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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25

추석 보내기 지인에게 잠시 카톡을 쓰는 중에 초인종이 울렸다. '저하'이자 '친구'들이 온 것이다. 일단 그들이 오면 짧은 카톡을 쓰는 것조차도 허락되지 않는다. 오로지 그들에게 전념하라는 요구가 빗발친다. 혹시나 해서 예정보다 조금 빨리 잡채와 닭요리 등의 음식을 만들어 둔 것이 다행이었다. 큰손자는 예전에 없던 바둑판을 들고 왔다. 오목으로 이미 강호를 평정한 듯한 기세였다. 둘째는 오목을 두는 방으로 쫓아와 손으로 가슴을 두드리며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잠시 아내 돌봄을 딸에게 맡겨두고 밖으로 나가 그들과 그네를 타고 공놀이를 했다. 그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맑은 하늘로 퍼져 올랐다. *Music provided by 브금대통령/Track : Lovely Kids - https://youtu.be/.. 2022. 9. 11.
손자친구의 방학 손자친구의 방학. 부모와 함께 짧은 여행과 과학관 등을 다녀오고 마지막 2박 3일을 보내기 위해 우리 집으로 왔다. 늘 그렇듯 밤을 새워 놀겠다는 기세와 함께 가방 속엔 게임을 가득 채워 왔다. '도시의 마블'을 비롯해서 '우노', '개구리', '멘사' 게임 등. 아내와 나는 'GO FISH'와 'MINIANS' 게임 외에 마술 몇가지를 준비해 두고 '귀빈'의 방문을 기다렸다. 우리는 또 친구가 좋아하는 등갈비강정, 해물잡채, 단호박죽과 닭백숙에 피자(구매) 등의 식단도 짜 두었다. 더운 날씨를 무릅쓰고 가스불의 크기를 조절해가며 음식을 만든 노력은 친구의 엄지척으로 보상을 받았다. 친구가 음식을 먹고 엄지척을 하면 대단히 만족, 엄지를 수평으로 누이면 중간, 엄지를 아래로 내리면 다시는 식탁에 올리지 .. 2022. 8. 1.
평온한 날은 평온한 마음으로 손자저하가 집에 오는 날. 점심 무렵에 도착하기에 아침부터 음식을 만들었다. 저하가 좋아하는 치킨마요에 고명으로 쓸 달걀채부터 시작했다. 아내는 미리 준비해두었던 동그랑땡과 김부각을 부치고 튀겼다. 두 명의 저하들은 아무 거나 잘 먹어주어서 우리를 기쁘게 했다. 첫째와 달리 둘째가 콩밥을 잘 먹는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어른들을 위해 샐러드와 불고기, 북엇국 그리고 얼마 전 태국 여행에서 사 온 소스로 "꿍팟뽕커리(Fried Shrimp with Curry Sauce)"를 만들었다. 밥을 먹고 나서 나는 새로운 마술 몇 가지를 첫째에게 알려주었다. 첫째는 신이 나서 그것이 마치 자신이 갈고닦은 비기(秘技)인 것처럼 의기양양 식구들에게 선 보였다. 그리고 늘 그래왔듯 여러 가지 놀이와 게임을 시작.. 2022. 7. 12.
손자저하의 방문 광복절 연휴 끝날 손자저하들이 다녀갔다. 작년에 태어난 둘째로서는 우리집 방문이 처음이었다. 코로나로 매번 아내와 내가 '동궁전'을 찾아 배알(拜謁)했기에 직접 행차를 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작은 얼굴에 마스크를 쓴 모습이 애처로우면서도 귀여웠다. 그래도 시절을 이해하고 있다는 듯 마스크의 답답함을 잘 견뎌주었다. "평온하고 감사한 시간이네." 함께 손자의 취향에 맞춘 몇 가지 음식을 준비하면서 옆에 선 아내가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음식을 만들 때 평온함은 선물처럼 찾아든다. 나는 바싹불고기를 만들고 아내는 김튀각을 만들었다. "나는 고기보다 김튀각이 더 좋아." 고소하라고 고기 위에 잣을 듬뿍 올려 환심을 사려했지만 손자는 간단히 아내의 손을 들어주었다. 내리사랑이라.. 2021. 8. 18.
동등한 사랑 *첫째와 둘째 손자 친구 집안 제사에 첫째 손자 친구를 데리고 갔다. 조카 손주들이 있어 함께 놀며 안아주었는데, 손자 친구가 다가와 사이에 끼어들며 한 마디를 던졌다. "나도 할아버지가 안아주는 거 정말 좋아해." 시샘이 나서 나에 대한 '독점권'을 완곡하게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제까지 손자는 자기 이외에 내가 놀아주는 사람을 보지 못했고, 나와 만나면 자신도 다른 사람과 놀지 않았으므로 이해가 갈만한 일이었다. 예전에 한 회사 동료가 아이의 돌발 행동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병원에서 태어나 처음 집으로 데리고 들어오는 동생을 어린 형이 갑자기 이유없이 때리더라는 것이었다. 동료는 그것을 일종의 본능적인 '자기 영역 보호' 행위가 아닐까 추측했다. 아이는 그 이후 별일없이 잘 자라 지금은 성인.. 2020. 10. 5.
두 번째 손자친구 가늠할 수 없는 아득한 근원의 어떤 곳에서 우리를 향한 인연의 먼 길을 달려온 친구야. "반갑고 고맙고, 사랑해." 핸드폰 화면으로 옹색하게 첫인사를 나누어야 하는 이곳 세상이 미안할 뿐이구나. 며칠 후 만나면 너의 부드럽고 작은 발에 뽀뽀부터 해야겠다. 우유 많이 먹고 푹 자거라. 2020. 9. 13.
손자친구가 오면 '끝'이다? †참치 타다끼 ↑더덕구이 ↑해물잡채 ↑영양부추 차돌박이 무침 "할아버지! 밥 먹고 또 나하고 재미있게 놀자!" 함께 밥을 먹을 때면 손자친구가 하는 말이다. 노는 시간의 시작은 친구에게 전적으로 달렸다. 친구는 숟가락을 놓으며 외친다. "할아버지 이리 와요." 그래서 아내는 내게 친구가 '식사 끝'이라고 선언하기 전에 부지런히 내 몫의 식사를 마치라고 충고를 한다. 친구와 만나면 나의 개인적인 시간은 '끝'이다. 잠깐 화장실에 가도 볼 일 보는 내내 문을 두드리며 빨리 나오라고 재촉을 한다. 딸아이네 가족과 집에서 식사를 한 날. 아내와 사전에 의논하여 딸아이와 사위가 좋아할만한 음식을 골랐다. 주로 일년 가까이 노노스쿨에서 배운 메뉴로 나로서는 나름 총결산의(?) 의미도 있었다. 재료 손질과 소스, 그.. 2019. 12. 9.
무슨 말을 할까요? 친구가 하루가 다르게 자라면서 노는 데 있어 점차 주도권이 친구 쪽으로 기울어 간다. 낚시 해요. 기차 가지고 놀아요. 숨바꼭질 해요. 버스놀이 해요. 마트놀이 해요. 순간순간 놀이를 마음대로 바꾸고 노는 방식도 자기 하자는 대로 따라주어야 한다. 낚시는 친구가 지시하는 고기만 잡아야 하고, 마트에서는 친구가 주는 과일과 채소만 받아야 한다. 숨바꼭질도 친구가 지정해 주는 장소에만 숨어야 해서 숨바꼭질의 본질을 훼손하지만 친구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근자에 들어 친구의 선호도가 타요버스나 뽀로로에서 트리케라톱스와 안킬로사우루스, 브리키오사우루스 등의 공룡으로 옮겨가고 있는 중이다. 친구에 비해 나의 공룡 이름을 외우기는 시원찮지만 '혀돌리기운동'이라고 생각하면서 가까스로나마 친구 수준을 따라갈 생각이다... 2019. 1. 4.
너의 여백에 있어 온 1000일 너와 하루종일 놀다가 온 뒷날에는 온몸이 네가 남긴 감촉의 여운으로 스멀거린다. 꼬옥 힘을 주어 안을수록 빠져나가려고 더욱 버둥거리는 너의 몸짓이며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소리지르며 뛰어다니는 너의 종종걸음과 연이어 터지는 방울소리 같은 웃음이거나 울음. 당당하고 거침없이 뭔가를 요구하는 고집과 순간순간 놀이 주제를 바꾸는 현란함. 기껏 정리해 놓은 물건들을 한 순간에 흩트리는 개구짓에 눈에 보이고 손에 닿는 모든 것을 놀이 대상으로 만드는 재주까지. '어른의 질서보다도 장난감의 무질서 속에 사는' 네 일상의 여백에 할아버지 친구로 있는 것이 벌써 1000일의 되었다니! 친구야, 고맙고 축하해. 2018. 1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