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을 하기 위해 안산엘 갔다.
고인의 나이 90세. 장례식장은 비통한 슬픔보다는 잔잔한 애도의 분위기였다.
그래도 고인의 지난날을 회상하는 상주인 친구의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황망하지 않고 회한을 남기지 않는 죽음이 어디 있으랴.
잊고 편히 보내드리라고 위로를 건네주었다.
아무도 가까이 오지 말라
높게
날카롭게
완강하게 버텨 서 있는 것
아스라한 그 정수리에선
몸을 던질밖에 다른 길이 없는
냉혹함으로 거기 그렇게 고립해 있고나
아아 절벽!
-이형기, 「절벽」 -
조문을 마치고 나오니 길 건너 편에 "단원고4.16기억교실"이 있었다.
교실과 책상과 걸상과 칠판과 게시판과 사물함은 옮겨왔지만 이름 부르는 목소리와 재잘거림과 뛰어다님과 문 여닫는 소리는 사라진, 누구나 다가설 수밖에 없는 '절벽'이란 시구절이 무의미해지고, 잊으라는 말이 모욕이 되는······.
"잊지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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