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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친구들이 있다

by 장돌뱅이. 2023. 9. 2.

친구들은 매일 놀고 먹고 잔다. 웃고 울며, 떼를 쓰고 고집을 피우며 하루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떨어져 있는 시간에도 아내와 나는 늘 그런 모습과 목소리를 눈과 귀에 달고 산다.

1호가 내 핸드폰에 메모를 남겼다.

"나는 원래 요리사가 될 꺼였다. 하지만 나는 과학이 더 재미있어서 과학자가 될 꺼였는데 내가 수요 축구에서 열 골을 넣고, 토요 축구에서 다섯 골을 넣어서 축구 선수로 바꿨다.
또 다른 이유는 내 모든 슛팅이 강해서에요."

지난 6월 아내와 나는 1호 친구와 태국을 여행했다.
여행 중 1호는 한국의 부모에게 카톡을 보냈다. 

"엄마 아빠, 오늘 스노클링 했어요.
잘 지내고 있어요?
잘 지내시면 금요일 오후에 만나요.
잘 지내시지 않으면 남은 시간 동안 잘 지내세요."

"엄마 아빠,
할아버지가 커피를 마시라고 했어요.
제가 안 먹는다고 했는데 계속 먹으라고 해서 할 수없이 먹었는데 사실 코코아였어요 
내일 공항에서 만나요."

자주 형아와 다투지만 사실 2호는 형아 따라쟁이다. 바이올린, 킥보드, 축구, 태권도, 보드게임, 바둑 같은, 형이 하는 모든 것을 같이 하거나 흉내내고 싶어 한다. 

최근에 킥보드를 제대로 타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그냥 밀고 다니는 수준이었다.
킥보드와 안전모는 형이 쓰던 것을 물려받았다. 형아는 인라인스케이트로 갈아탔다.

2호는 1호보다 자기주장이 강하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아빠 손을 잡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우거나

요구 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길에서 주저앉기까지 한다. 
며칠 전에 야단을 맞을 때는 마치 안 듣겠다는 듯 귀를 막으며 버티는 신공(?)을 보이기도 했단다.

 2호와 통화를 했다.
"백화점 에스컬레이터에서 아빠 손 잡았어?"
"안 잡었어."
"위험하니까 다음부턴 꼭 잡아야 돼."
"아니 안 잡을 거야."
혹시나 해서 말을 바꿔 보았다.
"다음에 할아버지랑 같이 가면 손을 꼭 잡자."
그러자 친구는 별안간 큰 목소리로 시원스레 대답했다.
"네!"
옆에서 전화를 걸어준 딸아이가 크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아내에게 큰소리를 쳤다.
"내가 이런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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