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로 가는 도중 지하철 안내 방송이 나왔다. 국회의사당역과 여의도역을 서지 않고 통과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곳에서 친구를 만나고 오는 아내와 샛강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샛강역도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 국회의사당 쪽으로 나가는 출구마다 대기줄이 길었다.
출구를 나와 사람들의 행렬을 따라 흘러가듯 걸었다. 멀리서 왕왕대는 스피커소리가 들렸다.
행렬은 여의도 공원 앞에서 멈췄다. 더 이상 갈 수 없게 되지 사람들은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누군가의 선창에 따라 구호를 외쳤다. "내란 수괴 ***을 체포하라." "***을 탄핵하라." (그의 이름조차 적는 것이 싫어 ***로 대체한다.)
미처 마이크가 설치되지 못한 장소라 정확한 국회 표결 상황을 알 수 없어 핸드폰을 켰다. 그런데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았다. 카톡도, 심지어 전화도 되지 않았다. 같은 장소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트래픽?으로 그럴 수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옆 사람들도 마찬가지여서 웅성거리는데 갑자기 한 사람이 자기는 연결이 되었다고 소리쳤다. 그는 핸드폰 볼륨을 최대로 올렸다. 그래도 잘 들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의 유튜브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한편으로 구호를 외쳤다.
연결은 불안정했다. 그 사람은 핸드폰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연결이 잘 되는 곳을 찾았다. "이거 영화 <<기생충>>에서 와이파이 찾는 거 같네요." 내 말에 웃음도 잠깐 다시 긴장감이 흘렀다.
"김건희 특검은 부결되고 여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답니다." 핸드폰에 귀를 대었던 사람이 소리쳤다. 다른 누군가 집에 있는 사람과 카톡이 연결되었는데 같은 말을 했다고 했다.
"개자식들!" "이젠 쪽 팔려서 외국 여행도 못 가겠다." 여기저기서 탄식과 함께 욕설이 나왔다.
갈 때만큼이나 혼잡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밥을 하기가 싫어 집 근처에서 햄버거를 샀다. 아내는 아내대로 나는 나대로 늘어져 있다가 뉴스를 보지 않으려고 넷플릭스를 틀었다. 오락프로를 보기도 진지한 영화를 보기도 마땅찮아 이것저것을 뒤지다 <<한국이 싫어서>>라는 영화를 발견했다. 영어 제목도 직설적인 << Because I Hate Korea>>이었다. "그래 제목 좋다!" 나는 소리치며 재생 버튼을 눌렀다.
이른바 '헬조선'이 싫어서 외국으로 떠나려는 젊은이에 대한 영화였다. 영화 속 그가 말했다. "내가 왜 한국을 떠나느냐고?"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 세 마디로 줄여서 말하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어쩌면 그 말은 '이 땅에 살기 위해서 나는 증오할 것을 증오한다'는 말과 같은 뜻 아닐까?
군홧발과 총과 헬기가 한밤 중에 우리의 심장을 파고 들어온 것이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다. 그 이후 며칠 동안 나름 격렬(?)했다. 일곱 번 연속으로 정치적 주제의 글과 사진을 올린 것은 처음인 것 같다. 7년 전 촛불 때도 그렇지는 않았다.
자고 일어나 창문을 여니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 그 시치미를 떼는 듯한 흔적없음이 오늘 아침엔 무섭다. 하지만 나의 분노는 아직 고갈되지 않았고 나의 인내도 그렇다. 내가 가진 머릿수 하나 보태는 일에 인색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낮은 어둡고 밤은 길어 허위와 기만에 지친 형제들 가자 가자 이 어둠을 뚫고 우리것 우리가 찾으러
논도 빼앗겨 밭도 빼앗겨 착취와 수탈에 지친 형제들 가자 가자 이 어둠을 뚫고 우리것 우리가 찾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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