카녀석이나
아내와 함께 강화도 장화리에서 본 저녁 노을.

그리고 가을.
투명한 햇살과 솜처럼 부풀어올라 잔바람에 쏠리던 억새꽃이나
바라보는 것만으로 배가 불러오던 노란 들판과 그 빛을 닮은
경기도 어느 오래된 절터, 수백년 묵은 아름드리 은행나무하며...

오늘 저녁엔 조동진의 씨디를 찾아서 아내와 들어보아야겠다.
"계절은 이렇게 쉼게 오가는데..."

나뭇잎 사이로 파란 가로등
그 불빛 아래로 너의 야윈 얼굴
지붕들 사이로 좁다란 하늘
그 하늘 아래로 사람들 물결
여름은 벌써 가 버렸나
거리엔 어느새 서늘한 바람
계절은 이렇게 쉽게 오가는데
우린 또 얼마나 어렵게 사랑해야 하는지

나뭇잎 사이로 여린 별하나
그 별빛 아래로 너의 작은 꿈이
어둠은 벌써 밀려왔나
거리엔 어느새 정다운 불빛
그 빛은 언제나 눈 앞에 있는데
우린 또 얼마나 먼 길을 돌아가야 하는지

*2009년 9월 샌디에고에서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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