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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2025 Nha Trang 5

by 장돌뱅이. 2025. 4. 8.

달랏(다랏 Da Lat) 은 냐짱에서 3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해발 1500미터의 내륙 고원 도시로 베트남 최고의 커피 생산지다. 일 년 내내 기온이 18∼23도로 선선해서 은퇴 후 한때는 한달살기를 꿈꿔 보기도 했던 곳이다.

그럼에도 이번 달랏 일일투어는 주저주저하다 결정하게 되었다.

냐짱의 날씨가 좋아서 매일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었다면 아마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13시간 30분의 투어 중에 도로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왕복 6시간이어서 시간 '가성비'가 좋지 않았다. 차라리 나중에 달랏만의 여유로운 여행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를 고민했던 것이다.

그러나 연이어 비가 내리는 우중충한 날씨에서 좀 벗어나볼까 하는 마음에 여행 마지막에 이르러서 달랏행을 확정하게 되었다. 달랏 '맛보기' 혹은 예비조사의 의미도 붙였다.
가는 도중에도 끈질기게 따라붙던 비는 다행스럽게도 달랏에 도착하고 나니 멈추어 주었다.
구름 사이로 가끔씩 푸른 하늘이 보이기도 하고 햇살이 비추기도 하였다.

데이투어는 달랏과 주변의 이름난 곳을 편리하게 돌아볼 수 있는 방법이다.
타고 내리고 보고, 또 타고 내리고 보는······.
가급적 많은 곳을 돌아보게끔 효율성을 극대화 시킨 투어는 외부 자극에 대한 수용 용량이 작은 아내와 나로서는 벅찬 일정이었다. 우리 취향대로 할 수 있다면 (가급적 걸어서) 한두 곳만을 방문했을 것이다. 이름난 곳이라고 하지만 달랏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객관적으로 보면 소소한 풍경의 장소가 대부분이어서 울장한 울림을 주지는 않았다.
물론 소소하다는 의미에는 보는 사람을 긴장시키지 않아 편안하다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투어의 순서대로 사진을 올리며 짧은 글을 덧붙여 본다. 

1. 린푸억 사원(靈福寺)

1952년에 세워졌다는 이 사원은 외부를 색유리와 타일 조각으로 장식하여 (정신이 없을 정도로) 화려하다. 사원이 세워진 내력이나 베트남 내에서의 차지하고 있는 위상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
번쩍이는 장식과 복잡한 동선이 내게는 좀 정신이 없었다.

2. 껌땀(Cơm tấm)
껌땀은 밥 위에 구운 돼지갈비, 짜(chả: 고기를 다져서 찌거나 튀긴 파이), 돼지 껍질, 피클, 계란프라이,  등을 얹어 나오는 음식을 말한다.
새콤달콤한 양념이 스민 고기는 숯불향이 입혀져 입맛에 잘 맞았다.

3. 달랏기차역
1938년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완공된 기차역이다. 
지금은 짜이맛이라는 동네까지 7km 정도만 관람용 기차가 운행된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 여부는 모르겠고 전체적으로 역으로서의 기능은 없어진 상태로 역사적 기념물이 된 것 같다.  

4. 크레이지 하우스
이 건축물은 당비엣 응아라는 사람이 지은 건축물로 원래는 호텔로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달랏의 관광 명소도 겸하고 있다. 외부의 형상만큼이나 내부의 모습도 복잡 독특하다. 현란한 색채와 그림, 복잡한 동선이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손자들과 숨바꼭질 하기에 좋은 장소로 보였다.
전체적으로 나로서는 건축의 주제를 '크레이지' 이외의 말로는 이해하기 힘든 기괴한 곳이었다.

5. 바오다이 여름 별장
태어나보니 '황태자'였고 시간이 흘러 황제가 된 권력자의 휴양지는 우리나라 청남대처럼 큰 관심이 가지 않는다. 아내와 별장 내부보다는 바깥쪽 정원을 산책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브러시꽃과 우리나라 봉숭아와는 다른  종류의 봉숭아가 피어 있었다.

6. 달랏 핑크성당
핑크성당은 색깔 때문에 붙여진 대중적 이름이고 원래 이름은 "Giáo Xứ Mai Anh"이라고 한다.
외부 모습은 화사한 인상이었지만 내부 분위기는 여느 성당과 다르지 않았다.
아내와 성당을 한 바퀴 돌고 안으로 들어가  짧은 화살기도를 올렸다.

6. 쑤언흐엉 호수( Hồ Xuân Hương,  湖春香)
'봄 향기'라는 뜻을 가진 쑤언흐엉 호수는 달랏의 중심에 있다.
프랑스식민지 시절에 습지를 개발하여 만든 인공호수라고 한다.
호수 둘레를 걸을까 했는데 이미 다리도 아프고 둘레가 5km에 달한다고 해서 포기하고 의자에 앉아 호수를 바라다보며 2시간 동안 주어진 자유시간의 반을 보냈다.
선선한 기온에 물 위를 스치는 가벼운 바람이 상쾌한 느낌을 갖게 했다.

7. 달랏 야시장
야시장을 오르내리다 베트남식 피자라는 반짱느엉(Bánh Tráng nướng)과 반깡(바인깐 Bánh Căn)을 먹었다. 야시장 길거리에서 간식으로 재미 삼아 먹었는데 배가 불러 저녁식사 대용이 되었다.

달랏에서 처음 시작되어 베트남 전역으로 퍼져나갔다는 반짱느엉은 라이스페이퍼 위에 여러가지 재료를 올리고 양념을 넣어 숯불로 노릇노릇하게 구워낸 것이다. 바삭하고 고소하다.

반깡은 타코야키처럼 동그란 작은 틀에 쌀과 코코넛을 섞은 반죽을 넣고 새우, 메추리알 등으로 토핑을 하여 구워낸 것이다. 아내와 내게는 반깡보다 반짠느엉이 더 좋았다.

*반짠느엉

반깐

밤 9시가 넘어 냐쨩으로 돌아왔다.
해안도로를 걸어 숙소로 가려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어 쉽지 않았다.
힘들게 뚫고 해변에 다다르니 이번엔 경찰들이 지나갈 수 없다고 막았다.

할 수 없이 시내 쪽으로 방향을 틀어 돌아 나와야 했다.
바다를 향해 열린 커다란 무대에서는 노래와 집단 군무가 공연되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아침 산책 길에 거대한 무대가 설치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알 수 없는 베트남 문자 사이에 1975년 4월 30일이라는 글자로 보아 베트남전쟁에서 승리기념일을 축하하나 보다 짐작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무려 한 달이나 남았는데 왜 지금부터 시작하는 걸까 의문을 가졌다.

달랏에서 돌아와 숙소의 안내 메모를 보고서야 그 의문이 풀렸다. 4월 2일은 냐짱이 속한 칸호아(카인호아, Khánh Hòa)성이 해방 50주년 기념일이라고 했다. 그 역사를 기념하기 위한 공연이 냐짱 시티 광장에서 있으며 밤 10시부터는 불꽃놀이가 있을 예정이라고 했다.

10시 경에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아내와 나는 숙소 베란다로 나가 지켜보았다.
옆 건물에 가려져 반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구태여 해변으로 나가지 않았다.
군사 강국의 무도한 침략과 매판 세력들의 준동을 자력으로 물리치고 해방과 독립과 자유를 쟁취한 베트남 민중들에게 마음 속으로 무수한 경의를 보냈다.
분단에
내란의 악몽까지 겪고 있는 우리 입장에선 부럽고 한편으론 부끄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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