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술만 더 먹어보자44 한술만 더 먹어보자 36 다반사(茶飯事)라는 말이 있다.흔히 '예사로운 일이나 항상 있는 일,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 따위를 가리킬 때 쓴다.그러나 원래는 불교 용어로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을 의미한다. 참선을 수행하는데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고 차를 마시고 밥을 먹듯이 일상생활이 곧 선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상징하는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 같은 무명의 중생에게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아 만들고 나누는 일은 거룩한 수도와 정진의 '다반사'가 될 수도 있겠다. 1, 콩나물불고기(3인분)- 전골냄비의 바닥에서부터 콩나물 300g, 대패삼겹살 600g, (채 썬 양파 1/2개 + 큼직하게 썬 대파 1대, 깻잎 10장) 순서로 올리고 그 위에 미리 준비해 둔 양념( 진간장 5T, 맛술 5T, 설탕 3T, 고춧가루 4T,.. 2025. 5. 12. 한술만 더 먹어보자 35 화가 폴 세잔은 "사과 하나로 파리 사람들을 놀라게 하겠다!"고 외치며 많은 사과 그림을 그렸다. 탁자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사과, 흩어져 있는 사과, 바구니에 담겨 있는 사과, 바닥에 떨어진 사과, 벌레 먹고 썩은 사과 등등 그의 사과 그림은 무려 백여 점에 달한다.겨울 내내 아내와 나의 밥상을 든든하게 지켜주었던 김장김치가 봄을 지나며 바닥을 보였다.나는 마지막 남은 두어 포기로 내가 아는 여러 김치음식을 만들며 마치 폴 세잔처럼(?) 말했다."김치 하나로 당신을 놀라게 하겠다."마지막 김장 김치로 만든 음식에 아내는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워했다. 내가 먹어봐도 그냥 평범한 맛인 경우도 있었지만, 뭐 사과에 인생을 건 폴 세잔의 그림 속 사과도 (예술적 감각이 부족한 내 눈에는) 항상 아름답거나 먹음.. 2025. 5. 3. 한술만 더 먹어보자 34 호박꽃 속을 한결같이 맴도는 호박벌처럼젖을 빨다 유두를 문 채 선잠 든 아가처럼나오지 아니하고 그 통통한 살내 속에 있고 싶은- 문태준,「사랑」-아내와 내가 만드는 음식 중에 손자저하들이 좋아하는 몇 가지쯤은 '당연히' 알고 있다.갈비찜, 삼계탕, 치킨마요, 김밥, 미역국, 볶음밥, 어묵조림, 조기구이, 등등.근데 같은 음식을 반복해서 해주다 보니 내가 게으르다는 생각/반성이 들었다.어린 손자저하들에게 알맞은 새로운 음식을 찾아 책과 인터넷을 뒤졌다.그중 저하의 '냉정한' 평가를 통과하며 엄지척을 받은 새로운 음식 몇 가지를 올려본다.1. 북어포 강정- 북어포 100g 2~8cm 크기로 잘라 청주(1T)와 후춧가루를 조금씩 뿌려 양념해 둔다. (물을 살짝 뿌려서 불려도 됨)- 식용유 적당량을 두르고 .. 2025. 4. 24. 한술만 더 먹어보자 33 동네 재래시장 아내의 단골 어물전에서 산 오징어는 싱싱했다.크기도 튼실해서 숙회나 잡채, 볶음 등을 하기에 알맞았다.해물잡채오징어를 사러 간 이유는 딸아이의 생일 상차림으로 해물잡채를 만들기 위해서였다.오징어, 새우, 표고버섯, 피망, 파프리카 따위가 들어간 해물잡채를 만드는 법은 앞선 글( 한 술만 더 먹어 보자 7)에 있다. 아내는 미역국과 전 등 나머지를 맡았다.출산예정일이 가까워지자 어머니께서 서울에서 내려오셨다. 당시 나는 지방에서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도 딸아이는 세상에 나올 기미가 없었다. 병원에서는 '아직'이라고 했다. 그동안 퇴근 후면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 비상대기를 하던 나는 일주일 째 되는 날 저녁에 회사일로 손님과 어쩔 수 없는 저녁 자리를 가졌다. (아내는 회사일이 아.. 2025. 3. 14. 한술만 더 먹어보자 32 막 금주를 결심하고 나섰는데눈앞에 보이는 것이감자탕 드시면 소주 한 병 공짜란다이래도 되는 것인가삶이 이렇게 난감해도 되는 것인가날은 또 왜 이리 꾸물거리는가막 피어나려는 싹수를이렇게 싹둑 베어내도 되는 것인가짧은 순간 만상이 교차한다술을 끊으면 술과 함께 덩달아끊어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그 한둘이 어디 그냥 한둘인가세상에 술을 공짜로 준다는데모질게 끊어야 할 이유가 도대체 있는가불혹의 뚝심이 이리도 무거워서야나는 얕고 얕아서 금방 무너질 것이란 걸저 감자탕집이 이 세상이훤히 날 꿰뚫게 보여줘야 한다가자, 호락호락하게- 임희구,「소주 한 병이 공짜」- 소주 한 병 공짜라는 상술에 '호락호락'해지는 금주 결심이 웃음을 짓게 한다.하긴 공짜라는데 좀 너그러워질 수도 있지 까짓 작심삼일 아니 작심세시간이 .. 2025. 3. 11. 한술만 더 먹어보자 31 옛날부터 왕과 왕실의 무덤에는 명복을 비는 원찰(願刹)을 지었다. 왕을 모시는 경우에는 능침사(陵寢寺)라고 불렀다. 나중에는 이를 조포사(造泡寺)라고도 했는데, 조포사는 말 그대로 두부(泡)를 만든다는 뜻이다.경기도 영녕릉의 신륵사, 경기도 광릉의 봉선사, 서울 선정릉의 봉은사 등이 그렇다. 제사에 쓰는 많은 제수용품 중에서 특히 두부를 대표로 들어 이름을 지은 것에서 두부가 우리 전통 (제사) 음식에서 얼마나 중요했는가를 짐작하게 한다. 사찰은 자연스레 두부 문화를 선도하게 되었고 오직 두부를 먹기 위해 사찰을 찾는 양반들도 있었다고 한다. 고려 말 사람인 목은 이색은 『목은시고(牧隱詩稿)』에 두부에 관한 시를 남겼다.나물국에 오래 맛을 못 느끼더니 / 두부가 삼박하게 맛을 돋우네/이(齒) 성근이가.. 2025. 2. 24. 한술만 더 먹어보자 30 어묵. 어렸을 땐 '오뎅'이라는 말이 익숙했다.'오뎅'은 어묵의 일본말로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어묵과 '오뎅'은 다른 음식이라고 한다. 어묵은 일본어로는 '가마보코(かまぼこ, 蒲鉾 )'라고 하며 생선살을 으깨 만든 음식이고, 오뎅(おでん)은 어묵을 계란, 무, 유부 등속의 재료와 함께 끓인 국물 요리를 말한다. 즉 오뎅은 어묵탕인 것이다.따라서 오뎅탕이란 말은 '어묵탕탕'이 되므로 '역전앞'처럼 좀 이상한 말인 셈이다.>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1700년대에 역관인 이표(李杓)가 쓴 요리책『 소문사설 謏聞事說』에 처음 어묵이 등장한다. 그는 일본에서 어묵을 먹어보고 와서 일본 이름 그대로 '가마보곶(可麻甫串)'이라 표기하였다. 그러나 만드는 법은 일본의 어묵과는 다르다. '가마보곶'은 물고기살을 얇.. 2025. 2. 18. 한술만 더 먹어보자 29 밥은 '사통팔달'이다. 어느 단어와도 잘 어울린다.'이(런) 밥', '저(런) 밥' 하는 식으로 관형어를 앞에 붙여도, '밥은 맛있다'는 물론 '밥은 거룩하다', '밥은 치사하다'처럼 추상적인 서술어를 뒤에 붙여도 말이 된다.단어만 그런 것이 아니다. 실제로도 그렇다. 우리 밥상에 오르는 대부분의 반찬과 국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음식이 아니라 밥과의 조합을 전제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물리지 않고 매일 밥을 먹을 수 있다.다른 음식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채소나 명절 뒤끝의 나물등이 남아 있을 때 한 번에 정리를 하고 싶으면 밥과 함께 비벼서 먹는다. 여기에 고기를 볶거나 육회 상태로 넣기도 한다. 대개 고추장과 참기름, 참깨를 넣어 비빈다. 재료에 따라 고추장 대신 양념간장을 쓸 때도 있다.송송송.. 2025. 2. 10. 한술만 더 먹어보자 28 가끔씩 고구마, 감자, 달걀 따위를 쪄서 (주로 점심에) 한 끼 식사를 한다. 여름에 쪄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던 옥수수도 있다. 만들기가 간단해서 좋고 재료 원래의 은근한 맛도 먹을만 해서 좋다.시절이 시절이라 인터넷에 합성 사진 '네란버거'가 떠돈다고 한다.햄버거 집에서 군바리 몇 놈이 모여서 내란을 모의한 것을 풍자한 것이다.달걀을 삶을 때 보통 나는 2개, 아내는 1개 해서 3개를 삶는데 이번엔 나도 '네란'을 삶아 보았다. 전혀 상관없는 감자도 마찬가지 이유로 4개를 삶았다.감자를 찍어먹고 남은 소금을 '그놈'들에게 뿌리고 싶다.주술을 신봉하는 'XX'들이라고 하니 보통 사람보다 무서워하거나 모욕감을 더 느낄지 모르겠다. 늙은 호박으로 만든 세 가지 음식누님이 직접 농사지은 늙은 호박을 보내주었다.. 2024. 12. 24.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