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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손자와 보낸 2박3일

by 장돌뱅이. 2024. 11. 11.

손자저하 1호는 축구대회 참가차 아빠와 먼 지방에 가고, 딸아이는 회사 일로 바빠서 주말 2박 3일 동안을  2호 저하와 보냈다. 함께 소방서에 가고 우체국에 가고 아이스크림 가게와 식당엘 갔다.
그리고 집 주위 다른 아파트를 돌며 '놀이터 호핑( Playground Hopping)'을 했다.
늦가을답지 않게 바람도 없이 맑고 온화한 날씨가 둘만의 바깥 나들이를 도와주었다.

집으로 돌아온  2호가 할머니에게 말했다.
"할아버지랑 놀아주느라 나 많이 힘들어요."
그리고 나에게도 확인을 했다.
"나랑 노니까 할아버지도 재밌죠?"

넷플릭스 키즈를 볼 때도 2호는 내 취향을 쿨하게 배려한다.
"할아버지가 보고 싶은 거 골라요."
"그냥 니가 골라."
"아니,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걸로."
저하의 배려는 진심으로 보인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내 의견을 제시해 본다.
"<<기간토사우르스>> 볼까?"
하지만 속 깊은 저하는 이미 나를 위한 추천 영화를 준비해두고 있는 듯하다.
"<<퍼피구조대>>는 어때?"
나는 한번 버텨본다.
"
<<기간토사우르스>>가 좋을 것 같은데···."
저하는 자신은 이미 본 영화를 나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열심이다.
"아니야.
<<퍼피구조대>>가 좋아."

이쯤에서 나는 원래부터 답이 정해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잠시 불순한 의심을 해보기도 하지만 요즈음 친구 사이의 우정은 정치적 연대에서가 아니라 좋은 영화를 공유하는 OTT 연대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으로 저하의 진심을 받아들인다.  <<퍼피구조대>>에 이어 <<최강전사 미니특공대>>와 <<릭키줌>>도 그런 저하의 우정 덕분에 볼 수 있었다.

*퍼피구조대 (출처 : Rotten Tomatoes)

2호는 모르지만 사실 나는 비슷한 경험을 이미 갖고 있다.
1호 저하 덕분이다. 1호 저하는 지금의 2호 나이 때 자주 이렇게 말하곤 했다.
"할아버지 밥 그만 먹고 빨리 와요. 이거 재미있어서 같이 봐야 돼요."
그래서 <<타요버스>>, <<띠띠뽀띠띠뽀>>, <<로보카 폴리>>를 보았다.
옆자리에서 졸음을 참고 있는 내게 1호저하는 묻곤 했다.

"진짜 재밌죠?"
나는 '재미있어야' 했다.

1호는 1박2일 동안 전국의 강팀들이 총 출동했다는 대회에서 예선리그는 통과했으나 16강 토너먼트에서 그만 탈락하고 말았다. 1호는 집에 돌아와 자신이 만든 한 골을 설명하면서도 못내 아쉬워했다.

*🎵Music provided by 브금대통령 🎵Track : 공놀이 -

그대가 값진 삶을 살고 싶다면
날마다 아침에 눈뜨는 순간

이렇게 생각하라.

'오늘은 단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좋으니
누군가 기뻐할 만한 일을 하고 싶다'라고.

- 프리드리히 니체,「값진 삶을 살고 싶다면」-

한 사람, 또 한 사람, 그리고 또 한 사람.
가장 가까운 사람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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