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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13

제주살이 17 - 카페(후반부) 비단 제주도만의 현상은 아니겠지만 제주도에는 카페가 참 많다. 아름다운 뷰와 시선을 끄는 기발한 장식과 분위기, 그리고 맛난 음료를 준비한 카페들이 가는 곳마다 널려있다. 2010년 불과 100여 개였던 제주도 내의 카페는 2017년 12월을 기준 약 1800개로 급증했으며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막힌 최근에는 증가세가 전국 최고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카페 1개당 인구수가 360명 정도로 서울의 674명, 부산의 863에 비해 절반 정도이고 전국에서도 가장 적다.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지역 특수성으로 그 차이를 메꾸기는 역부족이지 않을까? 2019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3년 내 폐업률도 62.8%로 전국 1위라고 한다. 차별화된 공간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냉엄한 생존경쟁이 제주 카페 현장에서도 일어나고.. 2021. 10. 21.
제주살이 16 - 식당밥(후반부) 여행에서 식당은 주요 방문지이자 여행의 만족도를 높이는 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개별여행만 다니다 친구들과 여행사 패키지여행을 다녀온 아내는 강행군의 일정과 함께 식사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했다. 내 취향에 따른 음식을 고를 수 있는 자유, 시간에 쫓기지 않는 느긋한 여유. 여행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1.별맛해장국 ↑서귀포 남원읍에 있다. 메뉴는 해장국 단 한 가지이고 오후 2시쯤이면 문을 닫는다. 아내와 대부분의 음식을 공통으로 좋아하지만 딱 세 가지는 예외다. 순댓국과 돼지국밥, 그리고 멕시코 음식인 따꼬는 예외다. 아내가 좋아하지 않는다. 해장국은 선별적이다. 식당에 따라 아내의 호불호가 갈린다. 남원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보러 간 김에 이곳 해장국을 먹게 되었다. 아내도 좋.. 2021. 10. 20.
제주살이 15 - 집밥(후반부) 한 달 동안 제주살이를 마치고 돌아왔다. 공항의 문을 나서자 한파경보가 내린 서울의 냉랭한 공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감미로운 꿈에서 갑자기 깨어난 것처럼 뭔가 어색한 발걸음이 떼어졌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순간은 늘 그랬다. 마치 '지금 여기를 걷고 있을 때가 아닌데···' 하는 느낌으로. 이번엔 한 달이라는 조금 더 긴 시간 때문인지 현실로 돌아온 첫 순간이 조금 더 낯설었다. 여행은 끝났지만 여행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맛있는 과자를 아껴가며 먹듯 아직 따끈한 여행의 기억을 길게 늘여가며 곱씹어 보아야겠다. 여행의 전반부가 끝날 무렵 집밥과 식당밥과 카페에 대해 대강의 정리를 한 적이 있다. 그 뒤로 이어진 같은 범주의 후반부도 정리해 본다. 매일 저녁 다른 음식을 만들어보겠다는 애초의 계획은 거의 .. 2021. 10. 19.
제주살이 11 - 내 손자, 내 친구들 '육짓것'이라는 말이 있다. 아마 섬사람들이 육지 사람들의 못마땅한 행태나 그들이 가져온 이질적인 문화에 대한 거부와 저항을 나타내는 표현일 것이다. 육지 사람이라거나 육지 문화와는 어감부터가 다르지 않은가. (반대의 경우로 '섬것'이라는 말도 마찬가지겠다.) 제주 여행 전 아내와 일상 속 걱정, 불안, 불만, 원망 같은 구질구질한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계획이나 소망까지를 '육짓것'으로 정리했다. 그것들 일체를 장롱 서랍 속에 넣어 두고 앞으로 한 달어치의 제주 여행만을 트렁크와 머릿속에 담아 가자는데 의기투합했다. 실제로 제주에 와서 거의 그렇게 되었다. '육짓것'들을 까맣게 잊고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지냈다. 의도적으로 노력한 것이 아니라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들이 저절로 그렇게 만들어주었.. 2021. 10.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