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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은퇴가 만들어 준 '성공'

by 장돌뱅이. 2023. 9. 5.

가수 이적은 성공의 의미를 "싫은 사람과 같이 일하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33년의 나의 직장 생활은 완벽히 성공적이지만은 않았다.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주었고 좋은 인연도 있어 감사하는 시간이긴 하지만 자주 '돼 먹지 않은' 인간들과 부대끼는 일을 피할 수는 없었다. 하긴 나도 누군가에게는 '돼 먹지 않은' 존재였을 것이다. 세상엔 하고 싶은 일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행운아들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회사란 '목구멍은 포도청'이란 지고의 가치(?)를 새기며 다니는 곳이고 나 역시도 그랬다. 

은퇴는 내게 '성공'을 가능케 했다.
함께 하기 싫은 불편함과 구태여 어울리지 않아도 되는 선택의 공간을 넓혀주었다.
그리고 직장 생활 동안의 불편한 기억까지도 조금은 너그럽게 돌아볼 수 있는 추가 보너스도 주었다.

최근 몸을 담았던 한 (독거노인 도시락 만들기) 봉사를 주관하는 단체에서 봉사 횟수와 장소를 두고 회원들과 이견이 있었다. 단체는 활동을 파격적으로 다양화하는 새로운 계획을 발표했다. 무슨 '근자감'에서인지 회원들의 동의를 구하기는커녕 소통조차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내놓은 '당신들의 천국' 같은 계획이었다. 단체에게 회원들은 활동을 위한 동반자가 아니라 관리와 활용의 대상화된 자원인 것 같았다.

불쾌감에 한번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 이상은 불필요해 보였다.
'천하무적(?)' 백수에게는 싫은 절은 언제든 떠날 수 있고 평안감사도 내칠 수 있는 '성공'이 보장되어 있지 않은가.
공감할 수 없는 세상 일에  내가 모두 관여하지 않아도 되는, 은퇴가 준 헐거움이 좋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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