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에 이어 벚꽃이 피더니 이내 흩날리듯 사라지고
바람결에 묻어오는 라일락 향기와 함께 발길 닿는 공원 곳곳에 철쭉이 눈부시다.
사람들이 옮겨 심고 가꾸었다 해도 꽃은 스스로 피어난 것이다.
십일 넘어가는 꽃이 없다 하지만 저 맹렬함을 누가 덧없다 말할 수 있으랴. 짧아서 진하고 더 강렬한 꽃길을 아내와, 그리고 가끔은 마음을 나누는 이웃과 함께 걸었다.
↓<어린이대공원>
공원은 바삐 지나치는 곳이 아니라 해찰을 부리는 곳이다.
더군다나 꽃이 있는 시공간임에랴 ······.
↓한강변을 따라간 <서울숲>
햇살이 좋은 날에는 윤슬이 반짝여 강물도 꽃이 된다. 아내와 가만히 앉아 그런 강과 오고 가는 사람을 바라보는 시간도 그렇다. 서울숲의 튤립은 작년에 비해 성기게 심어져 있었다.
아쉬워하다가 듬성듬성 빈 공간이 여유로워 보이기도 했다.
↓<서리풀공원>
3년 전 봄, 일이 있어 근처에 갔다가 함께 있던 일행에게 이곳을 걷자고 제안을 했다. 도중에 생각지 않았던 만개한 철쭉 무더기가 있었다. 일행은 모두 탄성을 지르며 내가 미리 이것을 염두에 두고 자기들을 안내한 것이라고, 서울에서 자랐어도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고, 마치 내가 숨은 비경을 잘 꿰고 있는 고수라도 되는 것처럼 칭찬의 말을 던졌다.
그 풍경을 나누기 위해 작년 비슷한 시기에 아내를 이곳으로 안내했다. 아쉽게도 꽃은 절정이 지나있었다. 올해는 날짜를 조금 앞당겨 가보았지만 (아래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너무 일러 아직 제대로 피어나지 않았다.
다시 일주일 뒤 가까이 지내는 부부와 함께 걸었는데 이번엔 길을 잘못 들어 꽃길이 아닌 엉뚱한 곳을 걷고 말았다. 아내는 세 번이나 갔지만 내가 보았던 최고의 순간을 만나지 못한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내가 생각해도 터무니없는 말로 변명을 해보았다.
"이래서 예수님도 고향땅에선 인정을 못받았던 것일까?"
어딘가 가자고 내가 말한다
어디 갈까 하고 당신이 말한다
여기도 좋을까 하고 내가 말한다
여기라도 좋네 하고 당신이 말한다
얘기하는 동안 해가 지고
여기가 어딘가가 되어간다
- 다니카와 슌타로, 「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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