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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제주살이 16 - 식당밥(후반부)

by 장돌뱅이. 2021. 10. 20.

여행에서 식당은 주요 방문지이자 여행의 만족도를 높이는 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개별여행만 다니다 친구들과 여행사 패키지여행을 다녀온 아내는 강행군의 일정과 함께 식사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했다.
내 취향에 따른 음식을 고를 수 있는 자유, 시간에 쫓기지 않는 느긋한 여유. 여행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1.별맛해장국

↑서귀포 남원읍에 있다. 메뉴는 해장국 단 한 가지이고 오후 2시쯤이면 문을 닫는다. 아내와 대부분의 음식을 공통으로 좋아하지만 딱 세 가지는 예외다. 순댓국과 돼지국밥, 그리고 멕시코 음식인 따꼬는 예외다. 아내가 좋아하지 않는다. 해장국은 선별적이다. 식당에 따라 아내의 호불호가 갈린다.
남원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보러 간 김에 이곳 해장국을 먹게 되었다. 아내도 좋아할 것 같아 포장을 해갔더니 고개를 젓는다. 37년을 함께 살고도 모르는 게 있다. 덕분에 나만 두 끼를 해장국으로 먹는 행운을(?) 누렸다. 

2. 순천미향

↑"순천미향"은 음식에 앞서 아름다운 주변 풍경이 황홀하다. 앞으로 보면 제주 앞바다와 송악산 그리고 형제섬이 내려다보이고, 뒤로는 산방산이 우뚝하다. '제주삼합'이란 음식을 먹었다. 이 식당의 시그니쳐 음식인 듯 모든 식탁에 하나씩 올라 있었다. 깊은 맛은 우러나지 않았지만 달콤하게 입안을 적시는 퓨전 음식이었다. 

3. 뙤미 

표고비빔밥
보말미역국
순대국

↑"뙤미"는 숙소에서 멀지 않은 위미리에 있다.
메뉴는 4가지 - 표고버섯 비빔밥과 보말 미역국, 서리태 콩국수와 순대국밥 - 뿐이다. 2번을 방문했고 3가지를 경험했다. 어느 음식이나 과도하게 잔 기교를 넣지 않아 수수하고 깔끔한 맛이었다. 

4. 영해식당

수육
몸국
비빔밀면. 먹다가 찍어서 모양이 흐트러졌다.

↑영해식당은 서귀포 대정읍에 있다. 문을 연지 60년이 넘었다고 한다.
규모는 작지만 제주시에 분점을 열 정도로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아내는 비빔면을, 나는 오래전부터 먹어보고 싶었던 제주의 전통 음식인 몸국을 먹었다. 은근히 구수하고 수수한 맛이었다. 갈조류 중의 하나인 모자반을 뜻하는 제주에서는 몸이라고 부른다. 몸국은 돼지뼈, 고기, 내장을 우린  육수에 모자반을 넣어 만든 국이다. 집안이나 마을공동체 행사 때 빠지지 않았던 음식이라고 한다. 
제주 사람들은 '베지근한 맛'이라고 표현한다는데 그 말뜻을 잘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왠지 정확해 보인다. 

고추장 소스를 찍어 파김치와 함께 먹는 수육은 절묘한 '삼합'을 이루었다. 국물과 함께 나오는 비빔밀면은 특이했고 맛은 특별했다. 이전 여행에서 먹은 적이 있는 근처의 "산방밀면"과 우열을 가르기 힘들었다. 옆 좌석의 마을 사람인 듯한 나이 지긋한 어른들은 모두 소고기찌개를 먹고 있었다. 이 식당의 유명 메뉴 중의 하나였지만 경험하는 건 아쉽게도 다음번 방문으로 미루어야 했다.

5. 칠십리 고기완자

칠십리고기완자와 고기완자 토마토스튜

↑서귀포 시내에 올레여행자센터 근처에 있다. 외부는 레트로 감성이나 내부는 모던한 분위기의 식당이다. 고기완자라기에 완자탕이 아닐까 예상하였으나  다소 낯선 음식이었다. 그러나 음식 속 치즈는 감자와, 매콤한 토마토소스는 빵과 좋은 어울림을 보였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는 친절"이라며 "작은 친절과 따뜻한 몇 마디 말이 이 지구를 행복하게 한다"고 법정스님은 말씀하셨다. 자세한 이야기는 적을 수 없지만 이곳 젊은 사장님의 나긋하고 친절한 응대는 그 말을 떠올리게 했다. 아울러 사소한 일에도 걸핏하면 퉁명스러워지곤 하는 나를 돌아보게도 되었다.


6. 강원수산

↑이번 제주살이의 마지막 외식을 한 곳으로 남원읍에 있다. 뙤미처럼 2번을 방문한 식당이다. 유명 횟집이 많은 제주도지만 분위기와 맛, 청결 등 어느 면에서도 빠지지 않을 곳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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