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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일본

오키나와4 - 낡거나 오래된 것들의 향기

by 장돌뱅이. 2018. 12. 2.

헌책방 "우라라(ウララ)"

일본 대형 서점의 나하시 지점 직원이었던 우다 도모코(宇田智子)는 2011년 11월 나하시 헤이와도리(헌책방 "우라라"를 열었다. 우다는 책방을 열기까지의 내력과 문을 연 후의 소소한 일상을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란 제목의 책에 담았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그 책을 통해 알게 된 "우라라"를 보러 갔다. 젊은 주인은 책방 앞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원래 수줍음이 많은 것인지 아니면 아내와 나같은 호기심 많은 여행객들에게 시달린 탓인지 무덤덤하게
눈인사만 건네주곤 더 이상의 말이 없었다. 이야기를 주고 받을 만한 일본어 실력이 안 되는지라 아내와 책방 안을
둘러보다가 그림엽서 두 장을 사서 나왔다. 둘러본다고 했지만 제자리에서 몸만 한바퀴 회전하면 서점안의 모든 책을
만져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공간이었다. "우라라"는
'일본에서 제일 작은 헌책방'이라고 한다.

"우라라"는 반찬가게와 옷가게, 기념품점 등이 밀집된 시장 한 가운데에 있다.
시장과 서점, 그것도 헌책방과의 조합은 아무래도 좀 어색해 보인다. 그런데 일본에선 그게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인가 보다.
도쿄의 헌책방 순례기인 『아주 오래된 서점』에는( 가쿠다 마쓰요와 오카자키 다케시 공저) 뜻밖의 장소에 자리잡은 헌책방이
많이 나온다.
도쿄역사 안에도 있고 고급 주택가나 미술관 등에도 있다. 심지어 한때 평당 가격이 1억엔에 달했던 긴자에도 있고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카페 같은 헌책방도 있다.
헌책방이란 '문화적' 공간이 다양한 지역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일단은 헌책방이 운영이 가능할만큼 꾸준한 고객들이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헌책방 하면 서울에선 청계천 평화시장이 떠오른다. 학창 시절 시중에서는 구하기 힘든 책을 구하기 위해 찾아가곤
하던 곳이다. 하지만 육칠십 년대에 비하면 지금은 절대적인 수도 줄었고 각각의 서점도 많이 쇠락한 모습이다.
"어수선하게 늘어놓거나 빛바랜 얇은 종이로 싸놓은 책, 형광등의 흰 불빛, 책에 겹겹이 흐르는 정적,
안경을 낀 무뚝뚝한 초로의 가게 주인"(『아주 오래된 서점』 중) 등의 고정 관념에 가까운 풍경이 되어 가고 있다. 
급기야
소설가 김연수는 '서울에는 할인책방은 있어도 헌책방은 없다'고까지 말했다.
우리는 
낡고 오래된 것을 너무 쉽게 흘려버리며 사는 것은 아닐까?
일테면 헌책방과 더불어 헌책을 손에 쥐었을 때 느껴지는 감성이나 상상력 같은 것.
다음의 도자기 거리를 대할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쓰보야 야치문도리(
やちむん通り 쓰보야 도자기거리)
야치문은 오키나와 도자기를 뜻한다. 쓰보야 야치문거리는 1682년 류쿠왕조가 오키나와 각지의 도자기 가마들을
이곳으로 통합하면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400미터의 돌길 양쪽에 크고 작은 도예공방이 들어서 있다. 
나하시에서 최고로 번잡한 국제거리에서 멀지 않은 곳이면서도 분위기가 차분하여 산책에 좋은 거리였다.

가끔씩 여행은 우리를 비춰보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일본 도자기 문화의 번성에 조선 도공들의 기여가 있었음을 자랑할수록 우리의 현실이 허탈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경기도 이천이나 광주, 전라도 강진 어디에도 작은 규모의 쓰보야만큼 고즈넉하고 소담스런 도자기 거리는 없다.
우리가 성공의 역사만큼 단절과 실패의 역사에도 주목을 해야 하는 한 이유이다.




*위 사진 : 훼누가마(南쓰보야 도자기거리에 남아 있는 유일한 전통 가마라고 한다.


시샤(シーサー)
오키나와 방언으로 '사자'를 뜻한다고 한다. 주로 건물 입구나 지붕 위에 설치되어 나쁜 기운을 쫓는 액막이 역활을 한다.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은 수컷으로 복을 불러들인다고 해서 오른쪽에, 입을 다문 것은 암컷으로 재난을 들이지 않는다는
의미로 왼쪽에 둔다. 여행객들에게는 다양한 모양의 캐릭터 상품으로 다가온다. 그걸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전통을 계승한다고 너무 진지하게 접근할 필요는 없겠다. 
오키나와의 시샤처럼 재미와 친근감을 가미하여 현대적으로 변화를 주는 재치도 필요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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