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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친구들은 자란다

by 장돌뱅이. 2023. 3. 1.

몇 해 전 도통 잠을 안 자려고 하는 손자친구에게 엄마가 말했다.
"늦게 자면 할아버지 할머니도 내일 늦게 와."
손자친구는 고개를 저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날 좋아해서 어차피 일찍 올 걸∼! "

그러던 친구가 코로나의 북새통을 지나 어느덧 유치원을 졸업했다.

축구와 스케이트와 스키에 이어 요즈음은 태권도의 스텝과 품세를 뽐내기도 한다.
귀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갑자기 옷자락을 제치고 기마자세를 취했다.
비로소 드러난 위풍당당 초록띠!

그리고 초등학생이 되었다.
방문을 굳게 닫고 입산수도의 도인처럼 비장하게 공부에 매진하는 폼을 잡기도 한다.
방문엔 '11X 7=, 33X7 =, 63x3=, 99x7='  같은 '어려운 공부'하니 출입을 금지해 달라는 공고문이 붙어 있다. 글씨 좀 잘 쓰면 좋겠지만, 뭐 '천재악필 둔재달필(?)'이라는 말을 들은 것도 같아서 ······.

1호를 이어 2호가 같은 길을 따라 자라고 있다.
2호는 코로나의 발현과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서 1호만큼 여행을 많이 다니지 못했다.
부모는 아쉽고 미안하다지만 그거야 부모 마음일 뿐이라는 듯  본인은 씩씩·쾌활·'땡깡'으로 지낸다.
가장 명확하고 단호하게 하는 말은 "싫어!"이다. 
최근엔 "하나, 둘 , 셋, 넷!"까지 세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다시 또 계절은 봄이다.
친구는 생일로 튼튼한 나이테 하나를 더 두른다.

이 세상이 그렇게 빨리 망하진 않을 것 같다
언 땅속에서 개나리 한 뿌리가 저렇게
찬란한 봄을 머금고 있었다니

- 이시영, 「조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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