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가 가을에 보내준 고구마.
가끔씩 점심으로 먹어서 소진을 하려고 하지만 아내와 둘이선 한계가 있다.
게다가 손자저하들이 썩 좋아하지 않으니 오래간다.
아내가 맛탕으로 만들어 줘도 크게 반기는 기색이 아니다.
생각해 보니 지금보다 먹을 게 많지 않던 어린 시절에도 나 역시 찐 고구마를 좋아하지 않았다.
이즈음에 먹는 고구마가 어릴 적에 먹은 양보다 더 많은 것 같다.
생소한 이름의 빵 슈톨렌(Stollen)은 딸아이가 사주어 알게 되었다.
독일에선 오래전부터 크리스마스 한 달 전쯤에 이 빵을 만들어 얇게 썰어 조금씩 먹으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렸다고 한다. 안내서에는 차나 커피, 와인과 곁들여 먹으면 좋다고 나와있다.
나만 몰랐지 검색을 해보니 이미 흔한 이름이고 상품이었다. 독일에서 어느 정도로 유명한 전통의 빵인지 모르겠지만 내겐 어떤 이야기를 덧씌우고 부풀린 상술의 밸런타인 초콜릿 같은 느낌도 든다.
어쨌든 초콜릿처럼 달달한 맛을 좋아하는 나의 초딩 입맛에는 딱이었다.
이래저래 고구마 소진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싹이 더 많이 나기 전에 먹어야 하니 슈톨렌을 먹고 나면 고구마를 자주 쪄먹으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려야겠다(?).
1. 미역국
아내 생일에 끓인 미역국.
재료를 볶을 때 좋아하는 참기름을 레시피의 양보다 많이 넣었는데 아내는 정확히 집어냈다.
"맛이 어때?"
"괜찮은데 참기름을 많이 넣었는지 향이 좀 강하네."
마치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 나오는 유명 셰프 같았다.
요리에도 '과유불급'은 유효한 원칙인 것 같다.
- 마른미역 20g을 물에 불려 꼭 짠다.
- 키친타월로 피를 살짝 제거한 소고기(150g)를 참기름(1T)을 두른 팬에서 볶는다.
- 고기의 색이 변하면 미역을 넣고 3분 정도 더 볶는다.
- 적당량(재료와 1:3의 비율)의 (쌀뜬)물과 마늘 1/2T를 넣는다.
- 국간장 2T를 넣고 중약불에서 20분 정도 끓인다. (액젓을 넣어도 좋다)
- 간을 보아 필요하면 소금 간을 더한다.
2. 김치비빔면
- 국수를 120g 정도 끓는 물에 넣어 4분 정도 삶아 찬물에 헹궈 체에 밭쳐둔다.
- 배추김치 2줄기 정도를 잘게 송송 썰어 양념(고추장 2S, 설탕 1S, 물엿 1S, 식초 3S, 김치 국물 2S, 참기름 1S, 통깨)에 골고루 섞는다.
- 그릇에 국수를 담고 김치 양념과 삶은 달걀, 김가루, 야채 등을 올린다.
3.(염정아) 애호박간장국수
애호박으로 뭘 만들까 인터넷에 찾아보니 국수 레시피 앞에 염정아라는 배우 이름이 붙어 있었다.
아마 염정아 씨가 텔레비전에 나와 만들었던 모양이다.
- 애호박 1개를 채 썰어 소금 1/2T 넣고 10분 정도 절인 후 물기를 제거한다.
- 국수 120g을 삶고 찬물에 헹궈 체에 밭쳐 둔다.
- 대파 1대와 청양고추 1개를 송송 썬다.
- 진간장 3T, 참치 액젓 1/2T, 레몬즙 2T, 올리고당 2T, 참기름 1T, 통깨를 넣어 양념장을 만든다.
- 달군 팬에 식용유 3T, 마늘 1T를 넣고 볶다가 대파와 청양고추를 넣고 볶는다.
- 애호박을 넣고 익을 때까지 볶은 후 볼에 넣고 국수와 양념장과 버무린다. 간을 맞춘다.
- 그릇에 담아 김가루와 통깨를 더한다.
4. 굴 음식 3가지
'우윳빛 꽃(石花)' 굴은 겨울이 제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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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좋아하는 이유와 싫어하는 이유는 같다.
아내와 나는 오이 향기를 좋아하지만 딸아이는 그 향기 때문에 오이를 싫어한다. 굴도 그렇다.
다행히 태국의 굴요리 '어쑤언(ออส่วน)'을 먹으면서 굴에 대해서는 딸아이의 입맛이 조금 너그러워졌다.
굴전과 김굴국을 만들어 보았다.
굴전은 튀김가루를 살짝 묻히고 계란물에 적셔 지지면 된다.
조금 잘못되어도 맛은 굴이 저절로 보장한다.
치과 치료를 한 남편을 위해
만든 연하고 향기로운 굴전
음식은 배려 친절이다
어릴 적 굴 안 좋아했는데
어른이 되어 너무 맛있다
어머니는 석화
이제야 알겠다
석화 (石花)
돌의 꽃
바닷속 엄마의 젖 향 보드라운 아가의 속살
훗날 내 몸에 배어진 그리움
단단한 껍질 속 나 품고 바위에 꼭 붙어
피어난 어머니
- 한복선, 「굴전」-
김굴국도 특별한 레시피가 필요하지 않다.
멸치 육수 5∼6C에 굴을 넣고 끓인 후 구운 김을 넣으면 된다.
구운 김을 비닐봉지에 넣어 부수면 편리하다.
국간장 1S, 참기름 1∼2 방울, 소금과 후춧가루를 넣고 송송 썬 대파도 넣는다.
역시 대충 만들어도 맛은 김과 굴이 보장한다.
굴은 아무래도 생굴이 제맛이다. 굴 껍데기를 제거하고 잘 씻어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된다.
올해 첫 생굴은 단골음식점에서 굴보쌈으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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