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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이제하의 <모란 동백>

by 장돌뱅이. 2025. 3. 27.

남녘 산불의 기세가 시간이 지나도 수그러들 줄 모른다.
안타깝게도 수십 명의 사상자가 났다고 한다.
아침부터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다. 미세먼지에 황사도 있을 거라는 예보가 있다.
우울한 소식에 꿀꿀한 날씨가 더해져서 기분도 무겁게 가라앉는다.
저 구름들이라도 그곳으로 몰려가 한바탕 비를 쏟아부었으면 싶다.

아파트 화단에 동백꽃이 마침내 환하게 피어났다. 산책길에 서서 그다지 감흥 없이 시큰둥하게 바라보다가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이제하의 노래 <모란 동백>을 들었다.

소설가 시인 화가 작곡가에 가수이기까지 한 이제하는 가히 종합예술인이다. 그는 1997년「모란이 피기까지는」을 쓴 김영랑과 <동백꽃>을 작곡한 조두남을 기려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을 발표했다. 이후 이 노래는 조영남이 <모란 동백>으로 제목을 고쳐 부르며 널리 알려졌다.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 산에 뻐꾸기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 아가씨
꿈속에 찾아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들녘에 눈이 내리면
상냥한 얼굴 동백 아가씨
꿈속에 웃고 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덧없어라
나 어느 바다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모래벌에
외로이 외로이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동백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나는 조영남의 세련된 노래보다 경상도 억양이 배인 이제하의 투박한노래가  더 좋다.
아내는 그 반대로 조영남 버젼을 꼽는다.

감상적이고 처지는 분위기의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니 어깨가 소파에 더욱 깊게 가라앉았다.
"왜? 아침부터?"
아내가 물었다.

아내의 지적에 우울 모드에서 깨어나 몸을 일으켜 본다.
이 봄이 김영랑의 말대로 유독
'찬란한 슬픔의 봄' 이라 해도 나는 그럴 이유가 없다.
적어도 내겐 오후에 만나야 할  손자저하들이 있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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